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답이 있을까요?
[발행인 칼럼] 답이 있을까요?
  • 박송호 발행인
  • 승인 2022.04.04 00:00
  • 수정 2022.04.12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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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호 발행인
박송호 발행인

고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기술의 급속한 진보는 양질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일자리의 질이 낮아지고 형태도 다양해집니다. 플랫폼노동 등 비정형 노동의 증가와 청년실업, 조기퇴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은 눈높이를 채워줄 대기업, 공무원으로 몰립니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노동의 혁신을 이야기합니다. 근로시간과 임금 유연화로 표현되는 노동의 유연화, 즉 유연안정성입니다. 당연히 교육훈련과 사회 안전망의 강화도 말합니다. 

저는 항상 의문이 듭니다. 어떤 게 양질의 일자리일까요? 우리사회의 일자리 중 노동자에게 영감을 주거나 성취를 느끼게 하는 일자리는 드뭅니다. 조직은 구성원에게 시간과 의사결정 권한을 빼앗습니다. 따를 것 또는 맞출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사회의 일터에서 자기 직무를 통해 성장하거나 성취를 느끼기는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많은 노동자는 회사에서 돈을 벌어 회사 밖에서 하고픈 일에 대한 관심이 더 큽니다. 우리사회의 성장은 ‘빨리 빨리’, ‘시키는 대로 열심히’에 기반 한 경제였고, 이것이 우리 일터의 모습입니다. 갈수록 일터는 퍽퍽해진다고 합니다. 자동화와 효율성은 노동자에게 적응할 것을 요구합니다. “적응”, 많은 사람이 비전과 희망을 갖고 산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에 대한 적응, 그리고 더 좋았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냉소만이 남아 있는 듯합니다.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사회 임금노동자의 급여가 적은 게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의식주, 생필품의 가격이 너무 높습니다. 사회 안전망은 산업전환기, 기술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자를 사회가 품는 것에서 그쳐선 안 됩니다. 기업과 개인에게 맡겨진 의식주, 즉 생존의 비용을 낮춰서 ‘보상’과 ‘권리’에 몰려 있는 우리사회의 관심을 자신의 성장과 창조로 돌리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사회와 조직문화의 혁신 없이 몇 사람의 창의력으로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지역균형발전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납니다. 지역을 살리려 여러 가지 정책을 폅니다. 하지만 광역철도 등으로 서울이 더 넓어지고 가까워지는 상황입니다. 전 국토의 대부분이 서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발전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며 정치적 의제에 그칠 것입니다. 지금 지역엔 수혈이 아닌 자기 혁신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역량과 권한을 줘야합니다. 지난 시기 대구 섬유산업의 재생을 위한 ‘밀라노프로젝트’를 돌이켜봐야 합니다. 광주형일자리의 진행 과정을 반성해야 합니다. 지역의 혁신역량과 정책이 만나고 정부의 지원이 결합했을 때 혁신은 성공합니다. 

2013년 미국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직원의 70%는 직장과 소원하며, 심지어 적극적으로 분리돼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소비에 중독돼 있다고 합니다. 우리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변화는 주체가 빠진, 주체가 아닌 지원자가 의사 결정권을 쥐고 혁신을 말합니다.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현장과 이해당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전문가와 정치가의 합리성, 효율성으로 현실을 재단합니다. 제도와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에서 이해당사자가 자신의 힘으로 도전하고 과정과 결과에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문화가 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