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산재 사망 20일 만 원청 공식 사과···대책위 “유감”
평택항 산재 사망 20일 만 원청 공식 사과···대책위 “유감”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5.12 23:56
  • 수정 2021.05.13 0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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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원청 동방 대국민 사과문 발표
대책위 “유족 앞에 감사결과 보고와 사과 선행하지 않은 성급한 기자회견”
지난 6일 오전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nbsp;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br>
지난 6일 오전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지난달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 이선호(23) 씨가 산업재해로 숨진 사고에 대해 원청업체가 공식 사과했다. 사고 20일 만이다. 다만 유가족과 사전 논의 없이 이뤄진 데다 원청업체 측의 자체 감사 결과 보고도 공개되지 않아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오후 이선호 씨가 속했던 인력회사의 원청업체인 ‘동방’ 관계자들은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 운영동 앞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성경일 동방 대표이사는 “한 가족의 사랑하는 아들이자 삶을 지탱하는 희망이었던 청년이 평택항에서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며 “유가족의 고통과 슬픔 앞에 정중한 위로와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동방은 사고 책임을 인정했다. 성경일 대표이사는 “컨테이너 작업 중 안전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며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재발 방지 약속도 포함됐다. 성경일 대표이사는 “항만 터미널의 모든 작업 현황 및 안전관리 사항을 다시 점검하겠다”며 “나아가 안전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적절한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해 유사한 안전사고의 재발을 반드시 막겠다”고 했다.

이어 “보상을 논하는 것이 유족에게 결례일 수 있지만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장례절차 등은 유족의 뜻에 따르겠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이번 사고로 심려를 끼치게 된 점을 송구스럽고, 고인과 유가족에게 다시 사죄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유가족과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이날 밤 입장문을 내고 “유족 앞에 동방의 자체감사 결과 보고와 사과를 선행하지 않고, 성급하게 대국민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에 대해 유족과 대책위원회는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대책위원회는 동방 측이 “업무통폐합, 체계 없는 업무환경 등으로 인한 사고의 구조적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근본적 문제를 외면한 채 사과의 모양만 갖추려는 형태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동방이 보상을 언급한 지점엔 “사과와 합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보상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아직 유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부족함으로 받아들인다”고 대책위원회는 밝혔다. 

대책위원회는 “미흡한 점을 찾아 구체적인 개선과 재발방지를 대책을 마련해 현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유족이 납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과의 진정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