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카드산업을 위한 카드는?
지속가능한 카드산업을 위한 카드는?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3.07 00:00
  • 수정 2022.03.06 2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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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 전망에 허리띠 졸라매는 카드사들
산업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해 지속가능성 고민해야

[리포트] 카드산업 지속가능성, 카드노동자들이 말하다

위 표에서 보다시피 2021년 국내 카드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5개 카드사의 2021년 순이익을 전부 합하면 2조 962억 원으로 2020년 대비 30.6% 증가한 실적이다. 한편 카드사들의 역대급 실적 속에서 2021년 카드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은 난항을 겪었다.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신한카드지부와 비씨카드지부는 해를 넘기면서 천막농성까지 벌였다. 기업의 실적이 좋다고 해서 임단협 교섭이 무조건 원활히 풀리리라는 법은 없다.

다만 경제적 여건이 좋은 상황에서 노사가 강경하게 대립했던 이유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맬 고민을 했다는 것인데, 카드사들의 향후 수익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저금리 덕본 카드사 역대급 실적,
금리 인상에 향후 실적 전망은 악화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이번 역대급 실적 요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재정 확장과 민간 소비 증가, 온라인 결제 시장 성장, 오토론‧할부금융‧리스 등 금융서비스 분야의 수익 확대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장문열 한국노총 금융노조 우리카드지부 위원장은 “첫째로 작년에는 역대급 저금리다 보니 카드사들의 조달비용이 매우 낮았고, 둘째로 고객들의 연체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이라 대손비용이 감소했고, 작년 재작년 금리가 낮다 보니 고객들이 대출을 많이 받아 금융이자 수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종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하나외환카드지부 지부장)도 “코로나19 경제 타격으로 정부가 채무 유예 정책을 펴 카드사들이 대손충당금을 환입 받았고, 코로나 시기를 포함해 최근 금리가 낮아서 오토론 등 카드사들의 대출 사업이 커지면서 수익이 났다”고 전했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롯데카드노동조합, 신한카드노동조합, 하나외환카드노동조합, 현대카드노동조합, BC카드노동조합, KB국민카드노동조합(이상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우리카드노동조합(이상 한국노총 금융노조)

종합해보면 금리가 낮았던 환경적 요건이 카드사 실적에 향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뒤집어보면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카드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금리가 오르면 카드사의 조달비용이 상승하고, 대출이나 현금서비스 등 금융상품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 수는 떨어지며, 금리 부담으로 인한 고객들의 채무 상환 기간이 길어져 연체율도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난다. 카드사가 수익을 창출할 방안이 줄어드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 각국(한국 포함)이 덩달아 기준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하고 있어 국내 카드사들이 실적 악화가 전망된다.

금리 인상 외에도 향후 카드사 실적 악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카드론(장기카드대출)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면서 카드사 대출 고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간편 결제 시스템을 앞세운 빅테크사들과 경쟁 심화로 고객 감소도 우려된다.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가 금융위원회 앞에서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카드수수료 부문 수익은 적자
계속된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이 영향

한편으로는 대출이나 현금서비스 등 금융상품 서비스에서 수익성을 내지 못하면 카드사의 본래 기능 중 하나인 결제 수수료 분야에서 수익을 내고 수익 안정성을 꾀하면 된다. 한쪽에서 손실이 나면 다른 한쪽에서 이익을 보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그림이다.

그러나 카드 결제 수수료 부문인 신용판매 부문 역시 적자를 본 지 오래됐다.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카드수수료는 계속 낮아졌기 때문이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3년마다 카드가맹점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합당한지(적격한지) 확인하고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제도다.(2012년 말 첫 운영) 적격비용은 최근 3년간 카드업계의 자금조달‧위험관리‧일반관리‧마케팅 비용 등과 카드사‧소상공인‧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금융당국이 최종 결정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가맹점 카드수수료 부문 영업이익은 2013~2015년 5,000억 원에서 2016~2018년 245억 원으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2019~2020년에는 순손실을 1,317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2021년 역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체 카드(신용카드, 체크카드, 선불카드) 승인금액은 977조 1,000억 원으로 2020년 대비 10.3% 증가했지만 카드사별로 적자 혹은 미미하게 수익이 났다고 추정했다.

또한 가맹점 88%가 부가세 매출 세액공제 제도로 카드 이용 금액의 1.3%(2023년 말까지 연간 1,000만 원 한도)를 공제받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 실질 수수료율이 0%에 가깝거나 마이너스라서 가맹점에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이유로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올해도 카드사들이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내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말 네 번째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서 카드수수료가 또 인하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로 가맹점의 수수료 경감액은 4,700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카드사들의 수익이 기본적으로 4,700억 원 인하 조정된 상황에서 올해를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디지털 경쟁력 강화가
카드사의 미래 먹거리?!

그렇다면 카드사들이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해 수익을 창출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카드수수료 인하를 발표하면서 카드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사가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카드사가 하나의 앱에서 맞춤형 금융서비스 제공 위해 겸영‧부수업무 범위를 합리적으로 확대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단계적으로 강화 △핀테크 출자 지원 △디지털 혁신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세부적이 방안으로 덧붙였다. 전반적으로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이라 볼 수 있다.

