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자들] 농촌을 파괴하지 않는 육식을 바라며
[연결자들] 농촌을 파괴하지 않는 육식을 바라며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1.07.22 00:00
  • 수정 2021.07.23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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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 오른 돼지는 공산품이 아니다
[인터뷰] 이동호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저자

‘연결자들’을 찾아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연결자들을 찾았습니다. 총 22명을 만나 15개 인터뷰를 전합니다. 인터뷰는 우리 사회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건강─연결의 마음 △교육─연결의 과정 △정치─연결의 확장 △환경─연결의 뿌리 △경제─연결의 포용 다섯 개 파트로 나눠서 진행했습니다. 다섯 개 파트에 노동을 굳이 넣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만난 연결자들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누구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이 ‘연결의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하나의 키워드로 꽉꽉 채운 인터뷰집을 만든 건 창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첫 시도가 더 의미 있는 다음 시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아낌없는 격려와 피드백을 부탁드립니다. 독자와의 연결을 기다리며, <참여와혁신>도 연결자로서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참여와혁신> 창간 17주년 기념호)

인터뷰_이동호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저자

“고기는 3분 요리처럼 ‘띵동’하고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고기 이전에 돼지가 있고, 돼지는 인간과 연결되어 있다. 어떤 고기를 먹을지 선택하는 건 개인의 자유지만, 그 이면까지 알고 선택할 때 비로소 진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동호는 채식주의자 선언을 한 후 돼지 세 마리를 키운 뒤 직접 잡아먹었다. 그가 쓴 책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를 읽으면, 식탁 위의 고기가 어느 생명체의 죽음, 그리고 농촌과 연결돼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진 최정태 포토그래퍼 tygrstudio.jaydot@gmail.com
 이동호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저자 ⓒ 최정태 포토그래퍼 tygrstudio.jaydot@gmail.com

도시인 이동호는 28살에 귀촌했다. 10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떠난 세계여행에서 농촌의 삶을 꿈꾸게 됐다. 파리, 런던, 베이징 등.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 여유 없는 표정, 각자의 길을 가는 사람들, 도시인들의 모습은 서울의 그것과 같았다. 농촌은 다르게 보였다. 여유롭게 교류하며 서로를 돕기도 하는 사람들. 농촌 공동체의 삶은 도시보다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농촌이 나에게 맞는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안고 귀국한 이동호는 충남 지역의 농촌에 정착했다. 협동조합이 활성화되고 유기농업과 축산업이 발달한 마을이다.

그는 지역 커뮤니티센터에서 일하며 지역 내 단체 간 소통을 도왔다. 소식지를 만들고 마을로 견학‧연구를 온 외부인을 안내하기도 했다.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여러 마을 주민들을 만났다. 농촌 삶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부푼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농촌의 삶은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축산단지에서 발생한 악취는 참기 어려웠다.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축산인과 비(非)축산인 간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육식과 농촌, 동물과 사람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은 고기를 먹지 않으며 살고 있었다. 이동호도 동참했다. “소비하지 않음으로써 (공장식 축산의) 생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괜찮은 육식’을 연구하기 위해서 세 마리 돼지를 자연양돈 방식으로 길렀다. 약 1년간 돼지를 키우고 도축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했고, 책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를 출간했다. 독자들이 축산의 현실을 알고, 육식에 관한 저마다의 고민과 답을 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가축에게 투여한 항생제의 80%는 배설물과 함께 배출되고, 이는 자연으로 유입되어 인간에게 돌아온다.”
“우리나라 돼지의 99%는 도축장에 가는 날 처음으로 햇빛을 본다. 창문이 없는 축사로 인해, 반 이상이 폐 질환을 갖고 있다.”

-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中

공장식 축산으로 마을이 오염돼서 채식을 결심했다고 썼다.

우리 마을에서 공장식 축산은 갈등의 요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악취다. 일상에서 직접 피해를 느끼는 부분이니까. 옷에 냄새가 배서 빨래 너는 것도 조심스럽다. 악취를 피하려고 자기 집 문도 못 열며 사는 주민도 있다. 무언가 침범해오는 장소가 집이라면 피해가 더 크게 느껴지잖나. 파리도 많고.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축산업자들의 생계라며 악취를 감내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소득 격차가 또 문제다. 농촌에서 농업은 굉장히 저소득 직종이다. 반면, 전부가 그런 건 아니지만, 축산업은 수익이 많이 난다. 양극화가 심하다. 일부 축산인들은 외제차를 끌고 다니며 출퇴근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둔다. ‘나는 불편을 참으면서 사는데, 정작 저들은 잘살고 있다’라는 식의 생각을 하게 된다. 민원 제기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지역 주민을 신고하라는 건데 결국 서로가 미워하게 되고, 공동체는 더 와해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채식 선언은 공장식 축산을 막기 위한 일종의 불매운동 같다.

