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혁신 창간 17주년 기념사] 참여와혁신! 행복한 일터의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참여와혁신 창간 17주년 기념사] 참여와혁신! 행복한 일터의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 박송호 발행인
  • 승인 2021.07.19 00:00
  • 수정 2021.07.21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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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호 참여와혁신 발행인
박송호 참여와혁신 발행인

오래 전 봤던 미국드라마에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습니다. 공사를 마치고 준공식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꽤 높으신 분이 공사에 참여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호명했습니다. 그때는 헐리우드식 애국주의라고 비웃었습니다.

얼마 전 어떤 분이 허탈한 목소리로 제게 한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돕니다. 지역사회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진 사업에서, 자신이 결정한 것도 없고 과정의 힘든 일에 참여한 적도 없었던 사람이 준공식 몇 개월 전 부서 배치를 받아 유공자로 정부 포상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 분야의 전문가인 양 교육을 다니고 기고문을 쓴다는 겁니다.

사회가 유지되고 조직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성과를 내고 화려한 조명을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재빠름과 운으로 좋은 성과가 차려진 밥상에 앉습니다. 그 사람들이 너무나 당당히 인정과 보상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한 사람은 잊힙니다. 조직에선 불신과 냉소, 분노가 문화가 됩니다.

우리 사회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반세기 만에 이룬 나라입니다. 빨리빨리 잘 사는 선진국이 되자는 사회적 공감대와 동원이 가능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장의 과실에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잘살게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성장의 속도가 더뎌졌습니다. 과거의 방식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말이 넘쳐납니다. 추격자가 아니라 창조자가 되는 길은 힘든가 봅니다.

문화는 풍부해졌습니다. 다양성이 넘쳐납니다. 독자적인 국적 플랫폼을 가진 몇 안 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성장과 민주화의 과정을 기억하는 만큼 명암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정이나 법과 원칙을 집행하는 분들에 대한 대중적인 인기 역시 시대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권한만큼의 책임, 말했거나 아는 만큼의 공공적 실천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존중과 조정이라는 민주주의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사회의 발전과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구상과 실행이 분리되고 누군가 기획한 일을 빨리 정확하게 해내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요구, 목소리를 조절하고 함께 힘을 모으는 과정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같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지는 시대에서 권한을 나누고 참여할 수 있어야 책임도 질 수 있고 이것을 모아내는 것이 리더십인 듯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정체성, 나의 본질에 충실한 것입니다. 나의 본질은 나의 일을 잘하는 것입니다. 엉덩이 무거운 것으로, 줄을 잘 서는 것으로 척하는 것에서, 나의 직업이 갖는 본질에 충실해야 하는 시대인 듯합니다.

2021년 7월호는 참여와혁신 17주년 기념호입니다. 레이버플러스와 참여와혁신의 본질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본질이 노동과 사회, 노동자에게 연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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