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안, 이제 본회의 남았다
노조법 개정안, 이제 본회의 남았다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12.09 11:38
  • 수정 2020.12.10 0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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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이어진 환노위, ILO 기본협약 의미 담은 법안 본회의에 상정
정부발의안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남은 독소조항
노동계-재계 모두 불만
국회. ⓒ 참여와혁신 포토DB
국회. ⓒ 참여와혁신 포토DB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9일 새벽까지 이어진 회의 끝에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정부가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노조법 개정안) 등 노동법을 의결했다. 이날 예정된 본회의를 통과하면 해고자의 노조 활동과 특수고용노동자의 고용보험, 산재보험 가입 등이 가능해진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8일 19시 50분에 시작한 제6차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장시간 논의 끝에 노조법 개정안과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공무원노조법 개정안),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교원노조법 개정안) 등의 수정법안을 의결했다. 법안심사소위에서 수정된 법안은 9일 오전 1시 30분 제18차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로 설정하는 정부발의안대로 통과됐다. 노동계가 ILO 기본협약 중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반대했던 ▲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제한 ▲사업장 점거형태의 쟁의행위 제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의 조항은 삭제됐다. 또 정부발의안에 포함된 단체협약 유효기한을 3년으로 연장한다는 조항 역시 ‘최대 3년’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은 교원을 제외한 교육공무원과 소방공무원, 퇴직공무원의 노조 가입 및 활동 보장과 가입 조건 중 직급제한 삭제 등의 내용으로 통과됐다.

한편 8일 국회는 아수라장이었다. 7일 더불어민주당이 9일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나서자 국민의힘이 국회 법사위 회의실과 로텐더홀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 환노위 위원들은 8일 환노위와 법안소위를 보이콧했다. 또, 법안소위에 상정된 안건을 무더기로 안건조정위원회에 상정하면서 8일 오전 11시, 국회 환노위는 제1차 안건조정위원회를 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한 발 물러서 특수고용노동자의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이른바 ‘특고3법’의 안건조정위 상정을 취소했다. 환노위는 8일 19시 30분 속개한 제17차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특고3법’을 먼저 통과시킨 후,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환노위 위원은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재계, “일방적 법안 통과… 입법절차 중단 후 재논의해야”

먼저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는 “그동안 경제계가 반대해온 노동관계법이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회가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 역시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한 절차에서 경영계의 요청사항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입법 절차가 강행되고 있다”며 “노조에 기울어진 힘의 균형을 더욱 쏠리게 해 노조의 과도하고 무리한 요구와 과격한 강경 투쟁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고3법에 대해서도 “당사자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재계는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노동관계법의 본회의 상정 등 추가적인 입법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며 “상임위원회 차원의 심도 있는 재논의를 통해 경영계 입장이 반영된 균형 있는 노동관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ILO 기본협약 비준과는 관련 없는 경영계 소원풀이”

노동계 역시 이번에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은 “여전히 불필요한 독소조항이 살아있는 개악 법안”이라며 “단체협약 유효기한 연장, 해고자 등 인원 근로시간면제한도 및 다수노조 판정 인원 제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등의 조항이 어딜 봐서 ILO 기본협약 정신에 부합하고 보완하는 제도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기영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처음 발의했던 안보다 많이 나아진 것은 맞지만, ILO 기본협약 비준과는 전혀 상관없는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포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경영계 소원풀이인 셈”이라며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조항 역시 여전히 살아있고 부칙으로 경사노위에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라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오늘 본회의에서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임시국회가 예정된 10일까지 한국노총은 철야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비대위원장 김재하)은 입장문을 내고 “ILO 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해왔던 정부여당이 현행법을 후퇴시키면서까지 ILO 협약을 위배하는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며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정부 노조법 개정안 중 일부 독소조항은 덜어냈지만 여전히 노동현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독소조항들이 살아남아 개악 기조가 유지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여당의 의지만 있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도 가능한 상황이고 ILO 핵심협약 비준도 바로 처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노동기준이 성립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국회 환노위 문턱을 넘은 노동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국민의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국민의힘에서 국회 본회의에 불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노동계와 재계의 반발이 거센 상황 역시 노동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이 단독으로 의결하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9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10일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의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국회의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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