맞다. 첫째로 공동체가 파괴되는 문제가 있었고. 둘째로 동물이 어떻게 크는지 알고 나선 먹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건강도 문제지만, 그 동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걸 유지시키는 일에 동참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육식이나 자연환경에 문제의식이 있었나.

귀촌하기 전에는 없었다. 쓰레기를 잘 주워야지, 전깃불을 잘 꺼야지 하는 정도였다. 자연과 가까이 살면서 생태와 환경을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내가 사는 곳이 유기농업이 발달한 곳이니, 가끔 집에 유기농 농산물을 선물로 가져가기도 한다. 하루는 아버지가 ‘제초제를 쓴 것도 다 먹을 만하니까 허용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씀하셨다. 제초제를 뿌려서 풀이 죽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환경 피해의 영향을 직접 눈으로 보며 사니 무게감을 느끼는 거 같다. 가축도 마찬가지다. 막상 자라는 환경을 알고 나니 결코 건강한 음식은 아니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리고 나의 건강뿐 아니라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 농촌에 살면서 환경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수성이 생겼다.

“축산업의 폐해는 악취로 끝나지 않는다. 값싼 고기를 만드는 구조는 열악한 노동환경, 지하수 남용, 가축용 항생제로 인한 수생태계 교란, 막대한 온실가스를 남겼다. 과도한 육류 섭취로 인한 건강 악화와 국가 보건비용 상승도 빼놓을 수 없다. 채식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中

이동호가 그린 돼지. 이동호는 자신이 키우던 돼지들을 그림으로 그렸다. ⓒ 이동호
이동호가 그린 돼지. 이동호는 자신이 키우던 돼지들을 그림으로 그렸다. ⓒ 이동호

이동호는 마을 친구들과 2019년 ‘대안축산연구회’를 만들었다. 축산인이자 유기농 농사를 짓는 5명의 친환경 농부들이다. 현재의 축산방식에 문제의식을 느꼈던 청년들은 대안을 찾고자 했다. 가축을 연구하고, 축산을 공부했다. ‘괜찮은 축산’이란 뭘까. 이동호는 직접 가축을 키워보기로 했다. 소는 너무 컸다. 돼지 세 마리를 직접 키웠다. 농업 부산물과 농장의 유휴자원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동호는 스스로 채식주의자라고 선언했지만, 1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돼지를 키우고 잡아먹었다. 축산단지가 들어선 마을에서도 유별나게 바라보는 일이었다.

돼지를 키우고선 잡아서 먹기도 했다. 과연 채식주의자가 맞느냐는 의문도 있다.

채식이냐 육식이냐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고 싶었다. 내가 채식을 결심한 것은 가축의 고통과 환경오염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농촌을 파괴하지 않는 ‘자연양돈’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생태계는 다양해지고 풍요로워졌다. 돼지들도 행복하게 살았다. 그렇게 기른 돼지를 먹는 건 괜찮겠다 싶었다. 하지만 ‘정말 먹어도 괜찮은 걸까?’ 하는 의문이 다시 생겼다. ‘돼지가 사는 동안 행복했다고 하더라도 돼지를 죽여서 먹는 것은 괜찮은 걸까?’ 하는. 그래서 돼지를 키웠다. 책을 통해 그 무게를 전해보고 싶었다.

현재는 어느 정도의 채식을 하고 있나.

웬만해서는 먹지 않으려 한다. 그렇지만 먹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자연양돈 고기를 사서 나눠 먹는다. 잘 키운 동물을 감사히 먹는 것은 농촌을 더 풍성하게 한다는 차원에서는 인정한다. 자연양돈은 생명을 정성 들여 키우고 그 생명을 죽여서 먹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고귀함을 지킨다는 면에서 채식의 연장이라고 여긴다. 인간의 육식 본능은 인정하지만, 지금과 같은 과도한 육식은 분명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육식을 최소한으로 절제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다.

돼지를 도축하는 장면을 담담하게 서술했다. 조금 익살스럽게 느껴지는 장면도 있었다. 돼지와 교감을 느꼈다고 썼는데, 직접 도축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

물론 힘들었다. 그렇지만 담백하게 쓰려고 했다. 책의 1부와 2부에서 돼지를 대하는 모습이 달라 보일 수 있다. 책에서는 한 마리지만 수많은 동물이 매일 죽고 있는 것의 의미를 묻고 싶었다.

