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자들] ‘엑스트라’, 지역을 연결하다
[연결자들] ‘엑스트라’, 지역을 연결하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7.21 00:10
  • 수정 2021.07.21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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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민정사업 실무자의 보람과 고민
[인터뷰] 이찬규 강원도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연결자들’을 찾아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연결자들을 찾았습니다. 총 22명을 만나 15개 인터뷰를 전합니다. 인터뷰는 우리 사회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건강─연결의 마음 △교육─연결의 과정 △정치─연결의 확장 △환경─연결의 뿌리 △경제─연결의 포용 다섯 개 파트로 나눠서 진행했습니다. 다섯 개 파트에 노동을 굳이 넣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만난 연결자들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누구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이 ‘연결의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하나의 키워드로 꽉꽉 채운 인터뷰집을 만든 건 창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첫 시도가 더 의미 있는 다음 시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아낌없는 격려와 피드백을 부탁드립니다. 독자와의 연결을 기다리며, <참여와혁신>도 연결자로서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참여와혁신> 창간 17주년 기념호)

인터뷰_이찬규 강원도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이찬규 강원도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은 지역 노사민정을 연결하는 ‘연결고리’이자 지역 주체들 간 사회적 대화와 지역 사업을 위해 실무를 도맡는 ‘엑스트라’다. 지역을 연결하는 조연은 대화의 시간이 쌓이면서 눈으로 보이게 된 신뢰가 만든 다양한 지역 특화 사업에 자부심을 느낀다. 외부에선 주로 숫자로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지만, 이찬규 사무국장은 사업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고자 바닥부터 시작해 쌓아 올린 지역의 노력을 잘 안다. 그에게 노사민정사업 실무자로서 보람과 고민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달 21일 강원도 춘천시 한국노총 강원지역본부에서 진행했다.

이찬규 강원도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남궁경상 포토그래퍼 boriwoll@hanmail.net
이찬규 강원도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남궁경상 포토그래퍼 boriwoll@hanmail.net

지역 노사민정사업에 뛰어들다

- 속초시노사민정협의회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2009년 노사발전재단에서 관광 관련 일자리 특화 사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받았다. 처음엔 골프 캐디 코스관리자 양성과정 등 지역 맞춤형 일자리 사업과 함께 지역 일자리 의제 발굴 포럼을 진행했다.

- 처음 속초시노사민정협의회에 합류했을 때 상황은 어땠나?

속초시노사민정협의회는 2009년 7월 사무국이 설치되고 협의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출발했다. 속초시는 일자리 사업을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시 자체의 예산이 워낙 열악하고, 노사민정사업 예산도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을 받으며 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을 끌어가는 형태로 운영한 것이다.

나도 일자리 사업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시간이 쌓이면서 일자리 사업과 노사민정사업을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겠단 생각이 들면서 점점 노사민정사업에 관심이 커졌다. 10여 년 전엔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의 의미뿐 아니라 존재도 잘 안 알려진 시기였다. 속초시노사민정협의회는 노사민정 한마음 등반대회에서 100여 명이 설악산 산행 후 막걸리 한 잔씩 하면서 작게 시작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바닥부터 오랜 시간 사회적 대화를 쌓아왔기에 지금은 탄탄하다. 인구 8만 명의 작은 도시가 지역노사민정의 대표 주자인 수원, 부천과 지금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 소개하고 싶은 속초시노사민정협의회 사업은 뭔가?

처음엔 사무국 운영비용이라도 충당하기 위해 일자리 사업을 병행하게 됐는데, 지금은 일자리 창출 연계형 사업이 속초시만의 특화된 노사민정사업이 아닌가 싶다. 내가 일하는 동안은 속초시 관광 관련 일자리 사업이 주였다. 지역 맞춤형 일자리 사업으로 고용노동부와 강원도의 예산 지원을 받아 골프 캐디와 코스관리자 양성과정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엔 ‘골프 같은 사치향락사업에 왜 국비까지 들여서 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나는 사치향락사업이 아니고 관광형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가 경력 단절 여성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지역 맞춤형 일자리 사업은 대부분 최저임금 일자리였는데, 10여 년 전 캐디의 수입은 연 3,000만 원 정도로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 이후 사업이 이어지진 못했다. 취업률이 90%를 넘어서면서 성과가 나니까 여러 지역에서도 도입했기 때문이다. 예산이 분산되다 보니 성과가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오더라. 지역별 주요 산업 중심의 특화사업으로 일자리 사업이 집중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외에 붉은 대게 푸드스타일리스트 양성과정, 스파테라피스트 양성과정 등이 진행됐고 내가 2015년 강원도노사민정협의회 초대 사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신중년 안전파수꾼 경비 전문가 과정, 호텔리어 일자리 양성과정 등이 이어졌다.

