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③] 쉽지 않은 자동차 부품 산업전환, 노동 참여 끌어올려야
[커버스토리③] 쉽지 않은 자동차 부품 산업전환, 노동 참여 끌어올려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12.06 11:47
  • 수정 2021.12.0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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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계열화 속 양극화·허약체력 심화한 국내 자동차 부품사
원청에 ‘낙점’ 받아야 미래 도모 가능 … 노동 참여 어려운 구조

 

노동, 산업전환을 말하다

정부가 탄소중립·디지털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탄소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새로운 기술을 일터에 활용해 미래로 나아간다는 목표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이 미래에 노동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참여와혁신>도 12월과 1월에 걸쳐 탄소중립·디지털전환이 가져올 산업전환을 다뤄보기로 했다. 12월에는 노동이 바라보는 산업전환을 정리했다. 1월에는 산업전환 정책과 논의구조 속 노동자들의 참여를 다룰 예정이다.

커버스토리③ 자동차 부품사 산업전환, 노동 참여 길 만들어야 

2025년, 2030년, 2035년, 2040년. 세계 주요 국가와 완성차업체가 내연기관차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로 한 시점이다. 폭염, 혹한 등 이상기온 현상과 태풍, 홍수 등 기후위기의 징조가 전 세계에서 매년 발생하는 가운데 내연기관차 퇴출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한국 역시 2020년 11월 23일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2035년 혹은 2040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제안했다. 현대차그룹도 2035년까지 유럽시장, 2040년까지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완성차업체들은 차질 없이 산업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대다수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은 부침을 겪고 있다. 더욱이 자동차 부품사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산업전환은 ‘답답함’으로 다가온다. 넉넉하게 잡아도 20년. 그쯤에는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대폭 줄어든다는 ‘미래 없음’을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노동자들은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 금속노조

부품사 산업전환의 양상

기술적으로 자동차 산업전환은 ‘CAMSED’로 요약된다. 연결화(Connected car), 자율주행화(Autonomous), 모빌리티화(Mobility), 제조서비스화(Servitization), 전동화(Electrification), 디지털화(Digitization)의 앞자리다. CAMSED는 멀게는 자율주행차 확대 및 승용차 중심의 자동차가 드론, 도심 항공형 모빌리티(UAM)로 변화에서, 가깝게는 내연기관차의 전동화, 즉 전기·수소전지차로의 전환이라는 개념을 망라한다. 현 시점 자동차 산업전환의 당면과제는 단연 전동화다.

내연기관차의 전동화는 자동차의 핵심 부품 및 소재의 변화를 말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내연기관차의 에너지 저장장치와 구동장치였던 연료탱크 및 엔진, 변속기가 배터리와 전기모터, 감속기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차체, 조향, 시트, 현가, 공조 등 자동차 부품은 크게 변화를 겪지 않을 전망이지만, 자동차의 전동화에서 경량화 기술이 중요해지는 만큼 알루미늄 사용 확대 등 소재의 변화가 필요하다.

내연기관차의 전동화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 부품군(감소군), 계속해서 사용되는 부품군(유지군), 새롭게 추가되는 부품군(확대군)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2021년 6월 정부가 발표한 ‘자동차 부품기업 미래차 전환 지원 전략(이하 부품기업 전환 지원 전략)’에 따르면, 현재 감소군에 해당하는 기업은 4,195개(46.8%), 고용의 크기는 10만 8,000명 (47.4%)에 이른다. 또한 유지군은 4,561개(50.9%), 11만 1,000명(48.7%), 확대군은 210개(2.3%), 9,000명(3.9%)로 조사됐다.

