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금융에 첫 발을 내딛다
[취재후기] 금융에 첫 발을 내딛다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9.10 09:30
  • 수정 2020.09.10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로만 들어도 어려운 금융. <참여와혁신>은 9월호 ‘돈 많던 라임은 누가 다 먹었을까?’를 통해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금융 기획에 첫 발을 내딛었다. 쉽게 풀어내려 고민을 거듭해 봐도 다시 봉착하는 장벽에서, 취재 분량에 비해 더 녹여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이번 기획을 통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고 생각해본다.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취재 후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커버스토리 기획에는 박석모 기자(이하 ), 임동우 기자(이하 ), 강한님 기자(이하 )가, 표지 이미지 기획으로는 송창익 사진기자(이하 )가 참여했다.

(왼쪽부터) 박석모 기자, 임동우 기자, 강한님 기자, 송창익 사진기자
(왼쪽부터) 박석모 기자, 임동우 기자, 송창익 사진기자, 강한님 기자,

노동매체에서 금융 기획을 시도했다.

: 금융용어가 너무 어려워서, 처음에 이한진 연구위원 미팅했을 때 일부러 어렵게 만들어놓은 것 같다고 얘기하셨는데 이 말에 공감이 가더라. 금융이라는 게 일상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언어여야 하는데 스스로도 이해를 못하니까 난항을 겪기도 했다. 용어 하나 하나 찾는 데 어려웠던 것 같아. 금융이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 한번쯤은 해야 할 것을 했다고 느꼈다. 노동은 결국 경제와 엮여있다. 노동에 대해 얘기할 때 소득 관련된 것들이 많다. 소득으로 얻을 수 있는 보기 쉬운 돈 이외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돈이 금융시장에서 돌고 있다. 전산거래로 1초간 천문학적 단위가 오가기도 한다. 이러한 돈의 흐름은 금융소비자이기도 한 노동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정말 너무 어렵긴 했지만, 그런 측면에서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 본격적인 시도로는 처음이고, 이 문제가 노동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한, 노동매체에서도 많이 다뤘을 거다. 금융노조나 사무금융노조를 출입하다보면 투기자본 얘기도 많이 했을 것이고 과거 론스타 사태 관련해 외환은행노조를 출입하기도 했지만 그게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지대하다보니까 노동매체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애초에는 노동자들이 사모펀드, 금융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립되면 어떨까, 노동자만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된 기획이었다. 금융이라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걸로 생각하는데 최소한 기본적인 시각을 갖고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그걸 제공하는 계기로 접근했는데, 해놓고 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가 처음 시도한 것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거쳐서 현장의 노동자들이 궁금해하는 걸 좀 더 기사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기자가 궁금하고 쓰고 싶은 걸로 접근하지 않았나 그런 부분은 아쉬웠다. 연재를 하면서 보완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커버 이미지 준비는 어땠나?

: 금융이 생활과 밀접하다는 걸 이번 기획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표지에 대해 생각했을 때 펀드라는 걸 생각해보면 돈, 주식 이런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서 어떻게 해야 새롭게 표현할 수 있을지, 솔직히 어려운 주제였다. 그냥 돈으로 하면 재미없고, 펀드인지도 모를 것 같아서 펀드를 어떤 것에 비유하면 적절할지 중점적으로 고민했다. 그러다보니 쓰러진 기차 아이디어, 저금통, 라임나무도 생각했는데 기차나 저금통은 1차원적이라서 흥미를 끌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꼈다. 차라리 디자인적으로 ‘라임나무라면 어떨까?’ 라는 선택을 했다. 과정이 재밌었고, ‘레트로’라는 틀을 사용해서 진입장벽이 높은 금융과 독자가 친밀해질 수 있는 이미지를 생각해봤다.

사모펀드 사태를 취재하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

 :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으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모펀드 사태 관련 문제해결 부분을 맡아 기사로 쓰다 보니,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하나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는 판매사 외에 자산운용사가 직접적인 책임을 지기 쉽지 않은 구조다. 정무적인 부분도 그렇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부터 시작된 문제인데, 정책설계자나 정책입안자들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물론 판매사가 잘못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여러 주체들의 복합적인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각 주체가 책임의 중점이 된 판매사에 문제를 떠넘기려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했다.

수많은 취재 속에서 취재원들의 사모펀드에 대한 불만을 많이 엿볼 수 있었다. 금융권 노동자들이나 시민단체 활동가분들을 만났을 때 사모펀드 문제에 대한 각자의 마음이 전달돼서 취재가 흥미로웠다.

