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상용차 위기①] 중대형 상용차의 위기, 전북지역의 위기
[중대형 상용차 위기①] 중대형 상용차의 위기, 전북지역의 위기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10.14 10:02
  • 수정 2021.10.19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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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산업 호황? 중대형 상용차는 ‘위기’
위기 극복 위해 중대형 상용차 인식부터 정립해야

중대형 상용차 위기① 위기극복은 ‘중대형 상용차’ 인식부터

“한국 자동차산업이 잘 나가는데 왜 중대형 상용차가 위기냐고 물어봅니다. 국회에서 1인 시위를 하면 ‘쌍용차가 위기인가요?’라고 질문하기도 합니다.”
- 유준 금속노조 타타대우상용차지회 교육선전부장

“오죽했으면 국회에서 피케팅하는데 상용차 써놓고 트럭 버스를 써놨겠습니까?”
- 황의택 금속노조 전북지부 사무국장

“현대차 전주공장과 타타대우가 합쳐서 1년에 5만 대 정도를 만들어요. 그런데 포터나 스타리아 같은 소형 상용차를 포함하면 현대차만 연 20만 대 정도를 생산해요. 그래서 현대차 전주공장이 위기라고 하면 쉽게 이해하기 힘들어 하죠. 상용차 관련해서 서울에서 피케팅을 하면 ‘이게 쌍용이에요?’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 장정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 대외협력부장

상용차 산업 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전북대책위원회(이하 상용차대책위)가 지난 6월 4일 결성됐다. 전북은 국내 상용차 생산의 95%를 차지한다. 상용차의 위기는 곧 전북지역의 위기와 다름없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에도 선방하는 한국 자동차산업을 생각할 때 상용차가 위기라는 말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유준 상용차대책위 정책위원은 “트럭, 버스 등 상용차는 승용차와 핸들, 타이어만 같을 뿐 구조적으로 같은 점이 없다”고 말한다. 상용차의 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용차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중대형 상용차란?
'버스와 대형 트럭'

상용차의 사전적 의미는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차량을 말한다. 자동차관리법에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르면 ①10인 이하 차량을 승용차 ②11인 이상 차량을 승합차 ③화물운송에 적합한 차량을 화물차 ④특수 작업을 수행하는 차량을 특장차로 구분한다. 여기서 승합차, 화물차, 특장차가 상용차에 해당한다.

상용차는 승차인원, 적재중량에 따라 다시 소형‧중형‧대형으로 나뉜다. 승합차의 경우 11인승에서 15인승은 소형이다. 스타렉스(현대차), 카니발(기아), 다마스(한국지엠) 등이 대표적 모델이다. 16인승에서 35인승 미만은 중형 승합차로 분류된다. 카운티(현대), 레스타(타타대우) 등 주로 ‘마을버스’에 운영되는 차종이다. 36인승 이상, 전장 9m 이상인 승합차는 대형이다. 전세버스, 시내버스 등이 대형 승합차에 속한다. 주요 생산 업체로는 현대차, 기아, 자일대우상용차, 에디슨모터스 등이 있다.

자동차관리법상 화물차는 적재중량 1.5톤 미만은 소형으로 분류된다. 1.5톤 이상 5톤 미만인 경우는 중형, 5톤 이상은 대형으로 분류된다. 다만 실제 화물차 시장에서 분류는 더욱 세밀하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보(한국지엠), 봉고(기아), 포터(현대차) 등은 경형(0.6톤 이하), 소형(1톤), 준중형(2톤~3.5톤)에 속한다. 통상적으로 적재중량 4.5톤 이상~8.5톤 이하 화물차를 중형 화물차라고 부르는데, 이때부터 적재중량을 높일 수 있는 ‘가변축’을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대형 화물차는 8.5톤 이상부터 25톤까지 차량을 말한다.

중형 화물차의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마이티와 메가트럭(현대차), 아테고(다임러) 등이 있고, 대형 화물차의 경우는 엑시언트(현대차), 프리마(타타대우), 악트로스(다임러) 등이 있다.

중대형 화물차는 쓰임새에 따라서 트랙터, 카고, 덤프, 믹서, 펌프카 등으로 나뉜다. 트랙터는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용도의 차량으로 별도의 짐칸이 부착돼 있지 않다. 카고는 짐칸이 붙은 화물차, 덤프는 적재물을 자동으로 쏟아 부을 수 있는 장치가 달린 차종, 믹서는 콘크리트 혼합기가 달린 차종, 펌프카는 높은 위치까지 콘트리트 혼합물을 뿌리는 장비를 갖춘 차종이다. 이중 덤프, 믹서, 콘크리트 펌프카는 중대형 화물차인 동시에 건설기계로 분류된다.

