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자들] 혁신학교가 미리 다녀온 교육의 미래
[연결자들] 혁신학교가 미리 다녀온 교육의 미래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7.20 07:15
  • 수정 2021.07.22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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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중 코로나19 대응기로 본 교사-학생 연결의 모습들
[인터뷰] 염영하·이돈집·박진교 삼정중학교 교사

‘연결자들’을 찾아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연결자들을 찾았습니다. 총 22명을 만나 15개 인터뷰를 전합니다. 인터뷰는 우리 사회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건강─연결의 마음 △교육─연결의 과정 △정치─연결의 확장 △환경─연결의 뿌리 △경제─연결의 포용 다섯 개 파트로 나눠서 진행했습니다. 다섯 개 파트에 노동을 굳이 넣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만난 연결자들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누구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이 ‘연결의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하나의 키워드로 꽉꽉 채운 인터뷰집을 만든 건 창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첫 시도가 더 의미 있는 다음 시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아낌없는 격려와 피드백을 부탁드립니다. 독자와의 연결을 기다리며, <참여와혁신>도 연결자로서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참여와혁신> 창간 17주년 기념호)

인터뷰_염영하·이돈집·박진교 삼정중학교 교사

코로나19는 위기를 일상으로 만들었다. 감염의 위험은 도처에 있었고 사람들이 그것을 일상적으로 대비해야 했다. 한편으로 코로나19는 일상 속 위기를 환기시켰다.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문화, 환경, 건강 등 각 분야에서 양극화가 존재하고 그 격차가 크다는 사실이다. 우리 삶에서 자연스러운 한 부분처럼 있던 것들이다. 부랴부랴 사람들은 격차를 해소하고자 목소리를 내고, 괜찮은 사례가 없는지 우리가 사는 사회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대 아이들 사이의 교육 격차 문제가 다시 부상하자 많은 언론이 혁신학교를 주목했다. 혁신학교는 우리 사회 교육이 가지는 다양한 문제를 공교육 내 혁신적인 시도로 해결해보자는 취지를 가진 학교다. 2009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됐다. 교육 격차 문제해결 사례로 혁신학교를 주목한 이유는 단순히 혁신학교의 취지가 그러하기 때문은 아니다. 교육 격차 해소에 혁신학교라는 변수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그것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가능한지 느껴보고 싶었다. 수소문 끝에 6월 23일 서울의 외곽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삼정중학교를 찾았다.

왼쪽부터 삼정중학교 염영하 선생님·이돈집 선생님·박진교 선생님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왼쪽부터 삼정중학교 염영하 선생님·이돈집 선생님·박진교 선생님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삼정중학교는 혁신학교 중에서도 학교 자치를 실험하는 공간으로 꼽힌다. 혁신미래자치학교라는 이름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인터뷰 전 운 좋게도 공개 수업과 수업 연구회를 볼 수 있었다. 학교 내부도 꼼꼼히 둘러보며 공간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봤다. 11년 전 삼정중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들어보자고 분주했던 핵심 3인을 만났다. 혁신연구부장 염영하 선생님, 진로상담부장 이돈집 선생님, 교무기획부장 박진교 선생님이다.(이하 이름으로만 지칭) 이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인터뷰는 학교 도서관에서 진행했다.

혁신학교가 보여준 교사-학생 연결
교육 격차 해소에 일조하다

염영하는 인터뷰 중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알려줬다.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혁신자치학교 2년차 성과분석 연구’의 내용이다. 혁신자치학교 성과분석이니 혁신학교에 대한 성과분석으로도 볼 수 있다. 학생의 핵심역량과 학업적 효능감에 가정의 경제적·정서적 지원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내용이다. 간략하게 말해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화목한 가정의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고 생활도 잘하고 성취감도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혁신자치학교 교육활동이라는 변수를 넣자 결과는 반전됐다. 온라인 수업 시 교사-학생의 의사소통, 교사의 실재감이 가정 배경에 따른 교육 격차를 좁힌 것이다.