“자연양돈 돼지를 만나고도 마음 한편은 어쩐지 불편했다. 돼지도 죽는 순간 울부짖었다. 생명을 먹는 일을 마주해보고 싶었다. 돼지 삼남매는 매일 대면해야 하는 눈앞의 질문이었다. 돼지를 기르고 잡아먹으며 ‘평등’에 대해 생각했다. 높고 낮음 없이 평등한 관계가 평화라고 배웠다. 단순히 먹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넘어 서로가 고귀해질 수 있다면, 돼지도 살아있는 동안 존중받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우리는 구원받지 않을까.”

-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中

이동호가 그린 돼지. 이동호는 자신이 키우던 돼지들을 그림으로 그렸다. ⓒ 이동호
이동호가 그린 돼지. 이동호는 자신이 키우던 돼지들을 그림으로 그렸다. ⓒ 이동호

돼지를 직접 잡으면서 가장 크게 변한 점은 무엇인가.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일부 이해하게 됐다. 동물을 키우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축산인들이 돈은 벌고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안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악취를 만들고 있다는 의식과 방어기제가 있다. 언제 이웃에게 민원신고를 받을지 몰라 편치 않을 거다. 또 소, 돼지처럼 큰 동물일수록 인간적인 교감을 느끼기 마련인데, 생계를 위해서 인간적인 부분을 닫고 살아야 한다. 평소 인간관계에도 제약이 따른다. 돼지의 경우 전염병이 심하기 때문에, 명절 때 가족 간 방문도 자제한며 지낸다.

축산인들도 정부 지침에 따라 일하는데 주변에서 비난하면 반발심이 생길 것 같다. 구조적으로 보면 그들은 전면에 나와 있을 뿐 뒤로 사료 회사, 의약품 회사, 정부 관료, 국제관계 등 공장식 축산을 만든 주체들이 있다. 그런데도 축산인만 돌을 맞는 건 안타깝다.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고기를 먹는 것엔 종합적인 문제가 얽혀있다. 축산업의 이면을 많은 사람이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공장식 축산은 인간 윤리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동물에게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이런 구조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고 있다는 연구가 수없이 나오고 있음에도 말이다. 채식이냐 육식이냐, 양자택일이 아니라 중간지점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충분히 윤리적이며, 지속가능한 축산이 있다.

채식을 결정하고 나서 어려움은 없었나.

큰 어려움은 없었다. 농촌에는 ‘채취문화’가 있다. 들과 밭에서 저절로 나는 제철 나물과 채소를 삶아서 무쳐 먹으면 된다. 채식이라고 특별한 게 아니고,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번에 책을 내고 사람들이 의외로 채식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를 소개하는 온라인 기사에 댓글이 몇 개 달렸다. ‘그러면 뭐 먹고 사냐’, ‘쥐 고기 먹으라는 거냐’, ‘네 생활이나 잘해라’ 등. 가공식품과 외식 중심의 도시인에게 채식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채식에 이토록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농촌은 지방이 커지는 만큼 피폐해졌다. 강준만 교수는 ‘지방은 내부 식민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농촌은 젊은이와 식량을 도시로 보냈고, 도시는 농촌으로 혐오 시설과 쓰레기를 보냈다. 석탄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폐기물처리장, 화학공장 등 각종 기피 시설이 지방으로 왔다. 축산업도 그 중 하나다. 내가 이주한 지역은 하필 국내 최대 축산단지다.”

-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中

ⓒ 최정태 포토그래퍼 tygrstudio.jaydot@gmail.com
ⓒ 최정태 포토그래퍼 tygrstudio.jaydot@gmail.com

귀촌 후의 삶은 어떤가.

동네 친구들과 같이 놀고, 공부도 같이하는 삶이 좋다. ‘대안축산연구회’처럼 이름은 바뀌지만, 매번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다. 그 전부터 여러 일을 함께했던 친구들이다. 마을 장터에 내다 팔 핫도그와 샌드위치도 만들고, 동네 체육대회 행사가 있으면 주차 봉사활동도 함께 한다. 계곡도 같이 놀러 가고, 일도 같이한다. 이렇게 사니 도시에서와 다르게 삶이 통합돼있다는 느낌이 든다. 공동체 안에서 이웃과 관계되어 있다 보니 내 모습을 돌아보며 성숙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농촌 생활이 처음 기대와는 다르다고 썼다.

