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①] 안전, 기업 경영의 중요한 요소가 되다
[커버스토리①] 안전, 기업 경영의 중요한 요소가 되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4.13 00:00
  • 수정 2022.04.12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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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들지 않는 산업재해... 안전 문제는 경영 리스크
안전을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안전, 시스템을 입다

안전을 시스템적으로 관리하는 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경영시스템 구축에 기업들이 더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시스템은 작동해야 시스템이다.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할지가 시스템을 돌린다. 우리 사회에서 안전경영시스템이 없었던 건 아니다. 잘 돌아가는 시스템이 부족했고, 재해를 줄이기에 역부족이었다. 이제 안전 관리를 굴러가는 시스템으로 만들 방안을 고민할 차례다.

커버스토리① 안전, 이제는 경영 리스크

한국노총이 소규모 사업장 중대재해 예방 안전보건 혁신사업으로 ㈜진영프로토를 컨설팅하고 있는 모습 ⓒ 한국노총

지난해 한 해 828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산업재해 사고로 죽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발표한 것으로 2020년 대비 54명 줄어든 수치다. 사고사망만인율(산재보험 적용 노동자 1만 명당 사고사망자)도 0.43‰로 2020년 대비 0.03‰p 줄었다.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10년간 통계 자료를 봐도 산재 사고로 인한 사망 노동자는 줄고 있다.

긍정적인 수치 변화에도 한국은 여전히 산재공화국이다. 산재로 인정되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더한 전체 산재(산재 사고+산재 질병) 사망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2021년 산재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1,252명으로 산재 사고 사망자 수 828명과 더하면 2,080명이 지난해 일하다 죽었다. 전체 산재 사망자 수에 관한 최근 10년간 통계 자료에서는 오히려 1,900명대에서 2,000명대로 증가했다.

산재 사고 사망만을 놓고 국제 비교했을 때 한국은 국제 평균보다 높고 선진국에 비해 큰 폭으로 높다. 김규석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지난 3월 25일 중대재해처벌법을 주제로 열린 굿모닝경제포럼에서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나 OECD 평균보다 높은 편”이라며 “OECD 평균은 (사고사망만인율이) 0.32이나 우리나라는 0.43으로 0.11포인트 높고, 일본의 경우 0.14로 우리나라가 3배 높다고 할 수 있어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 발전에 따른 산업재해 증가,
관련 법 생겼지만 산재 줄지 않는 여러 이유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한국의 산재와 산재 사망은 산업 발전에 따라 증가했다. 1960~1970년대 국가 경제개발계획으로 중화학공업이 급격하게 발달하고, 고속도로와 항만 등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아파트 건설 붐 등으로 건설업이 발달하게 된다. 많은 노동자가 무거운 중량물을 다루거나, 높은 데서 일을 하고, 위험한 기계 및 위험한 물질을 취급하는 등 위험이 큰 일터에서 일하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산재와 산재 사망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시간이 꽤나 흐른 뒤이긴 하지만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그래도 산재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이유는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안전 관련 법령을 집행하는 정부의 행정력이 전체 산업 현장에 닿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일을 오래 많이 하는 게 미덕이었던 사회문화적 요소가 일터 문화 근간에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990년대 이후로 급속히 진행된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노동시장 구조 변화도 한몫했다. 하청 노동, 비정규 노동의 확산과 함께 나타난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이 상징적이다.

안전, 이제는 기업 경영의 현안으로

“기업에게 안전은 현안이 아니에요. 안전하려고 회사를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 산업안전 전문가 A씨의 말이다. 산재가 쉽게 줄어들지 않은 여러 가지 이유 중 기업의 몫도 있다는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기업에게 산업안전은 이슈일 수는 있으나 계속 고민해야 할 경영 의제가 아닌 것이 일반적이다. A씨는 “미국에서도 경영자들을 모아 놓은 안전 포럼에서 경영자들에게 ‘기업 경영에서 뭐가 제일 리스크냐?’고 물어봤는데 ‘안전’이라는 키워드는 보통 일곱 번째 정도에 나온다”며 “안전포럼인데도 그렇게 답변이 나오고 사고 나면 큰 일 나는 건설회사, 화학회사, 정유회사 경영자들도 그렇게 답한다”고 이야기했다.

기업 경영 의제의 우선 순위에 오르는 것은 급박하게 변해가는 사업 환경에 영향을 주는 현금흐름(Cash Flow), 시장, 제품 개발, 인재, R&D 등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기업 생존을 위한 경쟁력 확보에 더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산업안전이 경영 의제에서 더 밀려나기 일쑤였다.

그러나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산업안전, 노동자의 안전은 경영의 큰 리스크가 돼가고 있다. 기업 명성이라고 불리는 브랜드 가치에 타격이 있다. 해외 공장에서 아동 노동을 시키거나 노동자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게 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연이은 배송기사 사망, 물류센터 화재 등으로 쿠팡 불매 운동이 일기도 했다.

기업 조직 구성원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고 있다. 안전하지 않으면 일하지 않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직원들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기업 내 건강관리가 중요해지면서 기업이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안전을 시스템으로 관리하라

올해 초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도 산업안전을 기업들이 경영 의제로 올리길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안전의 중요한 주체 중 하나인 기업이 자신들의 의사결정 활동에 산업안전이라는 의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산업안전이 기업의 의사결정 활동 의제가 되는 것은 산업안전이 기업 내에서 시스템적으로 관리되는 것과 같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에게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제대로 이행하길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 시행으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구축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기업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고민하는 지점, 시스템 구축을 어떻게 하면 순조롭게 할 수 있을지, 잘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