 :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이 너무나도 미온적이라는 점이었다. 한 취재원과의 인터뷰 중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엄벌로 다스린다는 미국의 사례를 얘기해줬던 게 아직 머릿속에 남는다. 더군다나 사모펀드처럼 블라인드 운용을 하는 경우 이를 빌미로 벌인 사기행위에 대한 마땅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사모펀드는 규제의 넓은 구멍을 빠져나가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모험자본 시장 활성화라는 명목 아래 무자본 M&A로 피해 입은 기업의 노동자는 누가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싶다. 규제강화뿐만 아니라 징벌적 손해배상이 절실하다는 데 격하게 공감했다.

 : 결국 제도라는 부분으로 귀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5년 규제완화 이후 5년 만에 사모펀드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면서 피해자를 낳고 폐해를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사모펀드의 폐지가 불가능하다는 시선들이 남아있다는 걸 보면, 우리 사회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데까지 아직 의식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외국도 하고 있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한계를 우리 스스로 설정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국회의 의원실에 돌아다니면서 얘기를 나누다보니, 사모펀드를 공모펀드화하면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데 충분할 것이라고 봤다.

각자 생각해봤을 때, 문제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건?

: 두 가지를 동시에 가야한다. 피해자 구제를 어떻게 할 거냐, 사모펀드가 자기책임이 맞는데 사기판매가 맞다, 이런 경우는 구제를 해줘야 한다. 라임에 대해 모 증권사는 100% 환불 보장을 팸플릿에 넣어서 나눠줬다. 그렇게 판매를 했는데 어느 누가 안 믿겠나. 그러면 책임을 져야하는 게 맞다. 단기적으로 그런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자기책임도 있으므로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판매사들이 먼저 일부 가지급하고 운용사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한다든지 이런 방안도 충분히 가능하고, 어떤 방식으로 구제할 건지가 첫번째이자 지금 당장의 문제다. 장기적 관점이라고 해서 나중에 할거냐. 나중은 없다. 사모펀드에 대한 시선을 다르게 가질 필요가 있고, 제도 개선 방안이 지금 마련되지 않으면 반복될 뿐이다. 다만 몇일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본다. 제도개선과 같이 가야한다고 본다.

: 사모펀드 문제 관련해 아직까지 속 시원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기사 준비 중에 복합적인 결과라는 생각에 사모펀드 사태에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답이 안 나와서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판매사가 적격성을 속여서 판매한 경우는 판매사가 보상해야 하고, 자산운용사의 책임도 같아야 한다. 많은 시민단체 활동가분들이 살인이나 성범죄는 엄중히 처벌하면서 왜 경제범에 대해 가볍게 처벌하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무거운 처벌이 가능한 구조가 가장 우선이 아닐까 싶다.

 :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하는 건 당연히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이지만, 사회문화적으로 뿌리 깊게 박힌 인식의 개선도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과 관련된 재벌 대기업의 회계문제에 대한 논란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제도적 문제가 생긴 원인도 현실과 동떨어진 주류경제학을 신봉하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득 드는 생각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원천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봉쇄하도록 하는 건 어떨까 생각도 들었다.

취재 후 남는 아쉬움?

: 처음으로 커버스토리 작업을 함께 하게 됐는데, 디자인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다른 자료 확인을 할 시간이 부족해서 스스로에게 아쉬운 마음이 든다. 다음부터는 취재에 동행해서 사안을 심도 있게 파악하고 표지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 금융용어들도 어렵고, 워낙 돈이 복잡하게 흐르다보니까 이해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도 장벽을 콩콩-치면서 취재를 하고, 마지막에 기사를 어떻게 써야할 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정말 재미를 느꼈다. 사모펀드 말고 금융민주주의에 대한 질문도 했는데 담기지 못한 점이 아쉽다.

 : 조금 더 심도 있게 들어갔으면 싶었다. 아직 금융을 쉽고 재밌게 다룰 스스로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 더 공부해야 겠다.

: 처음에 기획을 하면서 금융과 민주주의를 결합하겠다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취재를 하다 보니 금융과 민주주의를 연결하는 게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됐다. 취재원 중에서도 어떻게 연결시킬지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부분에서 이걸 충분하게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었으면 하면 아쉬움이 첫 번째다.

또 하나는 이번 취재 과정에서 금융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많은 공부를 했는데, 사모펀드에 집중하다보니 취재 내용을 많이 녹여내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그러니 앞으로의 연재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두 번째다.

우리 사회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아직 문제가 터지지 않은 곳은 잠잠하다. 결국 우리 사회가 문제가 터져야만,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문제라고 인식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문제가 터졌을 때 이 문제를 확장해서 시사점을 찾아내고, 우리 사회를 제도개선 등을 통해 한 걸음 나아가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인식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편으로 아쉽다. 그만큼 기자들이 해야 할 역할이 많겠다는 생각과 함께 책임감도 생각해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