해당 연구는 “IMF 이후 확대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계층 간 교육 격차, 특히 비대면 교육 상황에서 더욱 문제되는 계층 간 학력 격차를 혁신자치학교와 같은 교육 실천으로 극복 가능함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해설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실시한 분석이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 시’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교사와 학생의 연결이 학생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염영하 삼정중학교 혁신연구부장, 담당 과목은 작문이다.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염영하 삼정중학교 혁신연구부장, 담당 과목은 작문이다.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학생과 연결의 중요성
1학년 6반의 탄생

삼정중학교의 코로나19 대응 역시 비대면 상황에서 교사와 학생의 연결을 새롭게 구축하고, 코로나19 때문에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는 것 중심이었다. 염영하는 온라인수업TF 활동을 먼저 이야기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여 6명의 선생님을 중심으로 온라인 학습 시스템을 구축할 TF가 모였어요. 여러 가지 플랫폼을 검토했고 그중 구글클래스룸을 최종 선정했습니다. 나머지 플랫폼은 정말 단순한 지식 전달 중심의 채널이고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팅의 기능도 협소해 제외했습니다. 이후 구글클래스룸을 통해 어떤 식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어떤 식의 과제와 수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매뉴얼을 만들고 TF에서 선생님들에게 연수를 진행했습니다.” 어느 플랫폼이 학생들과의 연결을 담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었다. 덩달아 정부의 온라인 개학 이전 발 빠르게 효과적인 수업 모델을 자체적으로 준비한 셈이다.

1학년 6반 운영도 재밌는 사례이다. 혁신학교는 학급당 24명 이하 운영을 원칙으로하고 학년당 학급수도 적은 경우가 많은데 삼정중학교는 학년당 5학급이다. 그렇다면 삼정중학교에 여섯 번째 반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염영하는 1학년 6반 탄생의 비밀을 들려줬다. “온라인 학습을 하면 제시간에 접속하는 것도 힘든 아이들이 있어요. 스스로 학습이 안 되는 아이들, 집에서 학습은 고사하고 돌봄도 안 되는 아이들, 혹은 온라인 학습을 계속 부모님이 체크하다 보니 집을 나가버리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학교로 불렀어요. 그때는 등교 수업이 아니었으니까 빈 교실에 그 아이들을 모아서 담임선생님들이 돌아가며 온라인 학습을 도왔죠.” 아이들이 온라인 학습에서 떨어져 나간다면 어디에 안착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오프라인 공간인 학교가 안착지가 돼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도 컸다. 방역 수칙을 지키는 한에서 1학년 6반 시스템을 확대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웬걸, 교육청으로부터 모든 수업 대면 금지 공문이 내려왔다. 그 뒤로 교육청에 계속 문제를 제기했다. “아이들을 등교 못 하게 하는 것은 학교에서 이 아이들을 버리는 것과 같으니 기초학력을 쌓아야 하는 아이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은 예외로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교육청에서 내려온 공문에는 ‘돌봄·기초학력 대상자 제외’라는 단서 조항이 늘 따라붙었다.

담임교사들이 담당 반 학생들과의 만남을 개학 연기로 미루지 않은 것도 연결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1학기 개학 전 터졌기 때문에 담임교사와 담당 반 학생들은 얼굴도 볼 수 없고, 관계조차 형성할 수 없었다. 특히 새로 입학하는 1학년은 관계를 잇는 실오라기조차 없었다. 이돈집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특히 입학생들은 얼굴도 모르니까 담임교사들이 아이들 얼굴 보려고 학교 근처 방화근린공원이나 다른 공터에서 일대일로 만났어요. 그렇게 개별적으로 상담을 다 진행하면서 아이들과의 소통을 연기되는 개학보다 더 빨리 가져갔던 거죠.”

이돈집 삼정중학교 진로상담부장, 담당 과목은 진로상담이다.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이돈집 삼정중학교 진로상담부장, 담당 과목은 진로상담이다.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삼정중의 저력, 두 가지 중심 이동
배움의 공동체와 1/n 교장

물론 삼정중학교의 코로나19 대응기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온라인 활용에 능숙하지 않은 교사들의 어려움도 존재했다. 아이들의 신체와 정서의 발달도 고민스러웠다. 이돈집은 “1학년 아이들이 줄넘기 수업을 했는데 다리를 접질리는 애들이 많았어요”라고 했다. 박진교는 “초등학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0.5학년 문제가 중학교에서도 문제예요. 1학년만큼 마음이 커야 하는데, 관계를 맺는 과정이 없어서 그만큼 크지 못해요”라고 지적했다. 인지학습 외에 활동 중심의 교육인 예체능 교육, 자유학년제 교육, 진로탐색교육, 체험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혔다. 무엇보다도 삼정중학교가 혁신학교로 발돋움하게 한 모둠협력수업의 구현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럼에도 온라인이 익숙하지 않은 교사들은 방법을 배웠다.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체육활동을 했다.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전학급을 한 학급씩 각각 다른 시간에 불러 체육 수업을 진행했다. 구글클래스룸의 모둠 활동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에서 모둠협력수업의 어려움을 해결했다. 또한 오프라인 모든 교과 수업에서도 온라인과 같은 모둠으로 활동했다. 비대면으로 인한 관계 맺기의 어려움, 정서 발달의 지연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했다. 어찌 보면 모두 비대면 세계를 받아들이기 위한 진통이었다.

