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자들] 그때도, 지금도 누군가는 배제로 고통받는다
[연결자들] 그때도, 지금도 누군가는 배제로 고통받는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7.19 00:10
  • 수정 2021.07.23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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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에서 일상 회복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남긴 숙제
[인터뷰] 김지호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저자

‘연결자들’을 찾아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연결자들을 찾았습니다. 총 22명을 만나 15개 인터뷰를 전합니다. 인터뷰는 우리 사회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건강─연결의 마음 △교육─연결의 과정 △정치─연결의 확장 △환경─연결의 뿌리 △경제─연결의 포용 다섯 개 파트로 나눠서 진행했습니다. 다섯 개 파트에 노동을 굳이 넣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만난 연결자들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누구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이 ‘연결의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하나의 키워드로 꽉꽉 채운 인터뷰집을 만든 건 창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첫 시도가 더 의미 있는 다음 시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아낌없는 격려와 피드백을 부탁드립니다. 독자와의 연결을 기다리며, <참여와혁신>도 연결자로서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참여와혁신> 창간 17주년 기념호)

인터뷰_김지호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저자

“선생님, 코로나 양성 판정받으셨어요.” 지난해 5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알리는 보건소 관계자의 한 마디는 김지호 씨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 언제 완치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 50일간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했지만, 사회는 또다시 김지호 씨를 격리시켰다. 부주의했다며, 이기적이었다며, 신뢰를 잃었다며 낙인을 찍고 손가락질했다.

단절을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김지호 씨는 어떻게든 연결되려고 애썼다. “누군가 이 몹쓸 바이러스로 인해 병상에서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을 때, 또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이 바이러스에 걸려 함께 마음고생을 하며 위로가 필요할 때 내 글을 읽는다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날부터 퇴원 이후 회복되지 않은 일상까지, 글로 쓰고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코로나에 걸려버렸다》더난콘텐츠가 세상에 나온 배경이다. 시간이 흘러 무사히 일상으로 복귀한 그를 만났다. 그리고 물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을까.”

 

김지호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저자 ⓒ 남궁경상 포토그래퍼 boriwoll@hanmail.net
김지호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저자 ⓒ 남궁경상 포토그래퍼 boriwoll@hanmail.net

‘연결’이라는 키워드에서 김지호 씨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린 미지의 감염병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개인에게 쏟아진 차별과 배제. 이로 인한 단절에서 헤어나기 위해 누구보다도 연결을 필요로 했던, 스스로 연결의 방법을 찾은 사람이 바로 그였다. 연결의 결과물인 책에서는 “단순히 코로나바이러스를 대항하고 정복하는 것만이 아니라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이들까지 이해하고, 포용하고, 공존하기 위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지호 씨가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고 1년이 지났다. 책이 출간된 지는 10개월이 다 돼 간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그때와 얼마나 바뀌었을까. 김지호 씨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만남을 청했다. 얼마 뒤, 고민의 흔적이 가득한 회신이 왔다. 만남에 대해서는 감사히, 그리고 기쁘게 응하고 싶다는 메시지도 함께였다.

“2020년 한 해 동안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에 질려있던 우리는 2021년 6월 15일 오늘, 지금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며 기다렸던 백신을 마주하였지만, 또다시 겁에 질려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지켜보며 다시금 제가 겪었던 그때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어 나눌 필요성이 있다고 느껴져 이렇게 회신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김지호 씨는 다행히 큰 후유증 없이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는 누군가 코로나19 후유증을 물어보면 우스갯소리로 비만이라고 답할 정도로 완쾌했고, 일도 다시 시작해 바쁘게 지내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진부하지만 자기소개를 항상 첫 질문으로 한다. 김지호 씨도 예외는 아니다.(웃음) 간단한 소개와 함께 인터뷰를 시작해볼까.

작년에 책을 내고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했었는데, 그때도 이름과 나이 두 가지로만 나를 소개했었다. ‘29살 김지호입니다’ 이렇게.(웃음) 할 말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나를 소개할 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렵더라. 내가 쓴 책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았으면 해서 내 정보를 일부러 노출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해가 바뀌었고 책이 나온 지도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나를 소개하는 방법은 ‘30살 김지호입니다’가 맞는 것 같다.

책 이야기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지만, 현재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책 이야기는 간단히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책에서 자신이 겪은 여러 단절을 이야기했는데, 가장 고통스러웠던 단절은 무엇이었나.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배제’가 가장 고통스러웠다. 배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옳고 그름을 나눌 수 있는 것이었나? 누군가를 배제할만한 것이었나? 지금 되돌아봐도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두렵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배제를 당연하게 여기는 걸 보았고, 직접 겪었다. 배제를 멈추고 연대와 포용, 공존으로 나아가자는 게 책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여기서 말하는 배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부터 느낀 것이었나.