- 일자리 사업 외에는?

노사민정협의회는 속초시민들이 뭘 먹고 살 것인지,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고, 어떻게 지역경제를 활성화할지 늘 고민한다. 관광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협의회 사업비로 속초지역 택시업계 종사자들에게 와이셔츠 두 벌씩을 지원하기도 했다. 노사민정 대표자들이 지역 특산품 판로 개척단을 구성해 관례처럼 부산항으로만 수입되던 러시아산 냉동 명태를 속초항으로 직수입하는 사업도 2019년 추진했다. 중앙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역 내에선 상당히 화제가 됐던 성과다. 강원도에 가뭄이 심했을 땐 협의회 위원 20여 명이 물 절약 캠페인을 2015년부터 3년간 진행했다.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선 ‘비(非) 날린 정규직 전환’ 홍보 활동을 진행해 2017년 100명, 2018년 125명, 2019년 13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2020년까지 12년 역사 중 11번 노사민정사업 우수 지자체로 선정되고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고용노동부 장관상 등 다양한 수상 실적은 속초시노사민정협의회의 자생력을 증명하기도 한다.

강원도 노사민정사업의 ‘특별함’

- 강원 지역은 노사민정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들었다.

강원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산업군이 열악해 30인 이상 기업이 많지 않다.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은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강원도는 노사 중심 사업을 지향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큰 축은 사회적 갈등조정 전문가 양성, 노사민정 실무역량 강화 등 ‘교육 사업‘과 지역 순회 포럼, 간담회 등 ‘지역 거버넌스 구축‘이다.

- 2015년부터는 강원도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는데 다른 광역 단위 협의회와 차별점은 뭔가?

강원도의 차별화된 힘은 분명히 있다. 다른 지역은 대부분 경영자총협회가 위탁기관인데 강원도는 한국노총 8개 지역지부(원주·강릉·삼척·동해·영월·태백·강릉·속초)가 지역노사민정사업을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노사민정사업은 사무국이 설치돼야 중심을 잡아가며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사무국을 설치하려면 해마다 인건비만 예산 약 7,000만~8,000만 원이 별도로 잡혀야 한다. 그런데 중앙에서는 시 단위에 1,000만 원, 많아야 3,000만 원을 지원한다. 인건비도 안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사업을 위탁받은 한국노총의 지역지부 인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노총 직원들이 협심해서 도와준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한국노총의 지역지부들이 중심을 잡고 지원과 촉진 역할을 해줬기에 강원도 노사민정 거버넌스가 탄탄하게 구축됐다고 본다.

현재 속초, 원주는 독립 사무국이 있고 춘천은 시에서 노사민정사업 실무자를 채용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강릉, 태백, 홍천도 사무국 설치를 준비 중이다. 강원도 시 단위 모든 지역과 영월군 모든 지역에 도를 중심으로 거버넌스가 탄탄히 구축된 상황이다. 중앙의 지원이 확대된다면 지역 노사민정 거버넌스가 단단하게 구축된 강원도가 사회적 대화의 중심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 속초 외 다른 강원 지역 협의회에서 소개하고 싶은 활동이 있나?

영월은 노사민정 한마음 체육대회를 매년 하고 있다. 초반엔 노사 관계자들만 모였다. 쌍용시멘트 영월 공장이 중심이 돼서 하고 있는데 노사민정협의회가 활성화되면서 요즘은 지역 이장, 주민들까지 다 나오는 동네잔치가 됐다. 쌍용시멘트는 나름 지역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고, 작은 지역이지만 노사민정이 한마음으로 모이는 모습을 보면 지역의 따듯한 정이 깊게 느껴진다.