감소군에 있는 기업은 자동차 산업 이외에 자신들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거나 확대군에 있는 사업으로 진출해야 한다. 김현철 군산대 융합기술창업학과 교수는 “동력 및 배기 계통은 모두 사라진다”며 “이를 담당했던 업체들은 금속 가공 기술을 가지고 있다. 단순 금속가공 기술만 보유한 기업은 새로운 영역을 찾아가는 것 이외에 대안이 없어 보인다. 금속가공을 넘어 전자 장치를 함께 사용한 경험이 있다면 자율주행 시대에 맞춰 사업의 영역을 바꿔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지군에 있는 기업은 기존 보유한 기술력을 전동화 시대에 맞게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가진다. 확대군에 있는 기업은 기술개발을 통해 현재 수입에 의존하는 부품의 국산화를 달성해야 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의 경우 충전을 위해 차량에 구축된 인버터를 차량용 반도체 수입하듯 100%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의 국산화율은 68%, 수소차는 71%, 자율주행부품은 소프트웨어의 경우 38%, 하드웨어의 경우 85%, 차량용 반도체는 6%에 그치고 있다.

녹록잖은 부품사 산업전환

기술적 차원에서 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은 비교적 간단하다. 감소군에 있는 부품사의 전환을 도와주고, 유지·확대군에 있는 기업을 차등적으로 지원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처한 현실을 고려해볼 때 문제는 간단치 않다.

먼저 2017년 이후 세계 자동차산업은 꾸준한 하강세를 보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2017년 9,875만 대를 기록한 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2018년 9,850만 대로 소폭 감소하다가 2019년 9,264만 대,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7,828만 대로 급감했다. 더불어 2021년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 역시 반도체 공급난으로 2020년보다 낮은 7,500만 대 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어려움은 코로나19라는 일시적인 사건에 의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자동차 생산량은 2015년 455만 대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9년 395만 대로 400만 대 선을 붕괴했다. 이러한 자동차 생산량 축소는 완성차업계 보다 자동차 부품업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산업연구원이 2020년 4월 발표한 ‘복합 위기 환경 하에서의 자동차 부품산업 구조개편 방향’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사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 5.16%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4.53%, 2017년 3.22%, 2019년 2.91%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전반적으로 오랫동안 성장이 정체됐다는 것이며, 동시에 현재의 산업전환기 대응을 어렵게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더욱이 부품업계의 어려움은 영세한 업체로 갈수록 심화된다. 고용노동부가 2019년 발표한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빅6 부품사(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파워텍, 현대다이모스, 만도, 한온시스템)와 빅6를 제외한 중소・중견 부품사의 매출액 증가율 및 영업이익률은 3% 내외 격차가 존재한다”며 “매출액 1,000억 원 이상 기업 중 영업이익 적자 비중은 7% 내외이나, 매출액 1,000억 원 미만 기업은 20% 정도가 영업이익 적자 상태”라고 지적했다.

부품사의 양극화는 오랫동안 지속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불황과 더불어 국내 자동차업계의 수직계열화로 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수직계열화는 부품사가 안정적으로 물량을 납품 받을 수 있는 기제인 반면, 높은 전속성 때문에 완성차업계 부진이 동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고, 원하청 불공정 거래를 유발하기도 한다. ‘부품기업 전환 지원 전략’은 “특정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전속거래 비중이 44%에 달한다”며, “국내 완성차사에 대한 높은 전속성으로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정유림 민주노총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자동차 산업전환에서 목전에 닥친 과제는 전동화, 경량화다. 기존 자동차 부품이 모듈화 되면서 필요 부품수도 줄었다”며 “산업전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자동차부품사에 기술투자가 많이 돼야 하지만, 그동안 완성차가 부진하면서 부품사의 사정이 좋지 않았다. 더욱이 기존 원하청 불공정 거래의 어려움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와 기후위기가 자동차 산업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렵다”고 요약했다.

산업전환에 소외되는
부품사 노동자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는 지속적인 불황으로 인한 기술개발 투자 여력 부족, 대·중소 부품기업의 양극화, 높은 전속성에 따라 산업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불어 부품업계의 대립적 노사관계는 벼랑 끝에 있는 감소군 뿐만 아니라 그나마 사정이 나은 확대군에서도 노동의 참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0년 12월 발표한 ‘자동차부품업 노사관계 현황 기초분석’에 따르면, “무노조 기업의 노사관계가 유노조 기업에 비해 협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동차 부품산업의 작업장 노사관계가 대립적 성격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암시한다”며 “또한 전속성이 강할수록 완성차의 단가 인하 등의 압력에 취약하며 완성차의 직·간접적인 노사관계 개입도 많아져 결과적으로 부품회사의 노사관계가 대립적일 수 있다고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경주의 외동공단에 자리한 청우는 자동차 머플러를 만드는 중소기업으로 현대차의 1차 협력업체인 ‘세종공업’의 협력사다. 현대차의 2차 하청업체인 것이다. 자동차 머플러는 전동화시 100% 사라지는 부품 중 하나다. 노태현 민주노총 금속노조 청우지회 지회장은 부품사 산업전환을 이렇게 바라봤다.

