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사과’ 사모펀드, 사과 없는 금융시장
‘썩은 사과’ 사모펀드, 사과 없는 금융시장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9.04 00:00
  • 수정 2020.09.04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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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혀있는 책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징벌적 손해배상·집단소송제 등 엄중한 처벌 가능해야

커버스토리 ❸ 실패한 ‘한국판 골드만삭스’ … 대안이 필요하다

금융? 신뢰 없이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소비자에게 사과 하나가 도착하기까지 재배 및 유통의 과정을 거친다. 유통의 과정에는 시장의 규칙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고, 규칙은 소비자와 판매자의 원활한 거래관계를 성립시킨다. 원활한 거래관계란 시장의 지속성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소비자에게 신뢰는 적정가에 품질 좋은 사과를 받아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쌓인다. 작금의 사모펀드 사태를 비롯한 금융사고는 처음부터 썩은 사과를 판매하려고 하거나, 유통과정에서 썩어버린 사과를 그대로 방치한 채로 팔면서 지속되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보다 수익추구를 우선하다보면 사과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가 썩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누구의 책임이냐를 떠나 금융시장이 놓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엉망진창이다. 부실한 기초자산, 불투명한 운용 등 지적이 이해당사자들을 통해 나왔다. 환매 중단으로 투자자는 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판매사들은 배상을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4월 27일 ‘사모펀드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기도 했다. 라임자산운용사가 환매를 중단한 자산의 총규모는 1조 6,679억 원. 4,000여 명에 달하는 일반투자자가 있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사모펀드를 ‘썩은 사과’라고 표현한다. 구매자가 마트에 갔을 때 썩은 사과를 샀다면, 누구의 잘못일까? 사과를 판매한 사람, 품질을 검사한 사람, 재배한 사람, 구매한 사람 등 여러 관계자가 있을 것이다. 일단 판매된 썩은 사과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앞으로의 판매를 논해야 한다. 사모펀드도 마찬가지다.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7월 21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사모펀드 환매중단사태로 본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모펀드 피해자
각각의 책임에 걸맞은 대책 마련돼야

사모펀드는 특정한 소수가 돈을 모아 투자하는 상품의 일종이다. 투자자는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 결정한다. 판매사는 투자자의 돈을 모으고, 운용사는 모인 돈을 투자한다. 금융당국은 이를 관리·감독한다. 사모펀드 사태에서는 이해당사자들의 책임 정도를 정확히 따지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일반투자자는 가장 가시적인 피해자다. 손해액이 통장 잔고로 나타났고, 자신의 돈을 잃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기본적으로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가 져야 하지만, 상품 자체에 하자가 있거나 운용 목적과 다르게 자산을 운용했다면 운용사가 책임을 진다. 불완전판매로 손실을 보았다면 판매사가 그 손실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면서도 “투자자들도 계약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 투자자가 계약을 할 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익구조가 어떤 원리로 발생하는지, 최대 손실액이 얼마인지 알아야 한다. 그러면 나머지 금액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반투자자는 자신의 투자에 대한 손실분으로 그 책임을 다한 셈이다.

판매사의 경우, 옵티머스 사건처럼 ‘100%’ 배상이 명문화된 사례나, 판매사가 적격성을 속이고 팔았을 때는 배상을 피할 수 없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매사들이 책임을 느끼고 보상을 자발적으로 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일단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창구 자체가 개인적이지만, 한국의 사모펀드는 한도가 낮아지면서 은행에서 팔게 됐다. 은행에 예금하러 간 사람이 권유를 받고 바로 살 수 있는 식이었다. 자주 만나는 은행원들이 원금을 보장해준다고 하거나, 위험하지 않고 수익이 연간 5~10% 난다는 말을 믿고 투자했을 뿐인 사례가 큰 문제다. 영업실적에 대한 압박 때문이든 수수료를 받고 싶은 유인 때문이었든 간에 그런 식의 판매가 있었다고 한다면 충분히 투자자들이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고객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 가장 큰 타격으로 작용한다. 라임 펀드의 경우 우리은행이 1,640개, 신한은행이 478개, KEB하나은행이 405개의 계좌를 개설해 개인과 법인 등에 팔았다. 각 회사에 따라 배상 비율은 상이하다. 옵티머스 펀드의 잔액은 5,151억 원으로, 그중 400억여 원을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원금의 70%를 가지급했다. NH투자증권 같은 경우는 아직 이를 결정하지 못했다(8월 27일 기준 NH투자증권은 이사회에서 최대 70% 선지급을 의결했다).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 펀드 판매액은 전체의 약 80%를 넘는 4,327억 원이다. NH투자증권이 투자원금의 70%를 선지급한다고 가정하면, 금액만 약 3,000억 원이다.

