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곡기 끊은 건보 고객센터 상담노동자 절규에 답하라”
“문재인 대통령, 곡기 끊은 건보 고객센터 상담노동자 절규에 답하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8.09 18:46
  • 수정 2021.08.09 2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주서 청와대까지 500리길 걸어온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왜 건보공단만 안 되나”
10일 청와대-공공운수노조 면담 합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원주 건보공단 본사에서부터 청와대까지 7일간 도보행진했다. ⓒ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이 9일 청와대 앞 길목에 섰다. 이은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 직무대행이 곡기를 끊은 지 18일째다. 

앞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원주 건보공단 본사에서부터 청와대까지 7일간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고객센터의 직영화와 상담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주장하며 세 차례에 걸친 파업을 진행 중이다. 건강보험공단의 공공성 강화와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위해서 직영화와 직접고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유사한 공공기관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완료한 바 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9일 오전 10시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문재인 정부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 직접고용을 다시 한 번 호소했다. 원주 건보공단 본사에서 집회를 이어가던 이들이 청와대로 간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실종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의 집회를 금지한 것도 이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달 22일 원주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하면서도 집회에만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해 사실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의 결의대회를 막은 바 있다. 원주시가 행정명령을 발표한 날은 공공운수노조가 주최하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결의대회 전날이었다.

공공운수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노동자,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했다. 도무지 납득을 할 수 없어 이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따지고자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정책에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문재인 정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이 보이지 않는가?”라며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책임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당장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만나 문제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 스스로 말한 약속을 지키라”고 밝혔다. 

이은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 직무대행이 9일 기자회견을 마치고 앉아 있다. ⓒ 공공운수노조 

“참고만 살았던 시간, 그게 당연하다고 알고 살았습니다. 화장실을 자주 갈까봐 물도 못 마시고, 닭장처럼 사방이 막힌 책상에 앉아 옆에 동료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하루 종일 기계처럼 전화만 받았습니다.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상담을 하면 급여가 삭감되고 대충 빨리 빨리 상담하면 급여가 올라갔습니다.”

“공단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달라는 것이 아니고, 중간착취만 하고 있는 민간위탁업체를 없애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올바르고 제대로 된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공공기관부터 바로 잡자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이제라도 처음 당선되셨을 때의 마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십시오.”

9일 청와대까지의 도보행진에는 단식 중인 이은영 직무대행이 함께했다. 이은영 직무대행은 발언을 통해 “관망 중인” 문재인 정부에게 문재해결을 촉구했다. 그는 “8월 폭염 속에 아스팔트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상담 노동자들이 걷고 또 걸어 원주에서 청와대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우리들의 절박한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는 7일간의 도보행진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도보행진에는 5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한편, 9일 오후 공공운수노조와 청와대는 면담을 통해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10일 진행되는 면담에는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과 건보고객센터지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 2명이 자리한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의 파업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사무논의협의회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앞서 이사장님 단식하시면서 공단 노조와 고객센터지부가 대화에 참여하는 걸로 이야기가 됐는데 (고객센터지부가) 파업을 해서 대화가 중간에 어렵게 됐다. 공단의 입장을 말하기가 어렵다. 많은 이해관계들이 있는 부분이라 합의를 진행하기 위해 사무논의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