ⓒ 타타대우상용차
쓰임새에 따라 중대형 화물차의 뒷모습이 결정된다.  타타대우상용차의 같은 프리마 모델이지만 쓰임새에 따라 파생차종이 다양하다. ⓒ 타타대우상용차

상용차대책위에서 ‘위기’라고 말하는 상용차는 중대형 승합차와 화물차, 즉 버스와 대형 트럭이다. 중대형 상용차의 주된 사용처는 물류, 건설기계, 여객운송, 건설업, 군용 등이다. 승용차와 비교해 고객층이 다르다.

장정현 대외협력부장은 “트럭은 물류나 건설 현장, 버스는 주로 대중교통에 많이 쓰인다. 개인적인 용도로 중대형 상용차를 구입하지 않기 때문에 모델 교체 주기가 길다. 승용차는 보통 5년마다 교체되는데, 중대형 상용차는 20년 정도”라며 “승용차의 특성을 기준으로 상용차를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생산 방식에서도 승용차와 중대형 상용차는 차이를 보인다. 유준 정책위원은 “국내 중대형 트럭의 경우 타타대우의 프리마, 노부스, 현대차의 메가트럭, 파비스, 엑시언트 증 차종이 적지만 1개 모델에 파생차종이 500여 개가 달한다”고 말했다. 승용차 생산이 ‘소품종 다량 생산’이라면 상용차 생산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수입산에 밀리는 국산
중대형 상용차

자료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2019), ‘상용차산업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생태계 구축사업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보고서’

중대형 상용차의 위기는 내수시장에서부터 확인된다.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원장은 “상용차 수입차량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1년을 기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발표한 ‘상용차산업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생태계 구축사업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대형 트랙터의 수입 비중은 75.5%, 대형 덤프의 수입 비중은 70.5%, 대형 카고의 수입 비중은 28.3%, 중형 카고의 수입 비중은 8.5%를 기록했다. 추이를 보면 수입물량은 대형 트랙터, 대형 덤프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카고 부문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유준 정책위원은 “카고 차량은 짐칸, 즉 데크가 부착돼 있다. 수입 상용차업체들이 카고 차량을 팔려면 차를 수입해 와서 데크를 우리나라에서 제작해야 한다. 그런데 카고 시장에서도 조금씩 해외 메이커들이 진출하고 있다”면서 “해외 업체들이 HCV(Heavy Commercial Vehicle, 대형 상용차) 시장에서 확보된 점유율을 바탕으로 전국적인 A/S망을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MCV(Medium Commercial Vehicle, 중형 상용차) 시장까지 확대하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중대형 승합차 부문에서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해외업체들의 선방이 두드러진다. 2층 버스, 천장 개방형 버스 등 국내업체가 생산한 지 얼마 안 된 차종에 볼보버스, 만트럭버스 등이 진출한 상황이다. 시내버스 부문에서는 전기버스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비야디·하이거·범한자동차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버스업체의 선전이 돋보인다. 국내업체가 생산한 전기버스의 대당 가격은 4억 원 후반인 반면 중국업체의 전기버스는 2~4억 원대 초반이다. 국내 버스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가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차체를 제외한 주요 부품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주요 부품의 국산화에 나섰지만 시간이 걸리는 과제다.

김훈배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은 “전기버스 제작업체의 경쟁이 보다 치열해졌다. 무엇보다 중국 제조사 전기버스가 한국에서 점점 증가하고 있다. 12개 업체의 25종 모델이 보조금 자격을 획득했다”며 “특히 GS글로벌은 중국 전기버스 1위 업체인 비야디의 국내 총판을 담당하고, 버스업체가 수입업체를 자회사로 신설한 사례도 있는 만큼 중국 모델들이 국내에서 판매 실적을 올릴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국내 전기버스업체 에디슨모터스의 함안 공장 전경 ⓒ 참여와혁신포토DB

중대형 상용차가 대당 1~2억 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상품인 점을 고려할 때 중대형 상용차의 ‘해외 잠식’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안재원 원장은 “대형 상용차의 경우 승용차보다 가격대가 월등히 높아 부가가치가 큰 만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한다.

