‘플랫폼 시대’, 노동운동은 무엇을 해야 하나?
‘플랫폼 시대’, 노동운동은 무엇을 해야 하나?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4.08 19:53
  • 수정 2020.04.10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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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내세우는 플랫폼 기업 … 실상은 기업의 ‘책임 회피’ 존재
일하는 사람 통합하는 ‘노동법’ 필요 … ‘플랫폼유니온’ 필요성 제시
플랫폼유니온 준비위원회가 4월 8일 오후 2시 마포구 JU동교동 바실리오홀에서 개최한 ‘플랫폼노동 운동, 무엇을 할 것인가? 플랫폼노동 운동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혁신을 강조하는 플랫폼 기업에 기존 노동법제를 적용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한 번쯤 들어봤던 전문가의 멘트일 것이다. 노동법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의 책임’을 규정한다. 따라서 이 말은 사용자의 책임을 플랫폼 기업이 지기에는 애매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자’인 이상 플랫폼 기업 또한 ‘사용자’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플랫폼유니온 준비위원회는 4월 8일 오후 2시 마포구 JU동교동 바실리오홀에서 ‘플랫폼노동 운동, 무엇을 할 것인가? 플랫폼노동 운동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 교수가 발제를 맡고, 라이더유니온(위원장 박정훈), 타다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태환),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 송명진 한국노총 조직본부 실장,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플랫폼은 시장인가? 기업인가?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권오성 교수는 플랫폼의 성격을 우선적으로 규정했다. 흔히 플랫폼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잇는 중개인 역할을 한다고 인식된다. 이 관점에서 플랫폼은 거래의 장, 시장일 뿐이다.

하지만 플랫폼은 단순히 시장, 중개인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중개의 유형에 따라 플랫폼노동자에게 일감을 할당하거나, 구체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배달의민족, 타다, 홈스토리 등의 경우다.

온라인 플랫폼의 다양한 속성 중 ①작업자를 누가 선택하는가 ②작업의 장소가 어디인가 하는 두 가지 기준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분류했다. 이 중 1유형과 4유형은 ‘기업’의 속성이 강하다. 자료=플랫폼노동 운동의 현재와 미래 자료집

권오성 교수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은 각각 ①작업자의 선택 ②작업의 장소 ③보수의 결정 등에 관한 구체적인 운영방식에 따라 ‘시장-네트워크-계층’으로 이뤄진 스펙트럼 중 어느 한 곳에 위치한다”면서, “플랫폼이 일감을 할당하는 유형은 디지털 알고리즘을 통해 일감의 분배를 제어하고, 작업자에게 업무 수행 방법을 지시하는 경향이 있다. 계층적 유형의 조직, 즉 기업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권오성 교수는 플랫폼 기업을 세분해 노동법이 규율할 영역과 경제법이 규율할 영역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오성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작업자를 선택하고 작업자에게 일감을 할당하고 업무의 방식을 통제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전통적인 노동법의 사정권 안에 위치한다”면서, “반면, 스펙트럼 중 시장의 영역에 위치한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에는 노동법보다는 거래의 공정성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법의 영역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플랫폼 기업의 책임 은폐와 전가

플랫폼의 구체적인 속성을 따져볼 때, 중개인이 아닌 ‘기업’의 속성을 강하게 띠게 하는 플랫폼 기업이 있다. 하지만 해당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거나,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성을 은폐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권오성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스스로 ‘혁신’이라 외치는 사업모델의 본령은 규제의 회피를 통한 비용의 전가, 비용의 외부화에 불과하다”면서, “온라인 플랫폼이 주장하는 혁신은 그저 노동자의 ‘오분류’를 통한 법적 책임의 회피에 불과하다. 은폐행위의 성공은 결국 복지국가의 파탄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대 복지국가는 기업에게 사회보험료 부담, 소득세의 원천징수 의무 부과 등으로 사회복지 재원 상당수를 기업을 통해 마련한다. 대신 자본가들은 기업이라는 법인격 뒤에서 유한책임의 권리를 누린다. 자본가 개인과 회사(법인)를 분리한 것이다.

권오성 교수는 이를 “근대 이후 형성된 사회계약”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활동을 보장해주는 대신 일정한 책임을 부과한 것이다. 그런데 플랫폼 기업은 이러한 책임은 ‘사회화’하고 이익만 ‘사유화’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 교수(왼쪽)과 토론을 맡은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일하는 이를 통합하는 노동법,
플랫폼노동자의 ‘단결’ 필요

한편, 플랫폼노동이 사회적으로 유행하기 전에도 간접고용, 특수고용노동 등 사용자와 노동자가 일치하지 않는 ‘비정형 노동’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러나 기존 노동법제는 엄격한 기준으로 근로관계를 인정하면서, ‘불법파견’으로 불리는 사회적으로 큰 혼란과 더불어 노동자의 권리침해를 낳았다.

권오성 교수는 “종래 노동법이 다양한 기준으로 노동자를 분절하고 일부를 배제해왔다면, 앞으로의 노동법은 모든 일하는 사람을 하나의 범주로 통합하고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플랫폼노동의 확산과 그로 인해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문제를 ‘플랫폼유니온’으로 대응할 것을 제안했다.

박정훈 위원장은 “여러 플랫폼에 접속해 떠다니는 일감을 잡기 위해 분주한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하나의 플랫폼기업만 바꾼다고, 하나의 업종만 질서를 잡는다고 플랫폼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플랫폼을 매개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할 노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박정훈 위원장은 “라이더유니온은 양대노총에 속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언론에서 기존 노동운동에 비판적인 새로운 노동조합 등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기존 노동운동에 대해 존중하고 연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면서 특수고용노동운동과 플랫폼노동운동의 연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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