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3공장 다차종 생산시스템 도입 두고 ‘고용경쟁’
현대차 울산3공장 다차종 생산시스템 도입 두고 ‘고용경쟁’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4.09 11:44
  • 수정 2021.08.20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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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비정규직 혼재돼 있는 간접생산 부문, 자동화에 고용불안 심화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불법파견 소송 증거 인멸하려는 것”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현대차 울산3공장에서 다차종 생산시스템 도입을 두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고용경쟁’이 발생했다. 자동화에 따라 비교적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마저 감소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울산3공장 생산체제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현대차 울산3공장은 현대차 울산공장 내에서도 가장 많은 차종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울산공장에서는 총 28종의 차량이 생산되는데, 울산3공장에서는 9개 차종(파생모델 합산)이 생산된다. 아반떼, i30, 아이오닉, 베뉴 등이 현대차 울산3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종이다.

현대차가 이번에 도입하려는 다차종 생산시스템은 ‘부품공급방식의 자동화’로 설명할 수 있다. 간접생산 부문인 생산관리부서의 자동화다. 현재 현대차 공장에서는 팰릿(Pallet) 방식으로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물류 노동자가 자동차 조립에 필요한 중‧소형 부품부터 시트, 에어컨 등 대형 모듈 부품을 공장 내 하차장으로 운송하면, 하차장으로 운송된 부품을 서열 노동자가 각 라인의 필요에 맞게 자재 선반으로 운반하고 적재한다. 조립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팰릿 시스템에서는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운송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작업을 노동력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관리부서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총 2,898명에 달한다. 이중 정규직은 1,509명, 촉탁직은 301명, 1차 하청 105명, 2차 하청 983명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도입하려는 다차종 생산시스템에서는 이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특히 다차종 생산시스템의 핵심인 ‘원키트 시스템’은 1개 차량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중소형 부품을 하나의 운반차에 담아 조립중인 차체와 나란히 이동시킨다. 필요 부품을 조립 라인에 배치시키는 데 필요한 인력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자동화로 일자리 축소
고용경쟁하려니 “깝깝한 노릇”

현대차는 다차종 생산시스템 도입을 통해 울산3공장을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현재 울산3공장이 담당하고 있는 9개 차종을 더욱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 입장에서 보면 문제는 고용이다. 부품공급방식의 자동화로 인해서 생산관리부서의 노동자는 고용불안에 휩싸였다.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지회장 윤상섭)는 “현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 비정규직 인원의 90% 이상이 생산관리부서 업무에 종사하고 있고, 원키트 시스템 도입 시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자기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동시에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정규직 노동조합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를 비판했다. 현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3공장 사업부위원회(대표 임병우)는 현대차와 다차종 생산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8일 오후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공개한 3공장 사업부위원회와 현대차 사이의 ‘고용안정 확약서’에는 “다차종 생산시스템 도입관련, 생관3부 조합원에 대해서는 고용 보장한다. 원할 시 타부서/타사업부(생관우선) 순으로 노사 협의하여 진행한다”고 돼있다.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방안이 빠져 있다는 게 현대차비정규직지회의 주장이다.

자료 =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사실상 정규직들은 별도 확약서 내용을 토대로 노사협의를 통해 자신들의 고용을 확답(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정리해고가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관계자는 “(고용확약서는) 현대차지부 차원에서 진행한 게 아니라 3공장 사업부에서 진행한 사안”이라면서도 “참 갑갑한 노릇이다. 정규직 고용도 줄어서 다른 공장에 가야 하는 상황이다. 양쪽 모두 이해는 가지만 갑갑하다”고 전했다.

현대차 울산공장도 “아직 다차종 생산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확정된 바가 없다. 노동조합에게 설명회를 한 차례 진행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일자리 잃으면
불법파견 소송은 어떻게?

현대차비정규직지회에서는 이번 조치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불법파견 소송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의도도 포함돼 있다고 봤다. 관례적으로 작업권 반납 등의 이유로 하청업체가 더 이상 원청의 사업장에서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 하청노동자는 다른 업체로 전환배치가 됐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전환배치될 사업장 자체, 일자리 자체가 없어지는 형국이다.

대신 현재 현대차는 다차종 생산시스템 구축과정에서 사외 통합서열창고(부품창고)를 건설할 계획을 밝혔다. 김현제 전 지회장은 “회사는 설명회 자료에서 ‘사외 통합서열창고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일은 시켜줄 테니 사외로 나가서 근무해라’고 하는 것 같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불법파견 소송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것, 현대글로비스로 일감을 몰아주기 위한 것 등등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5월 8일 오후 2시 울산시 양정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 열린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원청교섭 촉구' 기자회견 현장. ⓒ 금속노조
지난해 5월 8일 오후 2시 울산시 양정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 열린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원청교섭 촉구’ 기자회견 ⓒ 금속노조

현대차 노사는 불법파견 판결에 따라 2016년부터 6,0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순차적으로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했다. 이 때 정규직이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접생산(조립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다. 현재도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현대차와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불법파견 소송의 당사자는 간접생산 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다차종 생산시스템 구축으로 고용불안을 가장 크게 느끼는 노동자이기도 하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현대차3공장에 다차종 생산시스템을 우선 도입해 스마트 모빌리티 공장의 표본을 세우려 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전 공장으로 확산되어 운영될 것이 분명하다. 몇 년 안에 생산관리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울산공장은 “별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