한편, 7월 2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사모펀드 감독 강화 및 전면점검’ 행정지도는 판매사에 ▲운용사가 제공하는 투자설명자료 사전 검증 의무 ▲운용사의 펀드 운용현황 점검 및 문제 시 시정 요구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창구에서 사모펀드를 직접 판매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는 “펀드를 판매한 노동자의 책임이 있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하지만, 회사가 엉망인 상품에 대한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평가체제를 만들어서 판매를 독려한 경우가 많아서 이런 경우까지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자도 책임을 지는 것이 오히려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용건 사회연대연구소 소장은 “받은 인센티브를 회수해야 한다. (노동조합 입장에서도) 조합원을 보호하려면 빨리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초에 부적절한 상품을 만든 자산운용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현재 구조에서 자산운용사가 이 사태를 수습할 방법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환매가 중단된 펀드의 투자자에게 판매사가 보상하는 방안만으로는 운용사의 ‘모럴 헤저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럴 때는 판매사에 의한 ‘선 배상 후 구상권 청구’를 검토해볼 수 있다. 판매사가 일반투자자에게 손해액을 일부 배상한 이후 그 금액을 자산운용사에 청구하는 것이다. 실제로 ‘라임 펀드 판매사 공동대응반’이 지난해 10월 구성돼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정책실패, 사모펀드 사태의 시발점

금융감독원이 4월 27일 발표한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주요내용. ⓒ금융감독원

중요한 이해당사자 중 하나인 금융당국도 질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4월 2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조차 전반적으로 부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7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사모펀드 환매중단사태로 본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4.27 개선안에 대해 “사모펀드를 벤처산업 활성화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허황된 문제의식을 유지했다. 사모펀드는 기본적으로 거대 전문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투자대상과 계약구조를 정할 뿐 이를 특정 산업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큰 문제”라며 “잘못된 문제의식 고수의 결과 해법도 어정쩡하다. 일반투자자의 참여를 계속 허용하고, 별도의 감독·검사 역량 제고 방안은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또한 “(바람직한 금융 정책의 방향은) 아무런 정책을 쓰지 않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금융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 금융시스템의 안정성만 관리하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민간 금융감독기구를 만들고 손을 터는 것이다. 더 이상 금융은 정부 정책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도를 설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고민해서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게 금융당국과 감독당국의 할 일인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조치는 충분한 검토 없이 했다는 책임이 있다”면서 “우리나라 감독체계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이원적 체계로 돼 있는데,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정책 업무와 감독 업무를 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는 IMF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에 제도로 정립됐다. 한국의 시중은행이 해외 사모펀드에 인수되는 과정에서도 금융당국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2004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를 도입하고 2009년 헤지펀드를 안착시켰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시기가 2015년, 결국 작금의 사태를 맞았다. 정책실패의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물을 것인지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역대 어느 정권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상황은 분명 존재한다. 금융당국은 ‘썩은 사과’를 오랜 시간 방치했다. 부실한 사과는 조속히 골라내면 된다.

사전규제 첫걸음, 진입장벽 높이기·공시 강화

2015년 규제완화 이후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 자본시장법상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었다. 자기자본 20억 원(2017년 이후엔 10억 원), 등록만 하면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수 있으니 관련 운용사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그리고 기초자산이 부실한 사모펀드가 탄생했다. 사건의 수습과 더불어 중장기적인 제도개선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이한진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헤지펀드 전문 자산운용업체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이 망가진 자산운용업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등록제는 그야말로 등록 서류만 잘 갖추어 제출하면 끝이다. 자기자본 10억 원, 전문 인력 3명 요건만 충족시키면, 누구나 자산운용사를 만들어 헤지펀드를 팔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최선의 길은, 헤지펀드 운용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엄격한 자격 기준을 통과한 검증된 전문가 집단만 운용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이다.”

