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련 삼성그룹노조연대, 2021년 공동교섭 요구
금속노련 삼성그룹노조연대, 2021년 공동교섭 요구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2.09 00:27
  • 수정 2021.02.09 0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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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사업장 투쟁으로는 거대 자본 대응 못 해”
​​​​​​​‘인사고과‧성과제 개편’ 등 5대 공동요구안 발표
8일 오후 1시 서울시 여의도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삼성에 공동교섭 요구’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금속노련 산하 8개 삼성그룹 노동조합이 공동교섭을 요구했다. 이들은 노동조합 활동을 억누르는 노사협의회 중단, 그룹사 교섭체제 확립을 주장하며 5대 공동교섭요구안도 발표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만재, 이하 금속노련)과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이하 삼성그룹노조연대)가 8일 오후 1시 서울시 여의도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삼성에 공동교섭 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삼성그룹노조연대는 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디스플레이노동조합 ▲삼성SDI울산노동조합 ▲삼성화재노동조합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동조합 ▲삼성웰스토리노동조합 ▲삼성생명직원노동조합 ▲삼성에스원참여노동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금속노련, 공공연맹, 연합노련 등으로 분리된 상급단체를 올해 1월 모두 금속노련으로 일원화한 바 있다. 효율적인 공동대응을 위해서다.

삼성그룹노조연대는 “지금까지 각 사업장에서 노력하고 투쟁했으나 최종적으로 도달한 결론은 개별적·산발적으로는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서로의 차이를 허물로 공동요구안을 중심으로 거대 자본 삼성과 맞서려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1년 공동교섭 요구안으로 ▲임금 6.8% 인상 ▲나쁜 성과 부추기는 인사평가제도 개선▲불공평‧불공정‧불합리한 목표 및 성과 인센티브제도 개선 ▲통상임금 정상화 ▲만 60세 정년 보장 및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제시했다.

공동요구안① 임금 인상

삼성그룹노조연대의 임금인상요구안 6.8%는 2월 4일 한국노총이 2021년 임금인상지침으로 밝힌 수치로, 2021년도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3.2%), 2021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1.0%), 최근 3년간(2017년∼2019년) 협약 임금 평균인상률(3.9%)을 고려했다. 단 삼성그룹노조연대는 개별 기업의 경영사정에 따라 임금인상요구율은 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공동요구안② 인사평가제도 개선

삼성그룹은 현재 5개 등급(가~마)의 연봉등급을 운영하고 있다. 연봉등급은 인사고과에 크게 좌우된다. 연봉등급의 고저를 결정짓는 인사고과는 상대평가로 진행된다. 더욱이 최하위와 차상위고과는 할당제로 운영돼 객관적인 실적이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반드시 하위고과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위고과는 곧 하위연봉등급으로 직결된다. 연봉등급 ‘라’인 경우 전년 대비 임금동결이 되며, ‘마’인 경우 전년대비 임금이 5~10% 삭감된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왼쪽부터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금융노조 위원장),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오상훈 삼성화재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공동요구안③ 성과급제도 개선

인사고과는 연봉등급 조정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센티브에도 영향을 미친다. 삼성그룹은 현재 성과제도로 목표달성인센티브(TAI, Target Achievement Incentive) 및 성과인센티브(OPI, Overall Performance Incentive)를 두고 있다.

TAI는 연초 설정된 개인 목표를 달성할 시 월 기본급의 최대 100%까지 지급되는 성과제도다. OPI는 회사의 영업이익에 비례한 성과급이다.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성과제도다. OPI 금액은 개인의 인사고과에 영향을 받는다. TAI와 OPI의 산정 기준과 지급방식이 불투명하고 모호하다는 게 삼성그룹노조연대의 입장이다.

공동요구안④ 통상임금 해결

또한 삼성그룹노조연대는 통상임금 산정 기준 정상화를 요구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노조, 삼성SDI울산노조, 삼성화재노조,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등은 통상임금과 관련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 삼성그룹에서는 여러 수당 중 ‘고정시간외수당’이 존재한다. 삼성그룹노조연대에서는 그동안 고정시간외수당이 가산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속삼성연대는 “통상임금을 정상화하는 데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소송을 지양하고, 소송을 통한 법적 해결보다는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한 대화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요구안⑤ 임금피크제 폐기

삼성그룹은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업종별로 양태가 다르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제조업종의 경우 현재 만 57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며. 57세부터 매년 연봉 5%를 삭감되고 기본 임금인상률이 적용되지 않는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등 금융업종의 경우 55세부터 10% 연봉을 삭감하여 60세에는 연봉 40%가 삭감되지만 기본 임금인상률은 적용된다.

삼성그룹노조연대는 “정년 이전에 조기 퇴사를 종용하고 임금피크제를 강제하는 것은 고령자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라면서 “가장 좋은 노후 보장은 정년까지 일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금융노조 위원장)은 “삼성그룹노조연대가 2021년 공동교섭에서 잘못된 평가제도, 하위고과자에 대한 임금삭감 등을 폐지하는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해낼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삼성그룹사 공통의 과제를 8개 노조와 소모적인 협상으로 풀기 보다는 공동교섭을 통해 생산적인 협상을 제안한다”면서, “공동교섭을 통해 삼성이 진정 무노조 경영을 포기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이어 삼성그룹노조연대는 “삼성그룹에 2021년 임금교섭을 공동교섭 형식으로 진행하기를 요구한다”면서, “공동요구안 중 제도개선 요구안에 대해 삼성그룹 차원의 공식적 입장이 없을 경우 각 사업장과 단위노조별 2021년 임금교섭은 난항을 거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조회에 따르면 삼성그룹에는 60개의 계열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노동조합도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 산하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화재애니카지부 ▲삼성지회 ▲삼성지회 씨에스모터스분회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이 조직돼 있으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도 삼성에스원노동조합이 가입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