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버스 다시 달리려면 ‘성공적 매각’ 필수
대우버스 다시 달리려면 ‘성공적 매각’ 필수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6.21 20:02
  • 수정 2021.06.21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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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260일 만에 복직 ... 청산 아닌 매각하기로 노사합의
안정적 고용승계를 위해 성공적 매각 필요 ... ​​​​​​​“울산시 책임있는 역할 촉구”
21일 오전 7시 30분 울산시 울주군 자일대우상용차 울산공장 앞에서 진행된 복직 환영식 현장 ⓒ 금속노조

지난해 10월 정리해고 됐던 자일대우상용차 노동자 350여 명이 21일 260일 만에 회사로 복귀했다. 향후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성공적인 매각이 중요한 상황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은 21일 오전 7시 30분 울산시 울주군 자일대우상용차 울산공장 앞에서 복직 환영식을 진행한 데 이어 오전 10시에는 울산시청에서 ‘끝나지 않는 대우버스 매각문제! 울산시가 적극 나서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자일대우상용차는 대우자동차의 버스사업부가 모체로 2003년 3월 현재의 소유주인 영안그룹에 매각됐다. 대우자동차 인수 후 영안그룹은 중국 계림, 코스타리카, 파키스탄, 대만 등 해외법인 투자를 진행함과 동시에 울산공장 확충에도 나섰다. 이 과정에서 대우버스였던 사명을 2013년 자일대우버스, 2018년 자일대우상용차로 바꿨다.

청산에서 매각으로

자일대우상용차의 경영진인 영안그룹은 2020년 3월 30일 노동조합과 면담자리에서 울산공장을 폐쇄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적자가 이유였다. 구체적으로 현재 자일대우상용차에서 본사(경기도 부천)와 KD(반제품 수출)부서, 내수A/S부품부서만을 한국에 남기고, 연구 및 생산 역량은 관계사를 통해 베트남 법인으로 이전한다는 것이었다.

영안그룹은 ‘울산공장 폐쇄 후 베트남 공장 투자’라는 계획에 따라 2020년 6월과 8월 울산공장에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10월 4일 총 356명을 정리해고 했다. 이에 금속노조 대우버스지회는 자일대우상용차의 울산공장 폐쇄를 위장폐업이라고 주장하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2020년 12월 지노위, 2021년 4월 중노위는 모두 회사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정리해고에 대한 노동조합의 반발이 만만치 않자 영안그룹은 울산공장 ‘폐쇄’에서 ‘매각’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러한 회사의 입장 선회로 대우버스지회의 입장에서 ‘해고’(자산매각)가 아닌 ‘고용승계’(회사매각 후 영업양도)의 가능성이 생긴 셈이었다.

21일 오전 10시 울산시청 앞에서 진행된 ‘끝나지 않는 대우버스 매각문제! 울산시가 적극 나서라’ 기자회견 현장 ⓒ 금속노조

원활한 매각 위한 노사합의

이후 자일대우상용차 노사는 6월 11일 원활한 매각을 위한 정리해고 철회 및 복직에 합의했다. 목표 매각 기한은 1년으로 1차 매각 2021년 12월 말, 2차 매각 2022년 6월 말로 예정돼 있다.

또한 자일대우상용차 노사는 복직 후 1개월간은 정상 출근하되 2개월차부터 공장 운영 상황에 맞는 인력 배치를 노사협의로 진행하기로 했다. 2022년에는 6개월 순환유급휴직, 나머지 6개월 부품생산 투입 등에 대해 노사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순환유급휴직의 경우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총 9개월의 해고기간과 관련한 임금은 회사가 3개월분을 즉시 지급하기로 했고, 6개월분은 노동조합이 양보하기로 했다.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다. 또한 노동조합은 마찬가지의 이유로 복직 이후부터 매각 성사까지 기본급을 10% 삭감하기로 했다. 단 실업급여 지급분은 회사가 올 12월말까지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이 같은 합의의 배경에는 급작스런 자일대우상용차의 폐쇄에 따라 부품협력사의 어려움이 심화된 점이 놓여 있다. 또한 자일대우상용차 울산공장 내 230여 대의 재고 차량이 있었던 점도 영안그룹이 청산보다는 매각을 선택하게 한 요인이었다. 재고 차량의 가치가 청산할 때보다 회사 정상화를 전제한 매각 상황에서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2020년 9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운수업계를 돕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폐차 대상 버스의 운행연한을 1년 연장했던 것이 올해 하반기에 종료된다. 가까운 시일 내로 버스 차량 수요가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울산시 책임 있는 역할 필요

해당 합의에 따라 약 9개월간 해고 상태에 놓였던 자일대우상용차 노동자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노사가 합의한 목표 매각 기한이 1년이기 때문에 매각 성사까지 고용안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재우 금속노조 대우버스지회 지회장은 “1년 안에 매각되기는 쉽지 않다. 회사가 합리적인 가격보다 금액을 더 높이 불러 매각이 잘 추진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매각 불발 시 회사는 또다시 청산 카드를 꺼낼 수 있다”면서, “울산시는 대우버스의 울산공장 증축 당시 약 800억 원 규모의 세수 지원을 한 바 있다. 막대한 세금을 투자해 만든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매각과정에서 울산시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박재우 지회장은 “미래지향적인 인수자가 있다면 노동조합에서도 적극 나서서 매각 성사를 위해 노력하겠다. 또한 매각 이후 조기 안정화를 위한 자구 노력 및 울산시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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