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망망대해’··· “공공의료·보건의료인력 준비해야”
코로나19 ‘망망대해’··· “공공의료·보건의료인력 준비해야”
  • 정다솜 기자, 김민호 기자
  • 승인 2022.03.23 18:20
  • 수정 2022.03.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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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인수위 앞 기자회견 열어
“정부 교체와 무관하게 9.2 노정합의 성실한 이행하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3일 서울시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윤석열 새 정부에 대한 코로나19 비상대책 마련 및 9·2 노정합의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은 끝이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망망대해”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과 의료진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현장에 선 이들은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보건의료노동자들은 감염병이라는 망망대해 위에서 바른길로 인도하는 등대는 ‘공공의료’가 돼야 하고, 등대를 지켜낼 수 있는 보건의료인력이라는 ‘등대지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9.2 노정합의’에 담긴 내용이므로, “새 정부는 노정합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 보건의료노동자들의 목소리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23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는 코로나19 환자 폭등에 따른 의료체계 붕괴 방지와 의료인력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현장은 아수라장, 아비규환”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코로나19 대응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지난주부터 전국 순회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의료현장 상황을 직접 듣고 있다”며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아비규환, 전쟁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중증병상 가동률을 근거로 안정적으로 감염병 대응을 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가 의료 현실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 중증병상 가동률이 60%대에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미 부족한 인력으로 운영되던 현장에서 잇따른 의료진 감염 등의 변수로 노동강도는 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1∼22일 현장을 점검한 결과 의료기관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중인 직원은 전체의 약 5∼6%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직원 400여 명이 확진돼 전체 직원의 40%가 감염된 병원도 있다”며 “한 상급 종합병원은 하루 평균 22%가량 수술을 취소·축소하고 있거나, 병실 운영을 60∼70% 수준으로 축소한 병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철종 원주연세의료원지부 정책부장은 “한 병동에서는 전체 직원 31명 중 14명이 확진되고, 또 어떤 병동에서는 환자 보호자를 포함해 17명이 집단 감염된 경우도 있었다”며 “매일 20∼30명의 의료진이 새롭게 확진 판정을 받고 있으며 일주일 누적 확진자가 170명에 이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지환 부산의료원지부 지부장은 “한 개 병동에 25명의 위중증 환자가 입원해 있는데 이들을 야간에 전담할 간호사는 고작 3~4명에 불과하다”며 “위중증 환자 1명을 살피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져 돌봄과 간호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입원환자들을 빠르게 케어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장이 23일 서울시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윤석열 새 정부에 대한 코로나19 비상대책 마련 및 9·2 노정합의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의료진이 부족하니 
확진돼도 3일만 격리”

코로나19에 확진된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충분한 격리기간 없이 현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지난달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업무연속성계획(BCP) 지침을 개정해 의료진은 확진자라도 신속항원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3일만 격리하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인의 격리기간은 7일이다. 

이에 대해 배나영 강동경희대병원 지부장은 “의료진이 부족하니까 확진돼도 3일만 격리하고 나와서 환자를 보라고 하는데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똑같은 사람임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이철종 정책부장은 “양성인지 음성인지도 모르고 근무에 투입되는 의료진들의 불안과 우려는 일상이 돼버렸다”며 “우리는 그냥 잊힌 것이 아닌 버려진 것 같은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했다. 
 
“정부 교체와 무관하게 
노정합의 성실한 이행하라”

보건의료노조는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코로나19 대응 협의체를 새 정부 제1호 민관합동위원회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의제별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운영하겠다고 공약한 윤석열 새 정부는 가장 시급한 코로나19 대응 협의체를 새 정부 제1호 민관합동위원회로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9.2 노정합의 이행도 촉구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인력 확충, 공공의료 강화,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내용이 담긴 노정 합의문을 지난해 9월 2일 마련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 교체와 무관하게 9.2 노정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라”며 “의료체계 붕괴를 막고 9.2 노정합의 이행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안철수 인수위원장 겸 코로나 비상대응특위 위원장, 임이자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 백경란 인수위원은 우리 노조의 긴급 면담 요청에 즉각 응하라”고 강조했다.

임백란 충남대병원지부 지부장은 “감염병은 언제라도 또 올 수 있다. 감염병이라는 끝이 보이지 않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망망대해에서 우리가 길을 잃지 않고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공공의료라는 등대를 탄탄히 준비해야 한다”면서 “그리고 공공의료라는 등대를 지켜낼 수 있는 등대지기, 보건의료인력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면 그 어떤 감염병 상황에서도 우리는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3일 서울시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윤석열 새 정부에 대한 코로나19 비상대책 마련 및 9·2 노정합의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3일 서울시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윤석열 새 정부에 대한 코로나19 비상대책 마련 및 9·2 노정합의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3일 서울시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윤석열 새 정부에 대한 코로나19 비상대책 마련 및 9·2 노정합의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3일 서울시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윤석열 새 정부에 대한 코로나19 비상대책 마련 및 9·2 노정합의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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