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자들] ‘연결’과 ‘협력’으로 그리는 새로운 경제
[연결자들] ‘연결’과 ‘협력’으로 그리는 새로운 경제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1.07.23 00:05
  • 수정 2021.07.23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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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의 전환, 다음 세대를 위한 경제를 생각한다
[인터뷰] 정건화 LAB2050 이사장

‘연결자들’을 찾아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연결자들을 찾았습니다. 총 22명을 만나 15개 인터뷰를 전합니다. 인터뷰는 우리 사회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건강─연결의 마음 △교육─연결의 과정 △정치─연결의 확장 △환경─연결의 뿌리 △경제─연결의 포용 다섯 개 파트로 나눠서 진행했습니다. 다섯 개 파트에 노동을 굳이 넣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만난 연결자들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누구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이 ‘연결의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하나의 키워드로 꽉꽉 채운 인터뷰집을 만든 건 창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첫 시도가 더 의미 있는 다음 시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아낌없는 격려와 피드백을 부탁드립니다. 독자와의 연결을 기다리며, <참여와혁신>도 연결자로서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참여와혁신> 창간 17주년 기념호)

인터뷰_정건화 LAB2050 이사장

“성남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중입니다.” 한 시간 일찍 자리를 잡아두고 연락하니 돌아온 메시지. 인터뷰 장소는 교대역 부근 1층 카페였고, 곧 비가 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날씨였다. 자전거라고? 진정 자전거가 맞는지 눈 비비고 다시 봤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니, 정건화 LAB2050 이사장이 전기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앞으로만 내달리며 기후 위기를 초래한 기존의 선형경제 패러다임을 깨고, 생태와 조화를 이루는 순환경제가 필요하다고 주창해왔던 그다운 모습이었다.

한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그는 지난 2월 ‘다음 세대를 위한 정책실험실’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시민사회 싱크탱크 ‘LAB2050’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실험실이라는 말만 들어도 호기심이 마구 샘솟는 건 기분 탓일까. LAB2050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며, 과연 LAB2050이 생각하는 기성세대와 다음 세대를 연결할 ‘새로운 경제’란 무엇인지 들어봤다.

정건화 LAB2050 이사장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정건화 LAB2050 이사장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다음 세대를 위한 정책실험실이라고?

LAB2050이 슬로건으로 내건 ‘다음 세대를 위한 정책실험실’이란?

LAB2050 슬로건은 우리 사회 속 중요한 의제 제시나 이와 관련된 정책 연구, 정책 제안, 관련 교육 등을 하는 민간 싱크탱크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실험실(Lab)이라는 단어에는 참신하고, 기발하고, 가볍게 실험하는 공간의 의미가 담겨있죠. 어떤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기 전에 해당 정책이 갖는 의미와 가능성 등을 확인해보기 위한 실험을 해보자는 거죠.

LAB2050 홈페이지를 보면 ‘미래의 일’이라는 섹션이 있던데, 여기에 이어 ‘다음 세대의 일’이란?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하면서 일자리 축소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어요. 기후 위기 심화와 디지털 전환 등으로 경쟁력 없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과연 새로운 미래에는 어떤 일자리가 생길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마주한 문제 가운데 다음 세대는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지 다루는 거죠.

지금과는 굉장히 다른 세상일 겁니다. 대학 가서 취직하고, 취직해서 월급 받고, 퇴직하고 연금 받는 삶과는 완전히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포드주의 사회원리를 기본으로 하는 현대사회의 일이란 대체로 파편화된 일을 통해 급여를 받고 여가를 즐기는 구조이지요. 지금은 기술변화로 이러한 삶과 노동 생활을 뒷받침하는 일자리가 급격하게 사라져서 ‘고용 없는 성장’, ‘4차 산업혁명’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전 사회의 모습, 단순하고 파편적인 노동 분업에 기초한 장기고용 사회가 반드시 이상적인 것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지난 몇 십 년간 수많은 인문·사회과학자들이 현대사회에서 이른바 ‘노동의 소외’라는 현상을 다루고 문제점을 지적해왔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바람직한 대안으로서 사람들이 활동을 하면서 의미를 찾고 자기 생활을 유지하는 새로운 방식의 사회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기후 위기를 맞아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새로운 사회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를 실현하는 정책으로 그린 뉴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데, 이런 위기를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LAB2050 연구진의 다수가 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던데, ‘경제’에 초점을 둔 이유는?

청년들이 고도의 경쟁 속에서 개별화되다 보니까 세대 간의 연결도 어렵습니다. 한국이 굉장한 부자나라가 됐지만, 불안정하고 삶이 고단한 프리케리어트(Precariate·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등 고용이 불안정하고 삶이 고단한 서민층)가 여전히 늘고 있어요. 청년들이 가진 불안감의 핵심에 경제적인 문제가 있는 거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먹고 사는 문제’가 갖춰지지 않은 현실의 핵심에 경제가 있다고 보는 거예요.

