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불평등 타파” 내걸고 전국 동시다발 집회
민주노총, “불평등 타파” 내걸고 전국 동시다발 집회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1.10.20 18:56
  • 수정 2021.10.20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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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집회는 서대문역 사거리 개최...“2.7만 집결”
​​​​​​​총파업 요구안, 내년 대선까지 이어갈 예정

민주노총이 20일 예정대로 총파업을 진행했다. 서울‧경기‧인천 지역 조합원이 집결한 서울 파업대회(집회)는 서대문역 사거리 일대에서 열렸다. 민주노총은 집회 시작 시각인 오후 2시가 되기 약 30분 전 집회 장소를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른 아침부터 서울 도심에 경찰 170여 개 부대가 동원, 배차되고 차벽과 펜스가 설치된 상황에서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 참가자들이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자 서대문역 사거리로 장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20일 서대문역 사거리 일대에서 총파업 서울 대회를 진행했다.ⓒ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민주노총이 20일 서대문역 사거리 일대에서 총파업 서울 대회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이날 민주노총이 밝힌 서울 지역 집회 참가 조합원은 약 2만 7,000명으로, 14개 지역 중 참가 인원이 가장 많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장옥기),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강규혁),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현정희) 등은 서대문역 사거리로 집결해 대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시작했다. 16개 산별 대표자와 서울‧경기‧인천지역본부 대표자도 참석했다.

본대회는 오후 2시 30분에 시작됐다. 대회사를 통해서 위원장 직무대행인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세상, 아무리 일해도 집 한 채 살 수 없는 세상, 모두가 노동을 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며 “오늘 총파업은 시작이고 출발이다. 우리는 110만 민주노총과 농민, 빈민, 여성, 청년, 사회적 약자와 함께 연대의 손을 잡고 한국 사회 불평등 해소하기 위해서 힘차게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집회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안고 치러졌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이유로 지난 14일 관계부처 차관 회의에서 집회 자제를,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집회 강행 시 엄정 대응을 민주노총을 향해서 각각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자체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을 마련해 안다. 인원 간 2m 거리두기, 발열 체크, 손 세정, 마스크 착용, 참가자 서명부 작성 등이다. 집회 현장에선 참가자들에게 페이스쉴드를 지급했다. 하지만 많은 인파가 일순간에 몰리며 2m 거리두기는 잘 지켜지지 않았고, 현장에 마련된 서명부를 작성하는 참가자도 드물었다. 민주노총 측에선 경찰이 펜스를 시위대와 너무 가깝게 설치한 탓에 공간이 좁아져서 거리두기를 지키기 어렵다는 주장을 하며 경찰에 뒤로 물러나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민주노총 총파업이 진행된 14개 지역은 서울, 강원, 충북, 세종·충남, 대전, 전북, 전남, 광주, 경북, 경남, 부산, 대구, 울산, 제주 등이다.

코로나19 사회대전환기,
대선까지 총파업 요구안 이어간다

민주노총은 ‘불평등·양극화 해소’와 ‘사회대전환’을 이번 총파업 기치로 내걸었다. 이에 따른 5대 요구안은 ▲비정규직 철폐 ▲모든 법적 권리로부터 배제된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철폐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쟁취 ▲돌봄, 의료, 교통, 교육, 주택 공공성 쟁취 ▲산업전환기 일자리 국가책임제 쟁취 등이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에서 내건 요구안을 사회적 의제로 부각하기 위해서 오는 11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와 내년 1월로 예정된 민중총궐기를 거쳐 대선국면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5대 요구안과 관련해 집회에 참가한 제조, 건설, 서비스, 공공 부문 등 산업별 대표자는 각자의 요구안을 밝혔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해 여전히 산별교섭을 가로막는 장애물, 산별노조의 발목을 잡는 법과 제도를 제대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산업전환은 일자리 보장을 전제로 디지털화와 기후위기로 인한 산업전환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금속노조는 지난 8월 사용자 단체와 ‘산업전환협약’을 맺고 ‘기후위기대응 금속산업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하며 노사가 함께 산업전환 대응 계획을 수립·실행하기로 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강한 산별노조”를 강조하며 “더 많은 노동자가 산별노조로 모여야 더 큰 힘으로 (사용자단체와) 대등하게 산업과 노동의 미래를 협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강조했다. 장옥기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4년간 건설 현장에서 최소한 산업재해를 50% 줄인다고 했다. 4년 반이 지난 지금도 매년 600명씩 죽어간다. 그래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더 이상 정부를 이제는 믿지 않는다. 건설노동자의 힘으로 건설안전특별법 반드시 연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자의 적정 공사 기간 설정과 원청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건설현장의 산업재해 원인으로 지적되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최저가 낙찰제, 짧은 공사 기간 등을 막기 위해 발의됐다.

민주노총이 20일 서대문역 사거리 일대에서 총파업 서울 대회를 진행했다.ⓒ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민주노총이 20일 서대문역 사거리 일대에서 총파업 서울 대회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공공성 강화를 주장했다. 현정희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주택, 교육, 의료, 돌봄, 교통 등 공공분야의 중요성이 부각됐지만, 노동자들의 처우는 오히려 열악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코로나19 시기 (공공부분노동자를 가리켜) ‘코로나영웅’, ‘필수노동자라’고 했지만 말뿐이었다”며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공공분야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간호사의 노동조건 개선과 인력부족 해결방안을 담은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 축소’ 국민동의청원 참여를 당부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마트, 호텔 등 서비스업체를 싼값에 인수하는 사모펀드의 투기로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 등 투기자본이)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 없이 기업을 사서 구조조정해 팔아치우고 있다”면서 투기자본에 대한 정부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어서 “서비스연맹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서 자본시장법, 상법 개정안을 마련해서 입법을 추진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조합원, 국민여러분께 함께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얘기했다.

배달노동자인 김종민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쿠팡이츠지회 준비위원장은 배달 플랫폼 업체의 가격 책정이 사고로 이어지는 배달업계의 구조를 지적했다. 김종민 준비위원장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 업체는) 평일 기본료를 낮게 주다가 금요일, 토요일 점심 저녁에는 7,000~8,000원씩 준다. 당연히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피크타임 때 돈을 벌지 않으면 하루 일당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플랫폼 사의 정책에 라이더가 사고가 나는 건데, 문재인 정부는 배달플랫폼사는 가만히 놔두고, 힘없는 우리 라이더들만 단속한다”고 주장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옥중 편지를 통해서 조합원들에게 "(디지털전환, 탈 탄소 정책 등) 지금의 대전환은 우리가 주체가 되어 전체 노동자들과 함께 개척해야 한다"고 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7월 서울 도심에서 ‘7.3 전국노동자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9월 2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서울 지역 집회는 본대회 시작 후 2시간 만인 오후 4시 30분쯤에 끝났다. 민주노총은 당초 예정된 행진을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취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