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체 노동자 파업 제한하는 노조법, 헌법재판소 간다
방산업체 노동자 파업 제한하는 노조법, 헌법재판소 간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6.15 21:46
  • 수정 2021.06.1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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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에 주먹 없이 올라가는 격” 파업권 행사 불가한 방산업체 노동자
​​​​​​​‘주로 방산물자 생산하는 자?’ 명확성 떨어져 … 부당노동행위 악용도 빈번
10월 9일 낮 12시 30분 장교동 한화본사 앞에서 열린 상경 집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2019년 10월 9일 낮 12시 30분 장교동 한화본사 앞에서 열린 상경 집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방산업체 노동조합의 쟁의권을 제한하는 노동조합법이 위헌법률심판을 받는다. 창원지방법원 형사1단독(주심 김민상 부장판사)은 10일 방산업체 노동자의 쟁의권을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기로 했다. 방산업체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동3권 중 하나인 쟁의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산업체 노동자는 파업을 못 해

현행 노동조합법은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 중 전력이나 용수, 방산물자를 주로 생산하는 노동자의 경우 쟁의행위를 제한하고 있다(제41조의 2).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제88조). 이는 노동조합법이 규정하는 최고 형벌에 속한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도 처벌이 세다.

또한 노조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자’는 방산물자 완성에 필요한 ‘제조·가공·조립·정비·재생·개량·성능검사·열처리·도장·가스취급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자를 말하며, 상당히 광범위하게 규정돼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방산업체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쟁의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창원지방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정에 나선 것은 허순규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전 수석부지회장의 노동조합법 제41조의 2 위반 혐의를 다루는 재판 과정에서였다.

삼성테크윈은 2014년 11월 26일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2015년 6월 한화테크윈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한화테크윈은 2017년과 2018년 계열사 정리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및 자회사 3개(한화디펜스, 한화정밀기계, 한화파워시스템)와 보안부문(CCTV)을 떼어낸 한화테크윈, 총 5개의 회사로 재편했다. 지회는 사명을 바꾸기 전 2014년 12월 12일 ‘삼성테크윈지회’로 설립됐다.

허순규 전 수석부지회장은 2018년 7월 16일부터 2019년 3월 6일까지 37회에 걸쳐 지명파업을 실시한 혐의로 2020년 12월 31일 한화디펜스로부터 기소됐다(창원지방법원 2020고단4257 사건). 동일한 시기 지명파업을 실시한 혐의로 정병준 삼성테크윈 전 지회장, 최태돈 전 부지회장, 권오택 전 사무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기소됐다(창원지방법원 형사7단독(김초하 판사) 2020고단4256 사건).

방산업체 파업권 제한,
노동권 극심한 침해

삼성테크윈지회는 그동안 방산업체의 쟁위권을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및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폐해로 제대로 된 교섭을 진행하지 못했다.

허순규 삼성테크윈지회 전 수석부지회장은 “원래 하나였던 회사가 5개로 쪼개지면서 교섭력이 약화됐다”며, “기업노조가 다수인 계열사는 대표교섭을, 금속노조가 다수인 계열사는 개별교섭을 실시했다. 더불어 금속노조가 다수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한화디펜스는 방산업체이기 때문에 쟁의권 사용이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측에서 해를 넘기는 교섭전략을 가져와도 파업이 제한되니 노동조합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대리인 ‘법무법인 여는’은 방산업체 노동자의 쟁의권을 막는 노동조합법 제41조의 2에 대한 위헌법률심사를 신청했다. 여기에 창원지방법원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무법인 여는은 위헌법률심판제청문에서 노동조합법 제41조의 2가 명확성 및 법률유보원칙,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은 방산업체 노동자 중에서도 쟁의권을 행사할 수 없는 노동자를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자’로 규정하는데, 이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방산업체로 지정된 사업장 중에서도 민수물자를 생산하기도 하고, 방산물자 생산 비중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한 같은 제품을 생산해도 구입처에 따라서 군수물자로 분류되기도 하고 민수물자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민수-방산물자 생산이 혼재돼 있다.

법무법인 여는은 “어떤 노동자가 방산물자와 민수물자를 동시에 생산하는 경우, 이 노동자도 쟁의가 금지되는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들어가는지 여부에 대하여 전혀 알 수가 없다”면서 “극단적으로는 방산물자 생산업무가 전체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밖에 되지 않는 경우에도 ‘주로 방산물자 생산 종사자’로 볼 것인지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은정 인제대 법학과 교수는 “노동조합법 제41조의 2의 위헌성은 불명확성에 기인한다”며, “방산물자 지정 및 지정취소는 행정청에게 재량권이 부여돼 있는 재량행위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노동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제41조의 2가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은정 교수는 “노동조합법 제41조의 2와 유사하게 쟁의행위권을 제한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는 노동조합법 제71조의 1에 의하여 사업이 정해지는 것과 비교하면 법률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이를 통해 노동자의 쟁의행위권을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과 기본권 제한에 대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방산업체 지정이 법률이 아닌 행정재량에 맡겨진 점과 더불어 같은 노동조합법상 쟁의권을 제한하는 유사 제도인 필수유지업무제도와 비교해봤을 때도 방산업체의 쟁의권을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제41조의 2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링에 주먹 없이 올라가는 격”

이러한 법률의 불명확성은 방산업체 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가능성도 있다. 쟁의권 행사의 성공여부가 파업 참가율에 달려있는데, 파업 자체가 불가하기 때문에 쟁의권 행사 성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의 입장에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노동자는 ‘무임승차자’로 비춰질 수 있어 현장의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 더불어 대다수가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사업장의 경우 아예 쟁의권을 행사할 수 없는 문제점도 있다.

더욱이 부당노동행위의 일환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여는은 “금속노조 S&T모티브지회(옛 대우정밀)에서 2014년경부터 민수물량은 줄어들고 방산물량이 늘어났다며 민수사업부에 있던 조합원들을 방산사업부로 전보시킨 바 있다. 이어 2015년부터는 연봉제 전환에 동의하지 않고 노동조합 탈퇴도 거부한 자만 선별적으로 방산사업부로 전보조치했다”면서, “방산업체 사용자는 조합원들을 방산사업부로 전보조치하여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회사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받기란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2018년 10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에게 특근 지시 불이행 및 휴일근로 거부가 노동조합법상 위반일 수 있음을 알렸다. 자료 =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2018년 10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에 특근 지시 불이행 및 휴일근로 거부가 노동조합법상 위반일 수 있음을 알렸다. 자료 =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권오택 삼성테크윈지회 전 사무장은 “방산업체 노동자는 대항할 수단이 없다. 삼성 시절부터 회사에서는 ‘너희는 파업도 못 한다. 노조 만들어서 뭘 하겠냐’였다”면서, “링에 주먹 없이 올라가는 격”이라고 전했다.

권오택 전 사무장은 방산업체의 쟁의권이 법적으로 불분명하게 제한돼 있다 보니 현장 노동조합 활동가는 법적인 처벌을 과도하게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오택 전 사무장은 “탱크를 만드는 현대로템, 포신을 만드는 현대위아 등 많은 회사들의 노동조합 간부들이 전과자 신세”라고도 밝혔다. 실제로 권오택 전 사무장은 2015년 삼성테크윈 매각 당시 단체휴가를 내서 주주총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에 처해진 적 있다.

허순규 전 수석부지회장은 “노동자 개개인이 힘이 약하니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만들어서 뭘 할 수 있냐’는 태도였다”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고 보호라는 법이 오히려 노동조합 활동을 억누르는 데 사용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