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요구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살펴보니
민주노총이 요구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살펴보니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5.27 19:20
  • 수정 2021.05.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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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결정… 구성 및 위촉 기준 개선해야”
산입범위 정상화·가구생계비 반영 등 요구
최고임금제·징벌적 손해배상 등 신설 담겨
민주노총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민주노총은 지난 4월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양경수, 이하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한편, 제도 개선 역시 중요하다며 최저임금법 개정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이 공개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봤다.

산입범위 정상화·가구생계비 반영 요구

먼저,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노동자의 생계비가 아닌 가구생계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을 ‘노동자의 생계비’가 아닌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비’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다.[▶관련 기사: 민주노총 “최저임금 ‘노동자와 그 가족 생계비’로 결정돼야”]

민주노총은 “ILO 기본협약 제131호는 최저임금 결정 시 가구생계비를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있으며 최저임금제도개선 전문가 TFT에서도 다양한 가구생계비 자료를 활용해 최저임금을 결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이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맞게 최저임금 결정 시 고려되는 생계비는 가구생계비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현행 최저임금법 제5조(최저임금액)에는 “수습 중에 있는 근로자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과 다른 금액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다”는 감액 규정이 있는데, 민주노총은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법에 명시된 ‘수습 중에 있는 근로자’의 상당수는 편의점, 카페 등에서 일하는 청년일 텐데, 최저임금 감액 규정은 이들의 노동력과 임금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수습 중에 있는 노동자라고 해서 최저임금을 감액할 합리적 이유 역시 없다”고 지적했다.

또, ‘최저임금 산입범위 정상화’를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자 최저임금 실질 인상 효과가 사라졌다며 이를 ‘개악’으로 간주하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산입범위 확대 이전과 같이 상여금, 식비, 숙박비, 교통비 등을 산입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임금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제6조(최저임금의 효력)에 신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살찐 고양이법’으로 불리는 최고임금제 신설도 요구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과 연계한 최고임금을 만들자는 취지다. 공무원, 공공기관 임원, 지방공사와 지방공단의 임원 및 대기업 임원의 보수가 최저임금의 3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앞서 지난 3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참여와혁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고임금제에 대해 “민간기업의 최고임금을 최저임금과 연동시킬 경우 기업주가 자기 임금 올리려면 최저임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이를 법제화한다면 부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분배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저임금, 사실상 공익위원이 결정해”

특히, 최근 민주노총이 강하게 요구하는 것 중 하나는 최저임금위원회 구성 개편이다.

최저임금은 노·사·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의 위원이 논의를 통해 결정하는 구조인데,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서로 반대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 9명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현재 정부가 추천하는 공익위원을 위촉하는 방식이 아닌 노사정이 각각 3명씩 추천하는 인사를 공익위원으로 위촉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익위원 위촉 기준 역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인수 원장은 “현재 공익위원 구성 현황을 살펴보면 노동 분야의 교수 등으로 채워져 있는데, 이들은 최저임금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의 애환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위촉 시점을 기준으로 최근 5년 이내에 최저임금 적용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들을 공익위원으로 추가자고 제안했다. 신인수 원장은 “이렇게 하면 최저임금 당사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 최저임금법은 가사 노동자, 장애인(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지 않은데, 최저임금 제도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기 때문에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게 민주노총의 목소리다.

이 밖에도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 삭제 △택시업종 최저임금 산정 기준 명시 △도급인 책임 강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시 동의 원칙 확인 △최저임금 차액에 대한 정부 지급 신설 △최저임금법 위반 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 신설 △최저임금제 안착과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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