시골이 교통과 주거가 불편한 건 어디나 기본인 거 같다. 재작년에 남해로 여행을 갔다. 바다도 맑고, 수영도 할 수 있고, 공기도 좋은 곳이었다. 왜 나는 남해에 안 살고 지금 사는 곳에 살까 의문이 들었다. 지금 사는 지역은 자연환경 측면에서 아쉬운 곳이다. 풍광이 빼어난 곳도 아니고 악취가 나는 곳이다. 그렇지만 이곳처럼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좋은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거로 생각한다.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없나.

불편보다는 오히려 자연환경에 영향을 최대한 덜 주면서 살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예를 들어, 도시에서 에어컨, 난방, 수세식 화장실 등은 기본값이다. 농촌에서는 내가 ‘0’에서부터 만들어갈 수 있다. 가령 생태 화장실을 쓰면 물을 아끼고 똥, 오줌을 다시 퇴비로 쓸 수 있다. 수세식 변기를 한 번 쓰는 데 물 10리터를 쓴다. 생태 변기는 ‘0’이다. 환경보존을 할 여지가 도시보다 많다. 그만큼 자존감이 생긴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마을에 있는 유기농 요구르트 목장에서 일하고 있다. 요구르트 납품을 맡고 있다. 오전에는 주로 거래처에 배달하고. 저녁에는 직거래 고객들에게 보낼 택배를 포장한다. 여유 시간에는 작은 밭을 가꾼다. 밤에는 책을 읽는다. 작년에는 열심히 글을 썼다.

ⓒ 최정태 포토그래퍼 tygrstudio.jaydot@gmail.com
ⓒ 최정태 포토그래퍼 tygrstudio.jaydot@gmail.com

사람들에게 귀촌을 추천하는가.

매우 추천한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무책임하게 강권할 순 없다. 나는 여러 가지 조건에서 운이 좋았다. 좋은 마을에 와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귀촌해서 이렇게 산다, 이런 삶도 있다는 이야기를 책을 통해서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귀촌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골엔 ‘텃세’가 있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사람들의 문화와 맥락을 텃세라는 말로 압축하는 것 같아 아쉽다. 마을 살이 신입생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셨으면 좋겠다. 참여가 필요하다. 화려한 생활이 아닌 소박한 생활을 꿈꾸는 분들에게 농촌만한 곳이 없다고 본다.

지금 사는 곳에 애정이 많다. 농촌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건 무엇인가.

귀농 정책이 귀농인을 고립시킬 수 있다. 사실 동네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기여를 한 건 원주민들이다. 정부에선 농촌 인구 급감을 문제로 여기며 귀농‧귀촌 유도 정책을 편다. 농촌에서 느끼는 효과는 미비하고, 오히려 원주민으로선 역차별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귀농‧귀촌인에게 반감을 품기도 한다. 기존 주민들이 더 잘 살 방안을 고민하는 게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정책은 농민수당이라고 본다. 그나마 차별 없는 지원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적다.

“농촌은 도시가 커지는 만큼 피폐해졌다”라고 썼다.

도시를 유지시키려고 농촌에선 전기도 만들어서 보내고 농축산물도 보내야 한다. 심지어 청년들도 보내야 하는 구조다. 그렇게 보내고 돌아오는 건 폐기물 처리장, 송전탑, 분뇨 등이다. 외부에선 농촌과 농업인을 비판한다. 왜 안전한 식품을 만들지 않았느냐고, 비윤리적으로 동물을 키우느냐고. 전염병이 돌면 언론에선 가축을 과밀하게 키웠다고 보도한다. 무책임한 비판 같다. 결국은 비정상적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지금의 도농 관계, 도시 중심적인 정책과 인식은 과연 괜찮은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공통질문 ‘내가 경험한 연결의 순간’
연결을 경험한 건 마을에서 자라는 어린 친구들을 보았을 때다. 처음 만났을 때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지금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직접적으로 교류하진 않더라도 마을에서는 항상 보게 된다. 그럴 때면 ‘내가 큰 관계 속에서 연결돼 있구나’, ‘공동체라는 것에 연결돼 있구나’라고 느낀다. 도시에서 살았을 적에는 누군가가 커가는 모습을,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꾸준하게 보지 못했다.

여담
이동호는 제목에 들어간 ‘채식주의자’에 주목하기보다는 농촌공동체와 그것을 파괴하는 공장식 축산의 문제에 독자들이 주목하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채식주의라는 개념에 몰두해 단지 식문화에 관한 이야기, 혹은 모든 육식을 거부하는 메시지로 읽힐 것을 우려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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