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놈들 4명이 와서 갑자기 공장문을 닫는다고 했다"
"미국놈들 4명이 와서 갑자기 공장문을 닫는다고 했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10.16 16:24
  • 수정 2020.10.16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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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 국회 앞 1인시위
"한국게이츠 폐업은 '흑자폐업' '먹튀폐업'··· 국회, 정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16일 오후 금속노도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 권도혁 조합원이 '30년 흑자기업 일방적 공장폐업 외국계 먹튀자본 국회가 해결하라!' '한국게이츠 한국공장 폐업 후 중국산 부품수입 147명 집단해고 국회가 앞장서라' 피켓을 들고 1인시위 중이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16일 오후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 권도혁 조합원이 '30년 흑자기업 일방적 공장폐업 외국계 먹튀자본 국회가 해결하라!' '한국게이츠 한국공장 폐업 후 중국산 부품수입 147명 집단해고 국회가 앞장서라' 피켓을 들고 1인시위 중이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미국놈들 4명이 와가지고 갑자기 공장문을 닫는다는 겁니다."

지난 6월 26일 금요일 오전 10시, 외국계 자동차부품 업체인 한국게이츠 대구공장에서 20년간 설비보전 일을 해온 권도혁(45)씨는 "말이 안 되는 일"을 겪었다. 본사에서 "대구공장을 법적 절차와 규정에 따라 폐쇄하고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한 거다.

사측은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 구조조정 방안이며, 코로나19로 일정이 앞당겨졌다고 주장했지만 권씨는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국게이츠는 해마다 수십억 원의 흑자를 내는 기업이다. 게다가 대구공장은 폐업했지만 사측은 판매법인은 그대로 둔 채,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국내 완성차업체에 공급한다고 한다. 한국 시장에서 이익은 계속 챙기겠다는 뜻이다. 금속노조가 이번 사태를 '흑자폐업' '먹튀페업'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다. 

정부도 외국인 투자회사의 철수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땅치 않다 보니 한국게이츠는 공장 전체를 문 닫는 데 막힘이 없었다. 한국게이츠는 7월 말 공장폐업 전 희망퇴직을 제안했고, 전체 직원 147명 중 권도혁씨를 비롯해 25명은 거부했다. 남은 이들은 공장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사측은 노동자들의 공장 출입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대구지방법원에 냈다. 가처분 신청 결과는 오는 27일 나온다. 

현재 남은 25명은 조를 짜서 3박 4일씩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정부와 국회에서도 사태 해결에 나서주길 촉구하고 있다. 권도혁씨는 "어제(15일)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정감사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국회, 정부, 지자체가 외국인 투자기업의 흑자폐업, 먹튀폐업을 막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지금 한국게이츠 대구공장 직원 147명뿐 아니라 51개 하청업체 직원과 그 가족까지 하면 6,000여 명이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16일 오후 국회 앞, 스스로 깃대가 되어 1인시위에 나선 권도혁씨는 "아침엔 원청인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앞, 점심엔 국회 앞, 저녁엔 청와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선다"며 촘촘한 투쟁 일정처럼 "25명이 바쁘게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