확진 판정을 받은 후부터 퇴원 이후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배제였다. 완치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옮을까 봐 두려워하니’ 3주간 재택근무를 하라고 했던 회사는 마지막에 ‘회사 밖에서 조금 더 자유롭게 일해 볼 것’을 권했다. 이게 회사에서 나가라는 게 아니면 뭐였을까. 모든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기엔 너무 길고 복잡해서 책에서는 회사를 떠나게 됐다고 짧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이게 비단 나만 겪은 일이었을까.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그렇지 않다는 걸,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 글을 읽고 자기 이야기를 비밀댓글로 남기는 분들이 많았다. 어떻게 보면 작은 광장이 생긴 거다. 씁쓸한 이야기다. 차별과 배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가 충분히 겪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지호 제공
김지호 제공

이 과정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글로 남기는 게 어떤 힘이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글을 써본 적도 없고, 본업이 글쓰기와 가까운 일도 아니어서 처음에는 글 쓸 때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글을 쓸 땐 몰랐는데 지금 돌아보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쉽게 잘잘못을 따진다. ‘어쩌다 걸렸냐?’ ‘조심하지 그랬어.’ ‘어디서 걸렸냐? 마스크 안 썼어?’ 주변 사람들은 내 부주의한 행동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는 듯 이야기했다. 나도 피해자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었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한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나는 그들의 삶을 위협하는 사람에 불과했다. 초기에는 이걸 직접적으로 겪는 게 힘들었는데, 글을 쓰면서 상대방이 왜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하고 이해하게 됐다. 누르고 내려놓는 과정이었다.(웃음)

그래도 다행인 건 김지호 씨에게 단절만 있지 않았다는 것. 지금 돌아보면 어떤 ‘연결’이 있었나.

내 글을 본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연결돼 있었다는 게 큰 힘이 됐고, 의미 있고 값진 경험이었다. 글을 쓰면서 가장 바랐던 일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글을 본 사람들 반응이 제각각인 게 흥미로웠다. 이런 세세한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주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면 ‘어쩌다 그랬어’ 같은 탓하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공부해 가시는 분들도 있었고, 실제 주변 사람에게 탓하는 말을 한 분들은 ‘내가 몹쓸 말을 했네요’라며 회고하고 반성하기도 했다. 자신이 겪은 일을 대나무숲에 말하듯 열 줄 이상 댓글을 남기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분들에게 또 대댓글 달면서 나도 위로받은 시간이었다. 혼자라고 생각했지만 글을 통해 계속 연결돼 있었던 거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바이러스와 함께하는 삶에 익숙해졌다. 코로나19 등장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가 책에서 말한 ‘이해하고, 포용하고, 공존하기 위한 자세’를 갖췄다고 보는가.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이들까지 이해하고, 포용하고, 공존해야 한다는 내 바람은 과연 이루어졌는가. 아쉽지만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19 확진자와 완치자는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있는 게 현실인 것 같다. 시간이 좀 더 지나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땐 어떨까. 지금과 똑같을까, 아니면 더 나은 모습일까. 이 역시 지금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게 솔직한 내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최근 백신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걸 보면서 많이 느낀다. 백신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때가 있었는데, 막상 백신이 나오니 가짜뉴스로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부추긴다거나 소수의 사례가 마치 전체에 해당하는 것처럼 두려움을 조장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백신을 준비하고 공급하는 사람들에게 화살이 돌아가기도 한다. 자신의 안전과 안위를 위해 다른 누군가를 또 손가락질하는 일이 반복되는 거다. 이런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코로나19에 익숙해진 건 맞지만 우리 사회가 더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지금은 백신 접종률이 절반 미만이지만, 미접종자보다 접종자가 더 많아지면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사실 코로나19는 처음부터 무지(無知)와의 전쟁이었다. 전쟁에서 싸우고 돌아온 사람(완치자)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할 텐데, 이를 겪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 중에는 무지라는 이름의 칼을 아무렇지 않게 휘두르는 사람도 있다.

 

김지호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저자 ⓒ 남궁경상 포토그래퍼 boriwoll@hanmail.net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가 꼭 코로나19에만 해당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아픈 사람을, 아픔을 이겨낸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픈 사람을 배제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아프기 때문에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해주고 앞에서든 뒤에서든 끌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번에 겪어 보니 우리 사회가 그렇게 굴러가는 곳은 아니더라. 아픈 사람에 대해 뼛속까지 공감하고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차별하고 배제하지 않도록 하는 우리 사회의 암묵적 합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살면서 많은 어려움에 부딪힌다. 김지호 씨가 스스로 찾아낸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방법이 있다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나를 상처 주고 힘들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마음과 인간성을 회복시켜준 것도 사람이다. 학교 다닐 때 사람 인(人)은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이고, 사이 간(間)은 문(문·門)과 해(일·日)로 이루어져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이라고 배운 기억이 있다. 문틈 사이로 들어온 햇볕이 기대어 있는 두 사람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는 것, 그게 인간이 가진 뜻인 거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절망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기대하지 않았던 희망과 가능성을 만날 때도 있다. 문틈 사이로 들어온 햇볕처럼. 그게 나한테는 사람이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도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공통질문 ‘내가 경험한 연결의 순간’
마지막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김지호 씨는 앞의 질문(‘지금 돌아보면 어떤 연결이 있었나’)에서 답한 것과 같은 답변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단 한 사람이라도 이 글을 읽고 힘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며 “그게 이루어진 것만으로도 충분한 연결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쓴 글이 하나의 광장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됐던 순간이 그에게는 오래도록 보물로 남을 것이다.

여담
알고 보니 김지호 씨는 인터뷰 베테랑(?)이었다. 작년에 책을 출간하자마자 여러 언론사가 그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고 한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입을 풀 겸 미리 보냈던 인터뷰 사전 질문지가 어땠냐고 물었는데, “지금까지 인터뷰했던 언론사의 질문지 중 TOP3 안에 드는 질문지였다.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는 뜻하지 않은 칭찬을 받았다. 실제로 김지호 씨는 사전 질문지를 받고 친구와 많은 대화를 했다고 한다.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해준 그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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