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법안 : 사회서비스원법
[언박싱] 이 주의 법안 : 사회서비스원법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9.05 16:37
  • 수정 2021.09.05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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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원 #법적근거마련 #제11조 #우선위탁 #취지훼손

사회서비스원의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명시한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서비스원법)’이 통과된 것입니다.

사회서비스원은 정부가 요양보호사와 보육교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운영하는 기관입니다. 사회서비스원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17번 국정과제이기도 했는데요.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해 서비스의 질과 노동자들의 노동여건을 함께 개선하겠다는 목표에서 나왔습니다.

제정된 사회서비스원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각 5년마다 사회서비스 기본계획과 사회서비스 지역계획을 수립 ▲중앙 및 시·도 사회서비스원의 설립·운영 근거 마련 ▲시·도지사는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가능 ▲보건복지부장관은 중앙 사회서비스원을 설립, 시·도 사회서비스원의 설립·운영은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됩니다.

그간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사회서비스원의 법적인 근거가 되는 사회서비스원법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바 있습니다.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김재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남사회서비스원지회 지회장과 김정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사무국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6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누더기 된 사회서비스원법 제11조 원상복구하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6월 국회 앞에서 ‘누더기 된 사회서비스원법 제11조 원상복구하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문재인 정부 임기 8개월 앞두고 제정됐지만
사회서비스원법 ‘핵심조항’은 축소

“돌봄은 여태 개인에게 지어진 부담이었어요. 돌봄의 확산이 민간 중심으로 되었던 거예요. 공공성이 담보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장화됐고, 부작용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서비스의 질적인 차이, 민간 영역의 부정수급,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의 처우가 열악했어요. 민간은 돈이 안 되는 서비스는 안 하거든요. 돌봄을 공공에 편입시키는 법을 만드는 건, 우리 사회가 돌봄을 하나의 사회안전망으로 만든다는 거죠.”

김재현 지회장은 돌봄의 공공성 강화에 사회서비스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서비스원법의 필요성은 주목받았지만 입법과정은 지난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사회서비스원법은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폐기됐습니다. 21대 국회에서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에 도달했지만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사회서비스원법의 ‘핵심조항’이 대폭 축소됐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공방이 길어지자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1소위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사회서비스원 제11조 사업 우선위탁 범위는 ‘민간이 기피하는 분야’로만 축소됐습니다.

위원회 대안에 따르면, 사회서비스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에 대해 민간기관과 공개경쟁을 거쳐야 합니다. 우선위탁 조항을 명시하면 민간기관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야당의 반대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취지 훼손된” 사회서비스원법 보건복지위원회 통과)

이 대안이 그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환영과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성명을 내고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은) 돌봄노동자들을 착취하며 유지-확대 되어온 민간 중심의 사회서비스 시장이라는 황무지에 공공 직영 돌봄시설 확대를 위한 전환점을 만든 것”이라면서도 “사회서비스원법과 현재 전국에 설립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이 가지는 한계 역시 뚜렷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개경쟁 하면 돈 안 되고, 힘들고, 민원 많은 일을 사회서비스원이 하게 되겠죠. 그런데 저는 기본적으로 사회서비스원은 위탁방식이 아니라 돌봄 기관을 직접설립하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저희도 인력이 520명인데, 그 중에 3/4가 기간제 노동자라고 보시면 돼요. 우리가 지자체로부터 사업을 위탁받거든요. 사업이 하나 없어지면 그 노동자들은 사회서비스원 소속이 안 되는 거예요. 완전히 우리가 설립을 해서 직접운영하면 많은 노동자들이 사회서비스원의 정규직이 되겠죠.”(김재현 지회장)

“민간과는 애초에 경쟁이 안 돼요. 민간의 유연한 노동체계는 따라갈 수가 없어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돌봄 노동자들의 희생을 담보해서 사회서비스를 진행해왔기 때문에요. 사실 저희 현장노동자들은 법이 일단 통과되고 계속 개정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사회서비스원이 시범사업이라 늘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왔거든요.”(김정남 사무국장)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법 만들어야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은 사회서비스원이 온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투쟁을 지속해나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사회서비스원이 “민간 사회서비스 시장의 부수적인 돌봄 공급기관이 아닌, 시민에게 양질의 돌봄을 직접 제공하고,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핵심적 기관”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서비스원이 돌봄 기관을 직접운영 할 수 있는 예산이 확보돼야 해요. 정부는 최소한 표준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지자체마다 다른 사회서비스원 운영 기준을 세워야 해요. 그 가이드라인은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만들어야 하겠죠. 또 국가행정체계에 준하는 형태의 중앙사회서비스원을 조속하게 설립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사회서비스원의 컨트롤타워는 그냥 각 지자체예요. 지자체가 역량이 다 다르니 사회서비스원마다 편차가 커요.”

노동자들은 이를 위해 우선위탁 조항을 개정하고, 사회서비스원이 직접운영하는 국공립 돌봄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김재현 지회장은 한발 더 나가 ‘위탁’의 개념을 없애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회서비스원이 국가나 지자체의 사업을 위탁받지 않고 직접 기관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개정과 더불어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은 돌봄노동자 처우개선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합니다. 김정남 사무국장은 하루 4시간, 주 20시간을 일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입니다. 사회서비스원에 들어온 후 그는 ‘공공의 무게’를 느꼈다고 합니다. 설날이나 추석에 돌봄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돌봄 서비스를 진행하면서입니다. 그는 “돌봄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열악한 처우를 ‘당연한 것’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민간에서 오래 서비스가 진행됐다 보니 공공사회서비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틀이 아직도 나오지 않았어요. 동료 선생님들도 많이 헷갈려 하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부심과 책임감을 많이 가지고 계시거든요. 노동조합도요. 나 하나 잘 먹고 잘 살자고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민간도 공공도 우리는 동료예요. 다들 최소한의 처우를 너무나 오랫동안 당연하게 생각한 거예요. 공공이 더 많은 서비스를 만들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양질의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잖아요. 공공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와 처우를 만들어낸다면 돌봄 영역 전체도 변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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