진통을 통과할 때일수록 가지고 있던 저력이 드러나는 법이다. 이돈집은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니까 당국에서도 뭘 하라고 분명히 하지 못해요. 학교가 알아서 하라고 하죠. 그럼 알아서 하는 습관이 원래 있는 학교는 어쨌든 학교 구성원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화가 없는 학교는 할 수 있는 게 없죠. 자기가 원래 가졌던 힘에 따라 천차만별인 거죠”라고 설명했다.

삼정중학교의 저력은 중심이 이동한 것이다. 학교를 교사의 가르침이 일어나는 공간에서 학생의 배움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바꾸며 배움의 공동체를 실현하고자 했다. 교사의 가르침이 중심이 되면 학생이 가르침의 신호를 제대로 받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학생의 배움이 중심이 되면 교사가 보낸 여러 신호에 학생들이 응답하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설령 그 응답에 문제가 있어도 상관없다. 응답의 주고받음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들만의 길을 찾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공동체가 학생을 중심으로 조직되고 운영되는 모습이다.

인터뷰 전 공개 수업(다른 학교와 달리 삼정중은 모든 교사가 공개 수업을 해야 한다.)과 공개 수업에 대한 수업 연구회에서 배움의 공동체를 목격했다. 공개 수업을 참관하기 전에 받은 공개 수업 참관 유의사항에는 모둠협력학습에서 어떤 아이에게 어떤 배움이 일어났는지를 관찰하라고 적혀 있었다. 이후 진행된 수업 연구회에서 그 말뜻이 무엇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연구회에서 함께 설계한 교사 수업에 대한 피드백은 10%, 나머지 90%는 25명 아이들 하나하나를 호명하면서 그 아이의 배움, 수업 태도, 그 수업 태도가 오늘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수업에서도 그런 것인지, 그 아이의 요즘 심리 상태, 그 아이의 학습 수준 등으로 채웠다. 프로파일러(?)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장단점, 특이 사항을 정리해 공유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결과가 아이들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지 않는 것. 나쁜 아이, 착한 아이로 구분 짓는 게 아니라 각각의 학생들을 다음 단계의 배움으로 어떻게 올라서게 할 것인가 고민하는 게 수업 연구회의 목적이다.

또 다른 중심 이동도 있다. 교장, 교감과 부장 중심으로 구성됐던 권한이 개별 교사에게 균등하게 나뉜 점이다. 박진교는 이것을 ‘학교 민주주의 실현’, ‘1/n 교장’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형태로든 자기 발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향후 피드백이 돌아오기 때문에 교사들이 자기 발언에 대한 효능감이 생기는 거죠. 효능감이 생기니 교사 한 명 한 명이 학교에 관한 사항을 자기 일로 생각하고 책임감 있게 이야기해요. 다들 주체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산술적으로 30여 명의 교사 집단이겠지만 실질적으로는 300명의 힘을 발휘한다고 봅니다.”

작년 초 코로나19로 계속되는 개학 연기로 혼란스러운 시점에 삼정중학교는 준비를 해나갔다. 학년이 바뀌어 새롭게 만나야 할 학생들의 특성을 공유했다. 이후에 아이들의 상담을 위해 MBTI 연수도 했다. 교원학습공동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했다. 혼란에 편승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자기 일로 생각한 교사들의 선택은 ‘혼란 탑승 거부’였다.

삼정중학교 도서관은 서울의 대형 유명 서점 못지않다. 층고가 높고 장서도 풍부하고 계단식 좌석이 있고 만화방 같은 다락방도 있다. 통유리 창밖으로는 다채로운 자연이 보인다. 이런 도서관을 만드는 데 교장, 교감도 아닌 사서의 생각이 가장 많이 반영됐다. 도서관과 학생들의 독서 활동 지도에서 전문가는 사서이기 때문에 권한을 부여했고 사서는 자기 일로 최선을 다한 것이다. 잠깐 나눈 대화에서 사서는 이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머리가 너무 아팠다고 했다. 전문가로서 책임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박진교 삼정중학교 교무기획부장, 담당 과목은 수학이다.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박진교 삼정중학교 교무기획부장, 담당 과목은 수학이다. ⓒ 김효진 포토그래퍼 kkimphoto@gmail.com