수출 길도 막히는
국내 상용차

또한 2011년 이후부터 한국 상용차 생산 물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는 국내 상용차업계가 수출 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2021년 4월 발표한 ‘친환경 상용차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제’에 따르면, 국내 상용차 생산은 2011년 43만 5,000대에서 2020년 29만 5,000대로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2013년 생산된 상용차 중 수출 규모는 14만 대에 달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6만 5,000대로 반토막 났다. 상용차 생산량이 줄어든 핵심 이유에는 수출 물량 급감이 놓여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민규 연구실장은 “가장 많은 수출 감소가 발생한 지역은 선진 시장인 북미‧유럽‧중국이 아니라 중남미‧아프리카‧중동 지역”이라면서 “현대차는 최근 해당 지역에서 일본업체와 경쟁하며 승용차 점유율을 높이는 노력을 하면서 브랜드 파워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해당 지역에서 상용차 수출이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차량 개발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봤다. 

유준 정책위원은 기존 상용차 수입국에서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면서 국내 상용차 수출 물량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유준 정책위원은 “타타대우가 주로 수출하던 시장은 베트남이나 필리핀이었는데, 해당 국가의 규제가 심해져서 KD(Know Down, 반조립)로 수출하거나 해외 공장을 신설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완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장정현 대외협력부장도 “전체적으로 수출이 줄었다. 베트남 등지에서 관세 때문에 해당 국가에서 직접 생산하는 비중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중대형 상용차업체가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에 진출하기가 어려운 구조적 측면이 있다. 유준 정책위원은 “가령 상용차의 경우 독일에만 판매할 수 없다. 트럭이 독일에서만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A/S네트워크를 전 유럽에 깔아야 한다. 품질보증을 대행해주는 업체가 있지만 이를 이용하게 되면 가격 경쟁력이 굉장히 떨어진다. 유럽시장에 진출을 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역으로 번지는 위기

중대형 상용차의 위기는 고용위기, 지역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 이는 상용차대책위가 꾸려진 배경이기도 하다. 타타대우상용차는 2020년 10월 15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현대차 전주공장에서도 2014년 이후 물량 부족에 따라 계열사 혹은 타지역 전출, 순환휴가, 전환배치 등을 시행해왔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는 물량 감소에 따른 고용불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0년 7월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바 있다. 2021년 10월 7일 현대차 노사는 전주공장의 물량 감소에 따른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현대차 울산 4공장에서 담당하던 스타리아 물량을 한시적으로 전주공장과 공동 생산하기로 했다.

장정현 대외협력부장은 “2014년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6만 9,000대를 만들고 나서 매년 물량이 줄었다. 물량 감소에 따른 불안으로 2018년 기아차 광주공장에 45명의 조합원이 전출을 가기도 했다”며 최근 몇 년간 전주공장의 위기를 설명했다.

2021년 5월 25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상용차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육성정책과 지원 방안 요구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포토DB

1‧2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더욱 큰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전주공장의 1차 협력업체는 97개, 2차 협력업체는 62개, 타타대우상용차의 1차 협력업체는 86개, 2차 협력업체는 48개에 달한다. 1인 기업까지 합치면 그 수는 400여 개까지 늘어난다.

2018년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전북본부가 발표한 ‘충남‧전북 자동차산업 발전 방안’에 따르면, 대면조사에 참여한 43개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 중 58%가 위기상황, 23%가 위기직전 상황, 19%가 우려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전북지역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취업자 수 변화를 살펴보면, 2013년 2만 6,186명에서 2020년 2만 1,659명으로 4,527명 감소했다. 해당 통계는 한국지엠 군산 공장 폐쇄 여파가 포함된 수치다.

중대형 상용차 부품업체인 서연인테크에 다니고 있는 황의택 금속노조 전북지부 사무국장은 “군산 공장 폐쇄 여파를 제외하면 약 2,100여 명 정도가 감소했다고 본다”면서 “서연인테크에서도 2014년과 비교해서 40% 정도 인원이 줄었다. 120여 명이던 인원이 현재는 69명”이라고 말했다.

장정현 대외협력부장은 “한국 상용차의 95%를 타타대우와 현대차 전주공장이 만든다. 또한 상용차산업은 전북 제조업의 20%를 차지한다”며 “상용차의 위기는 전북지역 일자리 위기다. 현대차 전주공장 가동률이 50% 미만, 버스는 60% 미만인데, 시트나 마후라를 만드는 부품사들은 아사직전의 수준”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