“솔직히 말하면 2차 3차 벤더 넘어가게 되면 자본금에 대한 여력이 없잖습니까? 1차 벤더는 산업전환 준비를 다 했어요. 원청사인 세종공업도 준비를 다했죠. 2, 3차 벤더에서는 만만치가 않아요. 15~6년 정도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원청사나 완성사가 요구하는 단가를 맞추기도 빠듯해요. 자체적으로 다른 걸 찾아야 하는데 회사에서도 자본금 때문에 힘들어 하고, 또 경영이 불투명하다보니까 노동조합 차원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어요.”

더욱이 청우는 2011년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시행된 이후 ‘노조파괴’ 이슈를 치르면서 극도로 노사관계가 나빠졌다. 최근 금속노조 청우지회는 10년 만에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해 회사와 교섭을 진행한 바 있다. 노태현 지회장은 “자연감소 분에 대해서 회사가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외주화로 돌리고 있다.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니 회사에 대안을 요구하니 ‘노동조합은 1명이 있어도 유지된다’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더라”면서, “‘산업전환 대응은 회사에서 알아서 할 테니 따라와라’, ‘정규직은 고비용’이라는 식의 반응 일색”이라고 토로했다.

서진산업은 시흥, 경주, 울산 등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종합 자동차부품업체로 현대차의 1차 하청업체다. 그중에서도 경주공장은 1톤급 소형 상용차에 들어가는 차체 및 짐칸을 만들고 있다. 서진산업 울산공장의 협력업체(2차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변성수 민주노총 금속노조 서진산업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최근 EV 포터가 팔리기 시작하면서 섀시 프레임도 전기차 모델에 맞게 공정이 변화했다”면서 “내연기관용 부품은 1시간에 10개를 생산했는데, 전기차용 부품은 1시간은 8대 한다. 그러나 부가적인 용접 횟수가 늘어나 노동강도가 세졌다”고 전했다.

자동차 산업전환 과정에서 현장의 노동강도가 높아졌지만 이에 따른 노사협의는 찾아볼 수 없다. 변성수 지회장은 “작업환경이 바뀌면 그에 맞게 노동조건도 조정이 필요하지만 현행을 유지할 뿐 바뀌기가 어렵다.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인원이 적어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인원 충원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 원하청 관계에서 하청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금속노조
ⓒ 금속노조

부품사 산업전환
키는 원청사에

노동계에서는 부품사 산업전환의 핵심을 원청사가 쥐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나병호 한국노총 금속노련 정책국장은 “현장은 막막할 수밖에 없다. 부품사의 경우 중견업체는 자체 연구센터를 보유하고 있어 연구개발을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연구개발을 하더라도 원청에서 사준다는 보장이 없으면 제대로 이어갈 수 없다”면서 “새로운 부품을 개발하고 납품하는 게 상식적인데, 부품 개발 전에 원청과 계약을 하는 경우가 60%가 넘는다. 계약 과정도 원청사가 주도하기 때문에 하청사들은 권한 행사가 어렵다. 이러한 구조에서 하청사의 노동조합이 역할을 하기란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유림 정책국장도 “현대차·기아의 ‘낙점’이 없으면 아무리 정부의 지원을 받아 부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수요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기존에 부품사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혔던 수직계열화와 종속성이 더욱 강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완성차의 산업전환에 함께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부품사의 존폐가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직까지 국내에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외투 완성차업체와 주로 거래하는 부품사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스티븐 키퍼(Steve Kiefer) 글로벌 지엠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2021년 11월 한국지엠을 방문해 2025년까지 한국에 전기차 10종을 출시할 계획이지만 별도의 전기차 생산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승용차를 만들던 한국지엠 부평 2공장은 2022년 8월 이후 생산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전기차는커녕 내연기관차 생산 감소도 우려하는 상황이다.