혁신학교가 보여주고 말한
우리 교육의 미래

삼정중학교의 저력은 과거에도 힘을 발휘했다. 염영하는 2011년 삼정중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난 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일례로 삼정중학교는 혁신학교가 되기 전에는 학교폭력이 한 해에 백여 건이 발생하는 학교였어요. 그런데 혁신학교가 되고 나서 1년 만에 학교 폭력이 한 자리수로 줄었습니다. 모둠협력학습 덕분이라고 봐요. 아이들이 매일 같은 모둠으로 모든 교과에서 한두 달간 수업 시간에 이야기를 나눠요. 공부 이야기만 하겠어요? 상대에 대해서 알아가겠죠. 가족이 되는 거예요. 물론 마음속 깊은 친구가 되지 않을 순 있어요. 적어도 상대가 폭력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 거죠.” 인지 학습 측면의 변화도 관찰된다. 한국교육개발연구원(KEDI)의 ‘2019 KEDI 학생역량 조사 연구 결과’를 혁신학교에 대입해 비교해보면 일반학교 학생보다 혁신학교 학생의 역량이 높았다.

이러한 변화의 경험과 계속 쌓은 저력으로 삼정중학교는 공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학교로 안정기에 접어든 것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박진교는 삼정중학교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민했다. 삼정중학교를 혁신학교로 안착시킨 주요 교사들이 퇴직 혹은 전근을 하게 되면 연결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 봤다. 그래서 교사 성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돈집은 코로나 위기로 교사 성장의 희망을 봤다고 했다.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수업 역량의 필요성이 증대하면서 젊은 교사들에게 주도권이 생겼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젊은 교사가 학교 교육을 꾸려가야 할 주체로 설 마당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염영하·이돈집·박진교는 삼정중학교의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의 교육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염영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생태적 관점, 성평등 관점, 민주시민의 관점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는 삶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진교는 자기 삶의 주체로 설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해질 것이라 봤다. 이돈집은 우리 교육이 트리플 윈(Triple Win)을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나도 좋고 너도 좋고, 도둑놈도 좋고 경찰도 좋으면 훔친 물건 나눠 가지면 둘 다 좋은데 사실은 피해자가 있는 거잖아요.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한 생각까지 하는 교육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모두가 연결돼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이 깃든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취재를 마치고 늦은 저녁 서울의 끝자락 방화역에서 서울의 중심부로 가는 지하철을 타니 문득 변화는 변방에서부터 온다는(지리적 사유는 아니지만) 신영복 선생의 말이 떠올랐다. 단위 현장에서 벌어지는 학교의 변화가 무너질 것 같지 않은 기존 교육의 높고 두꺼운 성벽을 흔들고 있었다.

공통질문 ‘내가 경험한 연결의 순간’

염영하 결혼 후 몇 번의 이사를 했다. 그때마다 이웃에게 떡도 돌리며 자녀들과 인사를 했다. 그게 끝이었다. 관계는 지속되지 않았다. 섬으로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섬과 섬 사이에 오가는 통통배가 생긴 계기가 있었다. 이웃과 공동 텃밭을 하면서, 공동 육아도 하고, 이웃 봉사도 하게 됐다. 이제는 버스 카드에 돈이 없어 쩔쩔매면 버스 카드 충전을 해주는 게 당연한 가까운 이웃이 됐다.

이돈집 탈북 학생들. 교사로서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준 학생들이다. 교사 생활을 하며 탈북 학생들을 만나 그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고 살아가기 위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일을 해오고 있다. SNS로 연결된 대부분의 사람이 당시 탈북 학생들이다. 학교를 옮기면서도 탈북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만 갔다. 삼정중학교에도 그렇게 오게 됐다. 평생 가져갈 화두 역시 탈북 학생이다.

박진교 생태와 농사에 관심이 있다. 2013년부터 농사짓는 교사 모임을 해오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기후 위기의 본격화로 인해 생태적 관점을 실천하면서 학교 교육에 어떻게 녹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다. 자연과 연결된 인간이 지속가능한 형태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말이다. 동시에 이런 고민을 하는 교사들과 활동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경험하고 있다.

여담

인터뷰 전 삼정중학교에 가서 공개 수업과 수업 연구회를 참관했다. 그리고 삼정중학교의 공간을 구석구석 돌아봤다. 복도와 교실 내부에 낙서들이 꽤 있었다. 일반적으론 선생님들이 지우라고 불호령을 하기 마련인데, 그냥 남아있는 이유가 궁금해 인터뷰 중 물어봤다. 낙서를 더러운 것으로 보고, 학교에 있어서는 안 될 것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필요하다는 것. 지울지 말지에 대해서 학생들이 토론하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 이 이야기를 듣고 머리가 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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