우리가 흔히 아는 주류경제학 외에 다양한 비주류 경제학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생태경제학이라든가 미국에서 유행하는 행동경제학 등이 그런 거겠죠? 지금 LAB2050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주류경제학을 공부하신 분들인데, 고맙게도 이론적 논의에 머물지 않고 사회 불평등이나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 지표, 기본소득 등 현실경제의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더군요. 또 비주류 경제학의 문제의식에 대해서도 개방적이고요. 그래서 제가 가진 경험이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이사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주류경제학의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현실, 현장과 괴리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때문에 이론이 수정될 동기가 생기지 않죠. 지속적으로 현실에 부딪히고 검증되면서 설명되지 않거나 심각한 방법론상의 오류가 발견되면 ‘이게 왜 그럴까’ 고민하면서 수정되고 변화하면서 발전해가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주류경제학은 별로 그렇지 않았죠. ‘경제학은 죽었다’ ‘경제학은 파산했다’는 얘기가 나온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특히 자연이나 인간, 사회에 대한 인식 등 기본철학과 방법론에도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기후 위기가 심각하게 거론되는 현 상황에서도 경제학자들은 무감각해요. 기후 위기의 주범이 경제거든요. 이산화탄소 배출이라든가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폐기물, 순환되지 않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경제가 만들어낸 거예요. 그래서 현실과 맞닿아있는 새로운 경제학, 경제학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대부분의 경제학 서적은 지구 생물권의 존재에 무관심하며 생태계의 순환에 무지하고 경제순환의 물리적 한계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지금까지 경제활동의 물리적 한계라는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고 지구의 생물권의 존재를 경제 시스템의 작동에서 단지 예외적인 것으로 다룰 뿐이고요.

사실은 저도 생태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아닙니다. 경제학 커리큘럼에 들어있지 않고 가르치지 않으니 배울 기회도 없었고요. 노동경제학, 지역경제학을 하다가 ‘각성’과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태경제학이란 경제를 고민하는 틀 자체를 바꾸어 자연, 생태라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인간의 경제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인간의 경제는 원천적으로 태양 에너지에 기반해서 엔트로피 법칙(전체의 에너지양은 일정한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 가능한 에너지양은 줄어드는 물리적 한계를 의미)에 기초하고 지구의 생물계의 순환시스템 내에서 자연에서의 원료 추출과 채취, 추출 등을 기반으로 돌아갑니다. 우리가 시장 가치를 두는 모든 것들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다시 생각하고 거기서부터 재구성되어야 합니다.

정건화 LAB2050 이사장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정건화 LAB2050 이사장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지속가능성을 위한 경제

지난달 <새로운 경제의 상상: 인간, 자연, 공동체, 디지털 가치를 담다> 콘퍼런스가 열렸습니다. LAB2050가 컨퍼런스를 통해 얘기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이었나요?

《오래된 미래》, 《로컬의 미래》의 저자이자 환경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로컬퓨쳐스 대표는 신자유주의와 글로벌 경제를 비판하면서 이제는 ‘로컬에 답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번에 ‘2021년 세계 로컬의 날’을 맞아 전 세계에서 해당 주제에 관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콘퍼런스를 연 건데, 거기에 LAB2050도 참여했습니다.

LAB2050은 이번 콘퍼런스에서 GDP의 대안 지표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GPI(Genuine Progress Indicator·참성장지표)를 제시했어요. GDP가 문제가 많다는 점은 주류경제학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경제발전은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GDP가 올라가도 다수 국민의 삶과 생활은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GDP를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UN의 행복리포트, OECD 국가들에서는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 등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LAB2050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지표를 한번 만들어보고 얘기해보자 한 거죠.

GPI란 무엇이고, 기존 GDP에 포함되지 않은 ‘화폐가치 전환’이 의미하는 바는?

GPI는 사회와 개인의 삶과 행복에 중요한 요소들을 어떻게 고려하고 지표에 반영할 것인지를 고민해서 작성한 대안 지표입니다. 예컨대 기존 GDP에서는 나무를 베어서 숲을 없애면 나무 베는 사람들에게 임금을 주고, 운반하고 목재를 파니까 GDP가 올라가죠. 숲을 없애고 자연을 파괴하면서 GDP는 상승했지만, 그 결과 지구 생태계는 위험에 처하고 지구온난화 등 문제를 불러온 거죠. 그래서 우리가 나무를 베지 않고 숲을 잘 보전했을 때 숲이 우리에게 주는 치유의 가치, 이산화탄소 포집(화석연료 등으로 인한 탄소를 모아 저장하는 것) 가치도 추정해서 지표에 반영하자는 것입니다.

또 돌봄노동의 사례도 한번 봅시다. 개인이나 가족, 지역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경제활동들도 노동시장을 매개로 하지 않으면 전혀 GDP에 반영되지 않는 거예요. 이렇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다양한 경제활동도 그 가치를 화폐가치로 환산해서 산출하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그동안 바라본 시장은 빙산의 일각 정도였어요. 빙산이라는 건 사실 거대한 거거든요. 경제활동이라는 빙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회적 협력, 돌봄, 자연 보전 등 개인이나 사회 유지에 꼭 필요한 수많은 활동이 있어요. 이것들이 매매되지 않는다고 가치가 없는 게 아니라는 거죠. 이런 방법을 활용해 GDP를 우리가 원하는 가치관에 맞추어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GPI를 활용할 경우 생길 부작용은 없을까요?