삼척은 다른 지역보단 산업군이 있는 편이다. 근덕농공단지(중소기업 28개)가 있고 삼표시멘트 공장, 경동광업소, 석탄공사 도계사업소. 쌍용공장 등 대기업도 있다. 그래서 노동 관련 길거리 노동법률 상담 사업이 노사발전재단 우수 사업으로 선정되었고, 관내 고등학생 대상으로 예비직장인 기초노동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또한 3년 전부터 노사발전재단과 노사미래포럼을 진행했는데 가장 의미 있던 건 삼척 지역 노사민정이 거버넌스를 이뤘다는 점이다. 당시 참석했던 농공단지협의회 회장님과 가끔 통화하는데 포럼을 통해 새로운 거버넌스를 배웠고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한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사업에 어려운 점이 조금씩 해결돼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원주시는 문막·동화산업단지 통근버스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협의회 사무국장이 지역 주민들에게 통근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길 듣고 추진한 사업이다. 초반엔 택시업계 쪽에서 반발이 있었지만 노동조합 관계자 등을 설득해서 지금은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찬규 강원도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 남궁경상 포토그래퍼 boriwoll@hanmail.net

정작 예산 부족으로
실무자들은 고용불안 겪어

- 강원도노사민정협의회의 현안은 뭔가?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의 현안은 비슷하다. 사업 예산증액을 통한 실무자들의 고용안정이다. 노사민정사업은 고용노동부에서 한 해 16억 원 정도 투입하지만 결과물이 좋다. 가성비가 뛰어난 사업이다. 지난해 노사민정사업은 고용노동부 72개 사업 중 재정 사업의 성과를 점검하는 자율평가에서 2위, 우수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예산이 계속 깎이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 성과를 내기 위해 전국 100여 명의 사무국 직원 대부분이 고용불안, 열악한 노동환경, 저임금을 감수하면서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일에 대한 소신이 없다면 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 공무원, 지역 담당 공무원이 보통은 1년씩 맡지만 심하게는 1년에 2~3번 인사이동이 있다. 사무국마저 없으면 중간에 사업을 멈추는 경우도 많다. 안정된 사무국에서 중심이 돼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에 사업비 예산증액과 사무국 직원의 고용안정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예산증액이 안 되면 사업비보다 사무국 운영비가 더 들어가는 지역의 경우 사무국 지원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는 노사민정사업은 전국 사업이 아니라 지방자치 사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왜 중앙에서 예산을 충분히 안 준다고 보나?

기획재정부는 노사가 만나서 막걸리 먹고 등산이나 가는 사업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으니 예산을 확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중앙에서는 노사정 협의체의 합의가 계속 불발됐지만 지역에서는 지역 나름대로 꾸준히 발전해왔다. 중앙 예산과 지역 예산을 매칭해 지방자치에 이 정도로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 뭐가 있겠나? 정말 현장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예산을 책정해주면 좋겠다. 다른 일자리 사업은 예산이 충분하다. 지역 고용추진단은 인건비만 한 해에 1억 2,000만 원이 나온다.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 확산 관련 상생형 일자리 컨설팅은 8개 지역에서 한 해 16억 원을 받았다. 지역 주체인 노사민정 없인 일자리 창출도 어려운데 총괄 역할인 노사민정협의회에만 예산이 부족한 모순적인 상황이다. 예산 문제만 풀리면 강원 지역 고민은 크게 없다.

노사민정협의회 실무자의 ‘일’

- 지역노사민정협의회에서 실무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노사민정을 연결하는 연결고리이자 다양한 일을 처리하는 엑스트라라고 생각한다. 어떤 지역이든 어떤 일이든 일손이 필요하다고 하면 가서 돕는다. 사무국장이 없는 지역이 많아서 행사마다 지원도 자주 간다. 담당 공무원들도 만나고, 협의회에서 요청하면 각종 회의에도 참석한다. 새로운 지역에 사무국이 설치되면 직접 내려가서 세팅도 돕는다. 예를 들자면 이번 주는 동해, 삼척에서 각각 1박 2일 간담회가 있고 길거리 치유 상담 진행을 같이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킥오프 회의도 잡혀 있다. 지난주엔 1박 2일 감정노동자 힐링캠프에 다녀왔다.

- 바쁘겠다. 직업 만족도는 어떤가?

