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노사민정① 충주시] 위기는 더 많은 협력으로 극복한다
[우리 동네 노사민정① 충주시] 위기는 더 많은 협력으로 극복한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8.09 08:29
  • 수정 2021.08.09 0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동네 노사민정협의회를 소개합니다 ①] 충주시노사민정협의회

우리 동네에서도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지역 노사민정 주체가 한자리에 모여 지역의 경제 및 노동 현안을 논의하는 기구인 ‘지역노사민정협의회’에서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지난해 기준 광역 17개 시·도 전체, 기초 226개 시·군·구 중 140곳(62%)에서 총 157개가 운영되고 있다.

여러 지역 노사민정이 중앙의 대상이 아닌 자기 지역의 주체가 되기 위해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치열한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의 걸음을 <참여와혁신>이 소개하려 한다. 처음은 충주시노사민정협의회다.

‘노사 문제 = 모두의 문제’

16년 전, 충주시엔 두 가지 사건이 벌어진다. 2005년 6월 14일, 김태환 당시 한국노총 충주지역지부 의장이 사망했다. 충주 지역 레미콘 노동자 파업 투쟁의 선두에서 사측이 투입한 대체 레미콘을 몸으로 막던 김태환 열사가 사고를 당했다. 열사의 죽음에 노동계는 분노했다. 어떤 노사문제가 등장하더라도 상황은 전면전으로 흐르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악화된 노사관계 속 충주시는 기업도시 건설 시범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분주했다. 8월 선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관련 정부 부처에서 실사를 하러 충주시를 방문했는데, 이날 노동계는 시청 앞에서 김태환 열사 사망 관련 집회 중이었다. 실사단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시민들은 노사문제가 모두의 문제임을 실감했다.

충주시는 중재에 나섰고 충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노총 사태 해결을 위한 시민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노사민정 모두 서로를 이해하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공감하게 됐다.

이후 충주시는 지식기반형 기업도시 건설 사업에 선정됐다. 대기업들이 산업단지 안에 속속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원·하청 관계 등이 형성되면서 전에 없던 유형의 노사 갈등이 발생했다. 모두의 문제를 어디서 문제를 풀어야 할까? 물음표가 커졌다. 이는 2009년 충주시노사민정협의회 출범으로 이어졌다.

‘더 많은(The more) 협력’
충주시 노사민정의 특별함

충주시노사민정협의회는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정부 평가에서 11차례 우수지자체로 선정됐다. 거의 매해 수상할 수 있었던 충주시노사민정협의회의 비결은 ‘더 모아 충주, 내일을 열다’라는 슬로건에 함축돼 있다. 충주시노사민정협의회는 충주의 내일을 열기 위해 노사민정을 중심으로 더 많은(더 모어·The more) 협력을 지향한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에선 시민도 네 주체 중 하나지만 보통 대표성을 갖춘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긴 어렵다. 노동·일자리 문제에 대해 발언하거나 토론할 만한 시민단체를 지역에선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충주시에선 2005년부터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노사정은 물론 시민도 지역의 주체로서 일자리와 노동문제를 함께 풀어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시민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 활동이 그 예다. 지난해 한 사업장이 인수합병되면서 고용승계 문제가 발생하자 노사민정협의회 시민특별분과 위원들이 노사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노사민정이 고용안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함께하기도 했다.

더 많은 지역과 연계도 강화했다. 2014년까진 지역 문제 위주로 논의했지만 충청북도 시·군·구 중 충주지역에서만 노사민정협의회가 활성화되는 점에 노사민정이 아쉬움을 느끼면서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16년 6월 충주, 제천, 음성 등 3개 시·군은 충북 북부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위해 서로 협업 행정을 약속했다. 또한 세 지역은 노사민정 사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데도 합의했다.

이종화 충주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은 “충주지역 노사민정 사업을 인근 지역과 연계하기 위해 노사민정협의회 지역 연계 강화 사업을 2015년부터 진행했다”며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인근 지역 노사민정 사무국 출범과 노사민정협의회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사민정 사업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브랜드 네이밍에도 신경 쓰고 있다. 이름만 듣고도 어떤 사업인지 알고, 더 많은 사람이 노사민정 사업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으로 ‘3색 TALK 사업’이 있다. 지역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터에서 노동권을 지킬 수 있도록 2013년 시작한 교육 사업이다. 충주시노사민정협의회는 ‘최저임금 TALK(똑) 부러지게 받자! 근로계약서 TALK(똑) 부러지게 쓰자! 아르바이트 TALK(똑) 부러지게 하자!’는 모토 아래 연간 2,000명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으며, 이후 각 지역 고등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노동교육을 하게 됐다.

현재는 지역 일자리 사업을 지원하는 ‘일자리 보듬사업’, 지역 현안을 살펴보는 ‘현미경 사업’,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테두리 사업’ 등 다양한 이름의 사업들이 진행 중이다.

대화의 축적이 ‘결과’다

충주시노사민정협의회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이종화 사무국장은 지역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종화 사무국장은 ‘합의회’가 아니라 ‘협의회’이기에 합의를 강제할 수 없는 점, 예산이 부족한 점 등 아쉬움은 있지만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더 많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이종화 사무국장은 “협의회에서 노사민정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며 “노사민정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도 교류와 대화가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문제 해결 방향이 잡힌다. 이런 과정들이 더 많은 지역노사민정협의회에서도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했다.

대화의 성공이냐 실패냐 판단이 아닌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결과라고 보는 관점도 필요하다. 이종화 사무국장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노사민정 간 대화는 쌓여서 좋은 경험의 자료로 남는다”며 “이런 사례들이 축적되어 있다. 누구한테도 물어봐도 쉽게 답을 들을 수 없는 축적의 시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의 역할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