더불어 일반투자자의 진입장벽 강화도 대안으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자산, 수입, 전문성의 측면에서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진입을 판단한다. 한국은 자산과 수입을 신경 쓰지 않고 투자자금에 의해 전문성을 측정한다. 어느 정도의 투자자금이 있으면 누구나 사모펀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7월 29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가 청와대 앞에서 “사모펀드 환매중단사태에 청와대가 나서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산과 수입을 신경 쓰지 않고 투자자금이 1억 원을 넘어야 한다는 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방식이다. 일반투자자, 위험감수능력이 떨어지는 투자자들에게조차 사모펀드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논란은 큰 것 같다”며 “여러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놨지만 일반투자자들에게 (사모펀드를) 전면적으로 열어놓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일치한다. 진입 규제는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다만 상향 조정을 금액 기준으로 할지 전문성 기준으로 할지 각론에서는 다른 의견들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공모펀드 수준으로 사모펀드의 공시요건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현재 사모펀드에는 공시와 정보공개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공모펀드는 투자설명서, 간이투자설명서, 집합투자규약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펀드의 위험도와 수익률을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사모펀드는 가입해도 집합투자규약 외의 서류를 투자자에게 공개하지 않아도 괜찮다. 현재 사모펀드에 한해 투자자산에 대한 공시의무는 특례조항을 통해 면제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형사처벌·집단소송제
3대 처방 될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항상 범죄의 동기가 있다. 이윤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게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범죄에 대해서는) 징벌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추구하면서 미국이 엄하게 처벌하는 회계부정과 배임횡령을 낮게 처벌하는 건 딱 한 가지 이유다. 자본가, 기득권자, 재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건 자본주의가 아니다.”

김호열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상상인증권지부장은 <참여와혁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한국은 금융의 규제는 풀면서, 유독 관련 범죄의 처벌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사모펀드의 투자사기가 밝혀진 후에 ‘판매사의 선 배상’을 독려하기도 했다. 어떤 유형의 범죄든 처벌강화는 중요한 억제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형사처벌, 집단소송제 도입을 통해 문제를 일으킨 사모펀드 자산운용사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사기를 치면 엄벌을 해야 한다. 금융범죄는 경제적 살인이니 그에 준하게 다뤄야 한다”며 “징벌적배상금, 집단소송제도, 형사처벌이 있다면 최소한 약탈적 금융은 예방할 수 있다. 솜방망이 처벌은 반복을 낳는다”고 말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도 “공공채권은 유동성이 있다. 3개월·6개월 등의 단위로 다른 자본 공급이나 투자가 가능한데, 부실채권은 회수가 안 된다. 부실한 자산은 손실로 이어진다. 운용사, 어쩌면 자본의 이기심”이라며 “목적과 다르게 운용된 펀드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불특정다수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필수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대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수의 소액 금융피해자를 위한 일괄적인 구제제도도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해자가 소수인 금융분쟁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으나,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세부적인 조정을 할 수 있는데,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소송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개별 피해자가 일일이 소송을 제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권호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는 7월 21일 국회에서 진행된 ‘사모펀드 환매중단사태로 본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 토론회’를 통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

“건당 피해금액이 몇 천 원에서 몇 십만 원 수준의 소액이나 그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가 그 손해의 배상을 받기 위하여 민사소송절차나 심지어 조정절차를 도입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정절차 또한 분쟁조정신청서, 소명 서류 등을 작성하여 제출하는 등 소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피해자들이 그 피해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소액의 광범위한 피해구제를 위하여 일괄피해구제제도를 도입하거나, 감독기관(소비자보호기관)이 금융회사에 대하여 금융소비자피해보상계획명령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필요하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KB증권지부가 7월 31일 ‘사모펀드 사태 해결 촉구 조합원 총력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KB금융지주가 직접 사모펀드 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KB증권지부가 7월 31일 ‘사모펀드 사태 해결 촉구 조합원 총력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KB금융지주가 직접 사모펀드 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장기적으로 사모펀드가 자본시장에 남아있어야 하는지의 논의는 첨예하다. 자본시장에서 퇴출시키기에는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공석환 배진교 국회의원실 보좌관은 “사모펀드를 완전히 없애는 건 지금 단계에서 이야기할 건 아니다. 공모펀드는 공모펀드답게, 사모펀드는 사모펀드답게 운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의 존재는 유지하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은행 창구에서 사모펀드를 팔지 못하도록 규제하자는 측은 사모펀드가 ‘본래의 목적을 상실했다’고 평가한다. 이한진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헤지펀드는 물론이고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은행 창구판매는 제한될 필요가 있다. 동일한 고객이라도 은행을 방문할 때와 증권사를 방문할 때의 마음가짐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예금과 증권, 그리고 파생상품이 지니는 기본적 위험의 차이만큼이나 고객들은 우선 매장의 간판만으로도 일종의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거래의 본질은 은행을 방문해 증권을 사거나 펀드에 가입한 것이었지만, 마치 예금에 든 것처럼 그 위험성을 쉽게 망각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단기적으로는 이미 발생한 사모펀드 피해의 수습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단기 처방만으로는 똑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고 그만큼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의견수렴과 논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