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강사들 "문 대통령에 답한다··· 신분 보장이 우선"
방과후강사들 "문 대통령에 답한다··· 신분 보장이 우선"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10.23 10:26
  • 수정 2020.10.23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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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국무회의 모두발언서 방과후강사 지원책 마련 언급
방과후강사노조 "근본적 대책은 방과후교실 법적 근거 마련과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
23일 오전 방과후강사노조가 진보당과 함께 '방과후학교 수업정상화 전국민고용보험 도입'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은 지난 19일부터 서울, 경기, 강원, 부산, 대구, 울산, 제주 등 전국 고용노동청 앞에서 일주일 동안 피케팅을 진행했다. ⓒ 방과후강사노조
23일 오전 방과후강사노조가 진보당과 함께 '방과후학교 수업정상화 전국민고용보험 도입'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은 지난 19일부터 서울, 경기, 강원, 부산, 대구, 울산, 제주 등 전국 고용노동청 앞에서 일주일 동안 피케팅을 진행했다. ⓒ 방과후강사노조

코로나19로 등교수업이 중단되면서 생계절벽에 몰린 방과후강사들을 위한 정책 점검과 지원책 마련을 당부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방과후강사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은 법적 지위 확보와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여성노동자 비율이 특별히 높은 간병인, 방과후교사, 아이돌보미 등 비정규 노동자들은 코로나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며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 분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한 정책을 점검하고 필요지원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위원장 김경희, 이하 방과후강사노조)는 22일 성명서를 통해 "학교 안에서 차별받으며 코로나19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방과후강사에게 방과후강사 법제화와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방과후강사노조는 "우리는 9개월째 무급 휴직으로 생계 절벽 상태에 놓여 있지만 교육당국은 어떠한 생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대출도 불가능했고, 강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일자리조차 학부모나 퇴직 교원들에게 양보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방과후강사들은 20년 넘게 운영된 방과후학교의 책임과 지원의 주체를 명확히 하는 법적 근거 마련이 이 같은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방과후강사노조는 지난 20일 초중등교육법에 방과후학교의 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 입법운동에 돌입한 바 있다.(▶방과후교실 법제화 국민동의청원)

방과후강사노조는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보통 1년마다 계약하는 학교 또는 위탁업체의 지시를 받고 일하지만 개인사업자 취급을 받는 특수고용노동자인 방과후강사들은 코로나19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방과후강사노조에 따르면 방과후강사들은 개인사업자 취급받지만 정작 개인사업자 등록증은 없어 코로나19 관련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없었고, 이직을 준비하려 해도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니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은 먼 일이었다. 

방과후강사노조는 "전국 12만 방과후강사들은 앞으로도 방과후학교를 지키는 든든한 교육노동자로서 코로나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살피고 싶다"며 "이제 그 답을 교육당국과 국가가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래는 방과후강사노조 성명서 전문.

성명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 발언 중 방과후강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에 방과후강사노동조합이 답합니다.

학교 안에서 차별받는 방과후강사, 방과후강사 법제화와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절실합니다.

교실이 아닌 복도를 서성이는 방과후강사입니다. 법으로 근로조건이 보장되지 않아 단기계약으로 늘 고용이 불안한 상태에서 1년 때로는 3개월짜리 계약서를 쓰고 있습니다. 쓰레기 봉투와 보드마커도 지급하지 않는 학교가 있습니다. 방과후강사는 사물함은 고사하고 수업 중에도 눈치를 보며 냉난방기를 사용합니다. 강사 대기실조차 없어서 방과후강사들은 복도를 서성거리는 유령이 되었습니다. 올해 1년 내내 방과후 수업이 중단되고 학교 방역 도우미를 하며 발열 체크 업무로 일찍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한여름에는 방과후강사가 그늘에 주차하자 교사들을 위해 햇볕에 주차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방과후강사는 코로나19 이후 강사, 방역 도우미 등 여러 호칭으로 불립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개인사업자 프리랜서라는 차별과 배제를 상시적으로 겪지만 아이들은 방과후강사를 선생님이라 부릅니다. 법적 근거 없이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방과후강사는  26년째 ‘유령’같은 존재라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실제로 국가는 방과후강사를 국민이 아닌 유령 취급을 하였습니다. 저희는 9개월째 무급 휴직으로 생계 절벽 상태에 놓여 있지만 교육당국은 어떠한 생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대출도 불가능하였고, 강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일자리조차 학부모나 퇴직 교원들에게 양보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긴급안정지원비를 2차례 받은 것이 전부입니다. 그 누구도 이것으로 9개월을 버틸 수는 없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방과후강사들의 현실은 너무나 참혹합니다. 올해 방과후강사 70%가 월 수입이 0원입니다. 프리랜서라는 이유 하나로 방과후강사들이 학교 밖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어느 강사님은 작년에 이혼하고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맞습니다.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죽기는 매한 가지입니다. 이런 상태로 계속 간다면 코로나로 죽기 보다는 굶어 죽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런 상황이 와도 교육부는 저희 방과후강사들을 수익자 부담이라, 비정규직이라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하시겠습니까?

맞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재난은 약자에게 먼저 다가오고, 더욱 가혹하기 마련입니다. 20일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여성 노동자 비율이 높은 방과후교사의 경제적 고통과 필요한 지원책 마련을 말씀하셨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돌봄과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 말씀하셨습니다.” 전국 12만의 방과후강사들에게 불평등 해소는 과제가 아닌 생존입니다. 그 동안의 모든 불안과 차별을 감내했지만 돌아온 것은 유령취급이었습니다.

방과후학교의 법적 근거 마련은 방과후강사뿐 아니라 학교와 학생, 학부모에게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법을 통해 방과후강사의 고용구조를 안정적으로 개선하고 보다 효과적인 교육복지를 실현해야 합니다. “보고 싶어요, 선생님” 아이들의 편지에 그 어떤 답도 할 수 없는 저희는 방과후강사입니다. ‘방과후강사 법제화’와 ‘전국민고용보험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책무입니다.대통령께서는 “국민의 삶을 지키는 든든한 정부로서, 코로나로 인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세심하게 살펴주기 바랍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전국의 12만 방과후강사들은 앞으로도 방과후학교를 지키는 든든한 교육노동자로 살고 싶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살피고 싶습니다. 그 시작은 방과후학교 수업 정상화와 법제화입니다. 이제 그 답을 교육당국과 국가가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0.10.22.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