인천에 자리한 종합 자동차 부품사 오스템은 한국지엠과의 거래량이 90%을 차지할 정도로 전속성이 높다. 현재 오스템의 경영상황은 지난 몇 년간 한국지엠의 생산량 감소에 최근 반도체 공급난이 겹쳐 목전에 닥친 산업전환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올해만 6개월 간 정부의 고용안정지원금을 받아 유급 휴직에 들어갔다.

정동준 한국노총 금속노련 오스템노동조합 위원장은 “아직 전기차 전환이 되지 않았기에 지금은 예상만 하고 있다. 다만 주 고객인 한국지엠이 투자를 축소하는 편이라 일자리가 없어질 거라는 우려가 크다”며 “산업전환에 대해서 회사 차원에서 고민이 많아 보인다. 전기차 부품 관련 투자도 이뤄졌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은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더군다나 완성차업체의 산업전환에 함께한 부품사여도 노동조합의 참여가 보장된 것이 아니다. 금속노조가 2021년 9월 발표한 ‘자동차산업 전환기 정부 정책과 기업 경영전략, 노동조합 대응 연구’에 따르면, “내연기관 부품사들의 경우 미래차 부품 아이템 연구-개발을 통해 완성차로부터 물량 수주에 성공하면 해당 부품 생산을 위해 별도 자회사를 만들거나 외주 위탁 공장에 생산을 맡기는 경우가 다수”라며 “전기차 핵심 부품의 생산 외주화는 노조 회피 전략, 즉 그린필드(Green-Field)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유림 정책국장은 “원청사에서 노조가 있느냐 없느냐에 상관없이 미래차 아이템은 세종공업, 서연이화, 덕양산업* 등 기존 업력이 있는 곳으로 배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양대 노총을 막론하고 조합원이 생산하게 하지는 않는다”며, “내부 조인트 벤처를 만들거나 노동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자회사 혹은 단시간 비정규직으로 채용을 하면서 노조 활동 자체를 어렵게 하는 양상이 확인된다. 실제 생산은 무노조인 곳에서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종공업, 서연이화, 덕양산업에는 금속노조가 조직돼 있다.

부품사 산업전환
노동의 참여 끌어올리기

금속노조는 자동차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 6월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공동결정법’ 및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지 및 산별교섭 의무화, 의제 확대를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청원 기준 10만 명을 달성하지 못해 입법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산업전환에 노동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현장에서는 선뜻 공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노태현 지회장은 “산업전환에 대해 조합원들과 토론을 하고 싶어도 속내를 잘 안 드러낸다”고 토로한다. 이어 “사업장 평균 연령이 40대 초반이다. 30~40대가 3분의 2고, 50대 후반이 3분의 1인데, 젊은 친구들은 이 회사가 아니라도 된다는 생각, 나이가 드신 분은 곧 정년이기에 산업전환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부품사가 감소군인지, 확대군인지에 따라 위기의 체감도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도 노동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나병호 정책국장은 “금속노련 소속 190여 개 자동차 부품사 노동조합 중 직접적으로 타격받는 곳은 100개 미만이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금속노련은 자동차부품업종위원회를 구성해서 현장의견을 수렴하고 대정부 정책 건의를 만들고 있다.

금속노조는 산업전환에 대한 조합원의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일환으로 올해 모든 교섭 단위에서 ‘정의로운 산업전환 협약’ 체결을 공통 요구안으로 주장했다. 그 결과 중앙교섭 참여 사업장(62개 기업)을 포함해 140여 개 기업과 산업전환협약을 맺었다.

정유림 정책국장은 “부품사의 입장에서 미래 먹거리 아이템을 받아와 개발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기술도입, 설비투자 등이 이뤄질 것인데, 여기서 노동조건이 나빠지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의 산업전환 협약을 올해부터 교섭에서 요구했다. 2020년부터 산업정책을 분석하고 조합원 교육하면서 만든 결과”라며 “올해 산업전환 협약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어떻게 노동조합이 대응할지 함께 논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