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정을 위한 정규직 전환 정책이었는데 실업자라니… 인천공항 소방대원의 눈물
고용안정을 위한 정규직 전환 정책이었는데 실업자라니… 인천공항 소방대원의 눈물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8.07 14:46
  • 수정 2020.08.07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기 노·사·전합의에는 탈락자 구제방안 명시됐지만… 탈락자 구제 없어
당장 14일 이후로 해고인데, 명확한 통보도 없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화면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 '한 평생 공항을 지킨 아버지의 일자리를 지켜주세요' 페이지 갈무리.

“막막하죠. 억울하고.”

20년 동안 인천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으로 근무했던 A씨는 당장 먹고 살 걱정이 크다. 올해 5월 인천국제공항공사로의 직접고용을 위한 채용 과정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시작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지만, A씨는 실직으로 내몰렸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 평생 공항을 지킨 아버지의 일자리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으로 일하던 아버지를 둔 자녀가 작성한 글로, 아버지의 정규직 전환 탈락으로 졸지에 아버지가 실직자가 됐다는 내용이다.

인천국제공항 소방대원은 2017년 12월 26일 제1기 노·사·전문가협의체 합의사항에 따라 직접고용 대상자로 분류됐다. 합의 직후인 2018년 1월 1일, 인천공항시설관리㈜와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5월부터 진행된 인천국제공항공사로의 직접고용 과정에서 200여 명의 소방대원 중 37명이 탈락했다. 현재 16명은 이의신청으로 재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8월 10일 채용 결과가 최종 확정된다.

인천국제공항 소방대원들은 “1기 노·사·전합의에서 탈락자의 고용보장에 합의했으나, 인천공항시설관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탈락했으니 더 이상 계약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는 말만 한다”고 토로했다. 제1기 노·사·전문가협의체 합의사항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접고용 대상자는 관리직의 경우 공개채용을, 관리직 미만 직급은 면접 및 적격심사를 통해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탈락자는 별도회사 채용 등을 통해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고용보장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2기 노·사·전합의와 3기 노·사·전합의 당시 인천국제공항에 채용비리 사건이 대두되면서 탈락자 구제방안에 대한 합의를 구체적으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소방대원들은 “아직 채용절차가 완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탈락자 개인이 해고에 대한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도 못했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공항시설관리㈜는 서로 문제를 떠넘기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채용절차에서 탈락한 인천국제공항 소방대원들은 8월 14일 마지막 출근을 앞두고 있다. 8월 10일 채용 결과가 확정되면, 그 주 금요일이 마지막 출근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일련의 과정이 부당해고라고 보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4조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제한하고 있어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요건을 모두 만족했을 때 경영상 이유로 인한 정리해고가 가능하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 소방대원들은 이러한 절차가 전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해고 회피를 위한 전직 제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상혁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해고 회피 노력도 없었다면, 그 자체로 부당해고로 볼 수 있다”며 “게다가 이번 사안은 기한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해 이미 2년이 지났기 때문에 더욱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천공항시설관리㈜의 경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출자 자회사로 별도의 경영상의 어려움을 예상하기도 어렵다”며 “사측이 가진 경영권과 인사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 큰 문제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국제공항 소방대원 문제에 대해 이미 올해 7월 국내 유명 법무법인에서 법률자문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참여와혁신>이 입수한 ‘임시편제근로자의 근로 계약 관련 의견서’에 따르면, 해당 법무법인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단순히 노동자가 수행할 업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규직 채용절차 탈락자를 경영상해고하는 것은 적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인천공항시설관리㈜와 정규직 채용절차에서 탈락한 노동자 사이의 고용관계는 유지된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전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시설관리㈜는 제1기 노·사·전협의체 합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합의에 따른 고용의무를 직접적으로 부담하지 않고, 계약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제3자에게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계약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공항시설관리㈜에 정규직 채용절차 탈락자를 채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상 경영간섭에 해당할 수 있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상 해당 노동자에 대한 상당한 지휘·명령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국제공항 소방대원들의 경우, 용역 계약 만료일이 2017년 12월 31일이었으나 1기 노·사·전합의로 채용절차를 진행할 수 없어 임시로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를 통해 고용을 유지했다”며 “이미 1기 노·사·전합의에서 ‘필요 시 공사 또는 별도회사(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까지 임시법인을 거친다’고 합의한 바 있고 채용절차가 구체적으로 언제 합의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방대의 근로계약에 구체적인 기한을 정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마지막 근무까지 일주일만 남은 인천국제공항 소방대원들은 매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앞에서 “1기 노·사·전문가협의체 합의사항을 준수해 탈락자들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