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선택, ‘경사노위 밖’ 투쟁의 미래는?
민주노총의 선택, ‘경사노위 밖’ 투쟁의 미래는?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7.24 19:53
  • 수정 2020.07.28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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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위원장 사퇴…“국민과 호흡하는 민주노총 바란다”
임기 5개월여 남기고 집행부 총사퇴… 기자회견 통해 마지막 인사
24일 오후 2시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합의 부결에 대한 김명환 위원장 집행부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집행부 총사퇴 뜻을 밝혔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24일 오후 2시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합의 부결에 대한 김명환 위원장 집행부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집행부 총사퇴 뜻을 밝혔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온라인 임시대의원대회 투표를 통해 확인된 대의원 여러분의 뜻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고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하겠습니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사퇴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24일 오후 2시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합의 부결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집행부 총사퇴를 발표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조합원 지지 속에 사회적 대화 추진을 주요 공약으로 당선된 김명환 집행부는 임기 중 관련한 사업과 두 번의 사회적 대화 관련 대의원들의 총의를 모으고자 했지만,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따라서 이미 예고 드린 대로 임기가 5개월 남짓 남았지만 책임을 지고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온라인 임시대의원대회는 민주노총 안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불씨였지만, 이날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 1,311명(재적 대의원 1,479명) 중 805명(61.73%)이 반대표를 던지며 노사정 합의는 끝내 부결됐다. 찬성은 499표(38.27%), 무효는 7표가 나왔다.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은 전날 노사정 합의 부결에 대해 “최종 합의안이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이를 토대로 앞으로 계속될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취약계층과 사각지대 노동자를 위해 민주노총이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대의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민주노총이 계속해서 사회적 대화를 위해 나아갔으면 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백석근 사무총장은 “김명환 집행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고 초지일관 말해왔다”며 “교섭과 투쟁은 하나의 말인데 떨어져 있는 것처럼 이해된 게 아쉬운 부분이지만, 이번 임시대대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주신 대의원, 조합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명환 위원장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면서 민주노총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 민주노총 규약에 따르면 직선 임원 전원 유고 시에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그 권한을 대행한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은 중앙집행위원회 추천을 통해 이루어지며, 중앙위원회의 인준을 받아 마무리된다.

김명환 위원장은 “집행부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중앙집행위원회 소집 공문을 내릴 계획”이라며 “빠르면 27일 월요일에는 성원들이 모여 이후 민주노총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화보다 투쟁 택한 민주노총,
‘담벼락 안’ ‘경사노위 밖’ 투쟁의 미래는?

이번 노사정 합의가 부결되면서 민주노총은 또다시 사회적 대화, 사회적 교섭과 멀어졌다. 김명환 위원장 사퇴 이후 이어지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도 대화보다는 투쟁 중심의 노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노사정 합의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는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이번 노사정 합의 부결 직후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다시 한번 상기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투쟁의 원칙을 정확히 세우고 민주노총이 가야 할 길을 확인하는 것이 민주노총의 과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의 경우 민주노총의 주도로 만들어진 대화 테이블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먼저 제안해서 만들어진 노사정 합의조차 내부에서 통과시키지 못하는 민주노총’이라는 외부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때문에 이번 노사정 합의 부결 후폭풍으로 민주노총이 앞으로의 노정 혹은 노사정 관계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중의 지지로부터 멀어져 민주노총이 ‘공장 담벼락 안’에만 고립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 19일 <참여와혁신>과의 인터뷰에서 “(부결됐을 경우) 걱정하는 후폭풍은 두 가지”라고 강조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민주노총과 대화하기도 전에 합의가 어려울 거라는 전제를 심어버리게 되면 상대방은 교섭에 나오지 않고, 그렇게 되면 국민과 정부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는 것과 “이번 사회적 대화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임금, 성과급, 복리후생을 논의한 자리가 아닌 만큼, (부결됐을 경우) 조직되지 않은 압도적 다수의 노동자로부터 민주노총이 고립되는 안타깝고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관련기사: “이번 합의는 ‘마스터키’가 아니라 ‘시작점’이다”]

실제 민주노총 노사정 합의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24일 SNS를 통해 “매우 안타깝다. 어렵게 시작한 노사정 대화가 결실을 맺지 못해 유감”이라며 “4차 산업혁명으로 우리 경제와 노동환경은 급속한 변화의 물결 속에 놓여 있다. 민주노총이 이런 시대변화에 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관련된 사회적 논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현재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고, 노사정 합의 이행점검 및 후속 논의 기구로 경사노위를 강하게 주장했던 한국노총이 노동계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노사정 합의 부결로 당분간 ‘공장 담벼락 안’에 갇혔다는 비판 속에 ‘경사노위 밖’에서 투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조건에 처한 민주노총이 어떻게 현 상황을 돌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100만 조합원이 주인 되는 조직으로, 그리고 모든 노동자의 벗이 되는 진정한 대중조직으로, 나아가 국민 전체와 호흡하는 민주노총이 되기를 지금도 바라고 있다”며 “집행부의 바람과 실천 의지가 실현되지 못하고 물러나지만, 다시 현장의 노동자, 조합원으로 돌아가 그것이 실현되기 위한 노력과 활동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 나가겠다”며 이날 기자회견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