아주 높다. 퍼펙트한 수준이다. 노동조합 일을 18년 정도 하고, 노사민정사업을 15년 정도 했다. 노사민정사업을 하면서 훨씬 폭넓게 사람들을 만난다.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새로운 공부를 하고 도움도 많이 받는다. 인생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다양한 주체들과 연결되면서 물질적으론 풍요롭진 않지만 마음은 늘 풍요롭다. 지역에 가면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많다. 그럴 때마다 노사민정사업으로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

-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많았다.(웃음) 서로 다른 노사민정이 모이다 보니 여러 갈등이 있고 문제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해결할 방법마저 막막할 땐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었다. 고민하다가도 주변을 둘러보면 다른 지역은 더 열악한데도 버티고 있다. 내가 떠난다고 하면 저 지역은 누가 봐줄까? 하는 생각이 들면 또 참고 한다. 열심히 일하는 실무진들을 보면서 용기 내서 계속 가는 거다.

- 많은 대화의 장면을 봤을 텐데,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뭔가?

흔히 하는 말이다. 배려와 신뢰,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소통만 되면 안 풀리는 대화는 없다. 중간에 포기해서 그렇다. 신뢰를 쌓으려면 최소 1년에서 3년은 필요하다. 초창기 노사민정사업을 하려면 서로 알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 서로 얼굴도 잘 모르는데 의제를 던져놓고 ‘무슨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 하면 의견이 나오겠나? 멍하니 있다가 끝나는 거다. 지금 강원도는 예정 시간을 항상 넘긴다. 지난주 고용분과위원회에서 필수노동, 감정노동자에 대해 이야기 나눴는데 회의 예정 시간보다 1시간 더 소요됐다. 마주치는 시간이 쌓이니 내용도 점점 좋아진다.

- 신뢰가 눈에 보이는 순간이 있나?

처음 속초에서 지역 맞춤형 일자리 사업을 할 때 함께해 보자고 평창군 담당 공무원에게 1,000만 원을 사업비 예산으로 세워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지역 노동조합 위원장과 함께 갔는데도 담당 공무원은 ‘무슨 소리냐’며 나를 믿지 않았다. 사업공모 때마다 얼굴을 보니 3년차 돼서야 사업비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하더라.(웃음) 초반엔 멋모르고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 곳에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2년쯤 돼선 서로 이야기가 통한다는 게 느껴졌다. 나를 사기꾼처럼 보던 사람들이 이젠 날 필요로 하고 있다. 결국 대화가 풀릴 거라는 믿음으로 보낸 시간이 눈에 보이는 신뢰를 만들었다.

- 개인적으로 강원도는 어떤 의미인가?

인생의 종착역이 되지 않을까. 학교 졸업하고 1986년에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해서 2009년부터는 강원도 생활을 쭉 했다. 인생의 후반전은 강원도에서 펼치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이 종착역에 와서 맘 푹 놓고 쉬듯이 자연보다 사람이 더 아름다운 강원도가 종착역이었으면 한다.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노사민정사업은 계속하고 싶다. 

공통질문 ‘내가 경험한 연결의 순간’

“리츠칼튼호텔서울에서 호텔리어로 일하다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일자리 사업, 그러다 노사발전재단의 사업을 받아 속초에서 관광 관련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 사업, 강원도 노사민정사업까지 연결된 것은 제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된 지점들이었습니다. 전혀 예상 못한 연결 과정에서 모르는 부분을 배우고 개척해나가는 보람을 느끼다 보니 지금 지역 사회적 대화의 중심인 노사민정사업 실무를 하고 있네요.” (이찬규 사무국장)

여담

이찬규 사무국장은 오랜 시간 현장 이야기를 들어왔다. 시간이 더 허락한다면 더 듣고 싶었던 사례로 가득 찼던 인터뷰 일주일 뒤, 사진 촬영차 만난 기자에게 이찬규 사무국장은 전날 거리 노동법 상담에서 만난 요양보호사 사연을 들려줬다. 지역에선 요양보호사가 자기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용자가 당연하다는 듯 요양보호사의 차를 이용하길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죠. 그렇다 사고 나면 누가 책임져요?” 또 생생하게 현장을 전했다. 아무래도 기사를 더 준비해야 했다. 이찬규 사무국장의 영업 아닌 영업에 걸려든 기자는 ‘우리 지역 노사민정사업을 소개합니다’ 연재 기사를 기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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