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돌고, 돌고, 돌고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돌고, 돌고, 돌고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9.04 00:00
  • 수정 2020.09.02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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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올 여름은 최장기간 장마로 인해 에어컨보다 건조기와 제습기가 더욱 잘 팔렸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는 구멍가게 앞 평상에 앉아 수박을 먹는 한 여름의 광경 대신 턱 끝까지 잠긴 마을의 모습과 수재민들의 탄식을 낳았습니다. 농사를 망친 농민은 울상이고, 채소 값은 치솟습니다.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새삼 배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침수된 마을을 보면서 문득 금융시장을 떠올립니다. 제로금리 시대에 찾아온 재테크 기회를 잡기 위한 걸까요? 코로나19로 동네 앞 중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보릿고개의 위기를 넘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부동산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사모펀드 사태를 비롯해 키코(KIKO), DLF 등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금융사고 속 피해자들을 수재민과 겹쳐봅니다. 금융시장에서의 배수(排水)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요? 경제의 혈맥을 담당하는 금융, 코로나19로 새로운 시대를 앞둔 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참여와혁신>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모펀드 문제를 시작으로 금융 기획기사 연재를 결정했습니다. 전문용어부터 시작해 진입 장벽이 높은 금융 문제를 어떻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터였습니다. 평소보다 유난히 의자에 앉은 시간이 많았고, 평소보다 느리게 써내려간 이번 커버스토리는 마치 금융처럼 ‘돌고, 돌고, 돌’아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사모펀드라는 화두로 고민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장마 이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수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습니다. 노동조합들도 뒤질세라 복구 현장으로 달려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19가 다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 종교단체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중심에 있어 논란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할지를 두고 보건당국의 고민도 깊어만 갑니다.

하수상한 시절입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바이러스의 공격이지만, 그럼에도

“우린 답을 찾을 겁니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