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안모자' 구조조정 맞서, 계열사 노조 힘 합친다
'영안모자' 구조조정 맞서, 계열사 노조 힘 합친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9.16 19:48
  • 수정 2020.09.16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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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안모자 3개 계열사 노조 '공동투쟁단' 구성
"백성학 회장 기업가치 훼손에 맞서 공동 대응하겠다"
'영안모자 백성학 우량 기업 파괴 저지 공동투쟁단'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 민주노총 금속노조
'영안모자 백성학 우량 기업 파괴 저지 공동투쟁단'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 민주노총 금속노조

버스제조 노동자, 자동차판매 노동자, 그리고 방송 노동자들이 손을 맞잡았다. 영안모자 계열사(자일대우상용차·자일자동차판매·OBS) 노동자들이 각 사업장에 정리해고,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예고한 영안모자에 맞서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언론노조, 한국노총 금속노련으로 구성된 '영안모자 백성학 우량 기업 파괴 저지 공동투쟁단'(이하 공동투쟁단)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영안모자는 1959년 모자 상점으로 출발해 모자 제조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세계 모자 점유율 1위인 영안모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계열사를 늘리기 시작해 현재는 그룹사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계열사로는 클라크지게차, 자일대우상용차, 자일자동차판매, OBS 등이 있다. 
 

"영안모자, 코로나19 핑계 구조조정 압박"

공동투쟁단은 영안모자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를 핑계로 계열사 3사에 구조조정 압박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일대우상용차(이하 대우버스)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감소와 매출감소 등을 이유로 울산공장을 폐쇄하고 베트남공장에서 제조한 차량을 역수입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3월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우버스는 울산공장 사무직·생산직 386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8월 31일 통보했다.

최지훈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대우버스사무지회 지회장은 "백성학 회장은 3월 말 울산공장 폐쇄와 베트남 공장 이전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이미 들어온 주문을 취소하고 특수관계사인 자일자동차판매에도 강제휴업을 종용했다"며 "영안모자는 악의적이고 계획된 자해경영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우버스를 판매·영업하는 자일자동차판매 역시 휴업과 인력감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김순근 한국노총 금속노련 경기본부 자일자동차판매노조 위원장은 "올해 하반기 670대의 판매 물량이 있었음에도 사측의 일방적 생산중단으로 인해 이미 계약을 진행했던 업체에 해약을 고지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며 "이 상황은 직원들에게 책임이 전가돼 일자리가 없으니 휴업해야 하고, 구조조정까지 감내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돌아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버스 관리 업무가 업체와 계약진행이 분기, 년 단위 계약을 진행하는 구조라는 것을 사측이 알면서도 한두 달 판매 대수 부족으로 영업조직을 휴업시키는 것은 구조조정의 잣대를 두고 맞춰나가려는 술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사인 OBS 노동자들도 희망퇴직, 자회사설립, 구조혁신 등을 통한 인력감축과 급여삭감 압박을 받고 있다.

박은종 민주노총 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 지부장은 "2007년 개국 당시 정직원 231명으로 시작해 2011년 265명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174명으로 최고 인원수 대비 40% 이상 감원됐다"며 "백성학 회장은 OBS의 직원수는 200명이어야 한다고 했다가 180명, 150명, 현재는 132명을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백 회장은 OBS가 최근 3년 연속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영수지가 적자로 예상되자 인원을 더 줄이고 임금을 깎지 않으면 폐업하겠다고 한다"며 "OBS는 경인지역 400여 개 시민단체와 당시 1,300만 경인지역 시민들의 힘으로 탄생된 방송사다. 백 회장은 단지 금전적 지분만 있을 뿐 OBS 폐업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재우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대우버스지회 지회장이 "영안모자 백성학은 우량 기업 파괴 중단하라"며 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 한국노총 금속노련
박재우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대우버스지회 지회장이 "영안모자 백성학은 우량 기업 파괴 중단하라"며 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 한국노총 금속노련

"상급단체 구분 없이 연대할 것"

영안모자의 잇단 구조조정 압박에 3개 계열사 노조들은 힘을 합쳐 공동투쟁하기로 했다.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은 "지금은 영안모자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도덕한 경영에 맞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금속노련은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생존권을 위해서 상급단체 구분 없이 연대할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노조와 금속노조, 한국노총의 금속노련까지 합쳐서 공동투쟁을 하게 된 것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고용유지와 위기탈출이라는 절대적 과제 앞에 자본이 무책임하게 먹튀행각을 벌이는 것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라면서 "고용유지를 국민이 요구하고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이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을 규탄하고 백성학 회장을 상대로 한 투쟁에 멈춤 없이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김용화 민주노총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도 "백성학 회장 같은 구시대적 노사관계관을 가진 적폐 경영인을 청산하고자 이 자리에서 공동투쟁단을 발족한다"며 "코로나19 위기를 빙자해 고용과 생산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부도덕한 자본의 횡포를 바로잡기 위해 금속노조가 이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공동투쟁단은 이날 출범 선포를 시작으로 23일 국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버스 노동자들의 해고 통보일인 10월 4일에는 울산공장 앞에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