‘경제가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돈으로 거래되는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은 모두 공짜라는 말이 있어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세상 만물의 탄생과 활동의 원천이 되는 햇빛이 공짜이고, 부모님의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등 세상에 정말 소중한 건 다 공짜예요. 자연이 주는 모든 서비스도 공짜잖아요? 게다가 우리는 흔히 부(富)를 물질적 개념으로만 생각하지만 영어 어원에서 부(wealth)는 웰빙(Well-Being)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요. 경제라는 건 결국 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물질적 요인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데, 지금의 경제학은 그걸 놓치고 있고 기계적이고 공학적인 학문이 되어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GPI가 GDP의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양한 주체들이 변화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의식을 갖추는 한편,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이들이 먼저 해당 지표를 받아들여야겠죠. 프랑스 같은 경우 사르코지 대통령 시절에 GDP를 다른 지표로 바꿔보고자 위원회를 구성한 적 있어요. 우리나라도 대통령이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고자 한다면 GDP를 산출하는 기관인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그런 정책을 지시하고 제도를 만들고 이끌어 가야 하는 거죠. 갈 길이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중요해요.

정건화 LAB2050 이사장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정건화 LAB2050 이사장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지속가능한 연결을 위해, 우리는

앞서 말씀하신 것을 토대로, 변화를 위한 LAB2050의 활동에는 무엇이 있나요?

GPI를 만든 걸 예로 들 수 있죠. GDP를 기반으로 한 GPI는 상당히 전문적이에요. 이 같은 연구를 기반으로 책도 내고, 보고서도 쓰고, 교육도 하고, 언론에 기고도 하는 거죠. 이런 일련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봐요.

우리나라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취약해요. 시민사회를 들여다보면 정말 인프라가 없어요. 그래서 시민들의 참여와 역량강화에 기여하는 LAB2050 같은 싱크탱크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후 위기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이 발의된 바 있지만 그 취지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고 법안 통과가 좌초되곤 했는데요, 어떤 이유라고 진단하시나요?

기후 위기와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한 탓이죠. 우리 사회의 중점적인 문제인 고령화와 기후 위기, 일자리 문제 해결의 대표적인 대안이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의 육성과 강화라 생각해요. 이 과제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우리사회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 생각해요.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의 첫 번째 목표는 자립성을 갖추는 거죠. 초창기에는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에서 지원해주기도 하는데, 이걸 언론에서 의존적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좀비’라고 해버리는 거예요. 사회적 경제가 자립성을 갖춰서 활성화되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본법이 제정이 시급하죠.

다음 세대를 위해 각 경제 주체(소비자, 기업, 정부)가 노력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나 유럽연합이 우리나라에 2050 탄소배출 제로 목표에 대한 압박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대통령이 탄소배출 제로 선언을 했는데도 정부부처도, 기업도 별 생각이 없고, 국민들조차 관심이 없어 보여요. 문제는 이 같은 문제를 이슈화할 수 있는 시민사회나 언론이 있어야 하는데 많지 않다는 점이에요. 우리 사회 여론형성 집단이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봐요.

저도 경제학자지만, 환갑이 다 돼서 반성했어요. 우리나라가 생태적으로는 문맹수준이 높은 게 아닌가 생각해요. 시민의 각성이 없다면 희망이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시민사회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제기할 수 있도록 스스로 학습하고 캠페인이 만들어질 수 있어야겠죠.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면 정부부처, 정치인들, 시민사회 등 우리사회 공적 담론에서 중요한 구성집단들이 서로 협력해야 하고, 전문가주의를 넘어서는 협력 거버넌스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전문가 그룹이 있고, 역량이나 정책을 만드는 정치인들도 중요하고, 그들이 좋은 정치를 이끌어야 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죠. 모든 이들이 ‘연결’돼야만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문제를 알고 이해하도록 글도 쓰고요, 이 같은 행동들이 차곡차곡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이해하고, 협치를 통해 변화를 이끄는 거죠. 우리 세대가 연결돼야 하고 협력을 통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우리는 통합적이고 전체론적인 접근을 해야 해요.

공통질문 ‘내가 경험한 연결의 순간’
지역 시민사회 간 협력, 대학과 지역사회의 협력 등 각 주체 간 협력을 위한 여러 활동들을 두루 거쳐 온 정건화 이사장은 연결의 의미를 ‘자신’에서 찾았다. 지역 연결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그는 “(지역)커뮤니티가 안정되고 지역경제의 자급력과 회복력이 높아지는 것이 그 사회의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연결과 협력에 필요한 작은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여담
오후 5시, 정건화 이사장이 전기자전거를 타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나타나긴 했는데, 그가 카페로 들어오질 않았다. 자전거를 세울 곳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맨 것이다. 저탄소경제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문장이 언론에 도배됐지만, 남의 나라 말 같았다. 일상의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그의 작은 노력이 나비효과처럼 번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