2019년 삼정KPMG도 ‘카드산업,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카드산업 미래 성장에 △신기술 투자 △고객 접점 데이터 활용 △비즈니스 다각화를 위한 다양한 겸영‧부수 업무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개별 기관 및 기업에 흩어져 있는 금융정보를 한 데 모아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기회 요소로 평가했다. 외부 전문 기관에서도 카드산업의 성장을 위해 디지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카드사들은 디지털 혁신 사업 확대를 발표하고 있다.

노조, 단기 성과주의, 과감한 투자 막을 것
디지털 경쟁력 강화 쉽지 않아

그러나 노동조합의 생각은 다르다. 정종우 의장은 “카드사 경영진들은 단기적인 실적 창출, 단기 성과주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실적을 내지 못하면 임기 연장은 없고 잘리니까”라며 “디지털 사업을 진행하려면 적자를 감수하면서 투자를 해야 한다. 토스나 네이버나 현재는 지급결제 시장에서 실적을 내는 빅테크 기업들은 없다. 시장 지배력을 더 강화하고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거다. 빅테크사들과 디지털 격차를 감안하면 많은 투자와 많은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런 의사결정을 경영진이 내릴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카드사들의 디지털 혁신 사업이 수익 개선의 지렛대로 작용하기보다는 선언적 의미에 가깝다고 평가한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정종우 의장은 “카드사들은 어쨌든 지난해에 준하는 수익을 올해 창출하려고 할 것”이라고 봤다.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게 기업의 생리이기도 하고, 카드사 경영진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성과를 단기적으로라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종우 의장의 설명이다.

ⓒ 클립아트코리아

손쉬운 선택은 비용 절감형 수익 창출

결국 카드사들이 손쉽게 택할 수 있는 카드는 비용 절감이다. 비용 절감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행될 수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전환도 새로운 사업 분야 창출이 아니라 비용 절감을 위해 쓰일 것으로 예측된다. 장문열 위원장은 “카드사 내부 업무 중 디지털 전환을 많이 하고 있는 곳이 고객센터”라고 말했다. AI음성봇을 활용해 상담 인력을 줄이는 것이다. 고객센터 대부분은 외주화된 인력으로 구성돼 있는데, 외주 인력부터 쉽게 구조조정 대상으로 오르는 것이다. 특수고용직인 카드모집인도 더 줄어들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10만 명에 달하던 카드모집인은 최근 8,500명 규모로 떨어졌다. 정규직이라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 세 번째 적격비용 재산정 시기였던 2018년 현대카드는 400명 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현대카드 노동자들이 당시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노동조합을 만들고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에 가입했다. 임단협 교섭에서도 기업은 최대한 비용 절감을 위한 보수적인 교섭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력 구조조정 이외에 비용 절감 방향으로는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것이다. 흔히 ‘혜자 카드’라고 불리는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들이 줄줄이 단종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혜자 카드 330종이 단종됐다. 나아가 영세 카드가맹점에서는 신용 판매 수익이 나지 않고 대형 카드가맹점(백화점, 자동차업계, 마트 등)에서 신용 판매 수익이 나니, 수익이 나는 곳에서 카드사들이 가맹점 유치를 위해 혜택을 주는 등(쿠폰, 선물 등) 마케팅 지원이 집중된다. 이는 대형 카드가맹점만 성장하는 비대칭 구조로 이어지기도 한다.

비용 절감형 수익 구조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성장 비전을 가지지 못한다. 향후 수익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것이기 때문인데, 정종우 의장에 따르면 카드사에서 젊은 연령의 직원들이 이탈률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빅테크사들은 인력이 부족해 더 많은 돈을 주고 금융 분야에서 일했던 인재를 채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직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러다 보면 기업 내 숙련된 인력이 축적되지 않아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장기적인 수익 개선은 더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카드산업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로
지속가능한 카드산업 고민해야

지난해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가 총파업까지 걸고 카드수수료 인하 반대 투쟁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카드수수료는 인하됐지만, 지속가능한 카드수수료 체계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공감은 이끌어냈다. 현재의 카드수수료 체계를 통해서는 카드산업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 공감을 바탕으로 올해 2월 24일부터 제도개선 TF가 가동됐다. 특이한 점은 TF에 이해당사자인 노동조합이 빠진 것이다. 정부는 TF를 카드사‧가맹점단체‧소비자단체‧전문가들로 구성했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노동조합이 TF에 배제된 것을 비판하고 참여 보장에 목소리를 냈다.

앞서 확인한 것처럼 카드산업을 구성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보는 산업 지속가능성의 모습은 각기 다르다. 물론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가 카드산업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 등 신사업 확장에 대해 마냥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카드수수료 부문 수익이라는 카드사 본연의 업무에서 수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해야 비용절감이 아닌 신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선택지가 나온다는 입장이다. 산업을 구성하고 작동시키는 주체들의 다양한 시각이 조율돼야 산업 발전의 내부 동력이 만들어진다. 카드산업을 구성하는 이해관계자들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고 보장돼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