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지부, 전면 파업 시작 … 조경근 지부장 크레인 농성 돌입
현대중공업지부, 전면 파업 시작 … 조경근 지부장 크레인 농성 돌입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7.06 17:52
  • 수정 2021.07.06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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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7월 6~9일 4일간 전면파업 돌입
2019년·2020년 임단협 난항, 2021년 교섭도 대기 … 파업 장기화 가능성 커
울산 현대중공업 판넬 공장 앞 40m 높이의 턴 오버 크레인에서 조경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이 고공농성으로 전면파업을 알렸다.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7월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조경근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은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판넬 공장 앞 40m 높이의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으로 전면파업의 시작을 알렸다. 현대중공업지부가 전면파업에 나선 건 2019년 6월 이후 2년 만이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지부장 조경근)는 6일 오전 8시 전면파업에 돌입한다고 알렸다. 조경근 지부장이 오전 9시 턴오버 크레인 점거농성을 시작했고, 크레인 지상 출입구 앞에서는 천막농성장이 차려졌다. 턴오버 크레인은 선박 블록을 뒤집는 용도의 설비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교섭했지만 협약 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두고 노사가 극한 대립을 보였기 때문이다.

2019년 5월 31일 현대중공업지부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및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계획에 반대하여 주주총회 장소였던 한마음회관을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가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지부는 2019년 6월 3일 이에 항의하는 전면파업을 진행했고, 현대중공업은 한마음회관 점거 사태와 관련하여 조합원에게 징계 및 해고를 단행하면서 노사 갈등이 깊어졌다. ▶관련 기사 :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예정대로 주총 통과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 단체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2020년을 맞았다. 그러나 2020년 교섭도 순탄치 않았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 임단협, 2020년 임협을 함께 처리하기로 했지만 쟁점 사항인 조합원 징계 및 해고와 손배가압류 철회 등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난항을 빚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21년 2월과 3월 1·2차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조합원 찬반투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2차 잠정합의안까지 부결된 것은 현대중공업 교섭 역사상 처음이다. 조선업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 반해, 기본급 동결(2020년분)에 따른 현장 조합원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련 기사 : 현대중공업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도 부결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경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 노사는 6월 23일부터 2주간 9차례에 걸친 집중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형균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회사가 안을 내야 쟁점이 붙는데 회사가 안을 내지 않고 ‘검토하겠다’며 시간을 끌었다”면서, “집행부에서는 2번의 잠정합의안에 합의하며 노력을 보였다. 그러나 조합원의 뜻과 맞지 않았다. 기본급 인상에 대한 조합원의 뜻을 회사가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경근 지부장은 이날 크레인에 올라 “쑥대밭 된 현장을 하루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 많은 조합원과 구성원들이 희망차고 안정된 일터에서 더 이상 죽어나가지 않는 현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경영정책을 회사가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농성을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일방적인 요구사항 관철을 위한 크레인 점거, 방역 수칙 위반 등 시대착오적인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는 7월말 현대중공업 하계 휴가, 9월 추석 이후에는 노동조합 집행부 선거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7월 중 2019년‧2020년 교섭이 마무리돼야 2021년 교섭을 시작이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지부의 전면파업은 9일까지로 예정돼 있지만, 교섭이 마무리될 때까지 파업이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지부가 턴 오버 크레인 하단부 지상 출입구에 천막농성장을 차렸다.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한편, 현대중공업지부는 6월 4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서 2021년 임단협 요구사항을 결정했다. 주요 요구사항으로 ▲기본급 12만 304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가족 수당 및 근속 수당 인상 ▲연차별 기본급 격차 줄이기 위한 호봉승급분(2만 3,000원)만큼의 기본급 조정 ▲원·하청 차별 해소를 위해 명절휴가비·하계휴가비·성과급 정규직과 동일지급 등이다.

또한 별도요구안으로 ▲산업전환협약 체결(금속노조 공통) ▲해고자 복직 ▲사무일반직 대상 성과연봉제 폐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원하청 노사 4자 협의체 구성 ▲불법파견 물량팀 사용금지 ▲정년연장 및 신규채용 ▲임금피크제 폐지 ▲성과급 지급(250% +α)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기로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