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④] ‘콧구멍’만한 급식노동자 휴게실···“다리 뻗을 수 있었으면”
[커버스토리④] ‘콧구멍’만한 급식노동자 휴게실···“다리 뻗을 수 있었으면”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8.16 17:05
  • 수정 2022.08.16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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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배식·급식통 세척 등 중노동하지만 휴게실에선 지그재그로 앉아야
일터 온도 높지만 씻고 쉴 공간 부족해 계속 더워

쉴 곳 없어 견디는 사람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8월 18일부터 일터에선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노동 현장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한여름 쉴 곳 없어 견디는 노동자들을 만나봤다. 매해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현장의 건설노동자, 쉬려면 공정을 멈춰야 하는 제조노동자, 아스팔트 열기와 매연을 견디는 도로 위 노동자, 밖보다 더운 급식실에서 땀 흘리는 급식노동자들에게 쉼과 쉴 곳에 대해 들어봤다.

커버스토리④ 학교 조리실에 플라스틱 의자가 있는 이유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조리실. 오른편 구석에 신발이 빼곡히 보인다. 급식노동자들의 휴게실이 시작되는 공간이다. 둘러볼 것이 많지 않았다. 2.5평 남짓한 휴게실에 10명 남짓한 급식노동자들이 앉아 있었다. 누군가 “보통은 이렇게 있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어차피 10명이 다 쉴 수 없어 밖으로 나가는 노동자들이 대다수다. 조리실 곳곳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는 이들의 휴게실이 넉넉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취재는 정경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과 동행했다.

찾아갔던 초등학교 조리실 옆에 위치한 휴게실. 공간이 부족해 휴게실 밖에 플라스틱 의자가 놓여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밥 짓고 배식차 나르고 설거지 하고
빈틈없이 꽉 채워진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자들의 다리를 넘어 휴게실 한 편에 앉았다. 이들과 휴게실을 주제로 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노동자는 8명이었는데, “두 사람이 빠져 있는데도 빡빡하게 앉아있다”는 A씨의 말에 공감이 됐다.

휴게실 이야기를 꺼내기 전 이들의 일에 대해 물었다. 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1,400여 명, 50학급 정도다. 학교는 평균보다 조금 큰 편이다. 급식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학교가 어떤 급식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조금 달라진다. 무상급식이 시행되고는 웬만한 학교가 급식실을 갖췄지만, 교실에서 배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조리할 곳이 없어 다른 학교에서 만든 급식을 가져와야 하는 학교도 있다.

해당 초등학교는 급식실이 따로 마련되지 않아 조리실에서 노동자들이 밥을 짓고, 배식차로 급식을 학생들의 교실 앞까지 나르고, 다시 가져와서 식기를 세척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8시간은 빈틈이 없다. 사실 휴게실을 이용할 정도의 쉴 틈이 없다.

B씨: 딱히 휴게시간이라고 정해진 건 없어요. 점심 먹으면 양치하고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 그게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요.

A씨: 식단이랑 반찬 가짓수에 따라서 (쉴 수 있는지가) 달라요. 우리는 교실 배식으로 나가기 때문에 여유로 더 줘야 돼요. 애들이 반찬을 더 가지러 오지 않게요. 애들이 뜨거운 거를 가지고 가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배식차에 식판을 넣었다 뺐다 반찬을 넣었다 뺐다, 무거운 거를 아무래도 많이 들어요.

C씨: 저는 여기서 있다가 힘들어서 몸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작업하는 거, 노동 강도라고 그래야 되나? 허리를 많이 구부렸다 폈다. 무거운 거 들었다 넣었다 하는 과정이 많아요.

D씨: 메뉴가 5가지가 나온다고 그래 봐요. 그럼 벌써 통을 몇 개를 닦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허리들이 지금 다 고장나가지고 지금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 아주.

지지고, 볶고, 삶고. 조리실은 머리가 팽 돌 정도로 덥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어저께도 죽는 줄 알았어. 실신 직전이었어. 너무 어지러워가지고.”, “우리 오늘도(노동자들과 만난 날은 방학식 날이었다) 밥했으면 기절했을 거야. 휴게실에 에어컨이 있어도 여기가 좁잖아요. 그러니까 숨이 턱턱 막혀” 등 말을 이었다.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던 정경숙 부본부장은 “환기가 잘 되는 좋은 학교 조리실도 42도까지 올라간다”며 “여기는 60도 이상일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온도도 뜨겁고, 옷도 무거운데 동작도 많다. 그래도 빠르게 일해야 한다. 조리가 복잡한 메뉴가 식판에 올라야 한다면 분주해진다. 오전 11시 20분까지는 밥과 반찬을 다 해서 배식차에 올린다. 늦어도 오후 12시 20분에는 50개 학급의 학생들의 끼니 배달 준비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3시 정도에 퇴근한다. 학생들이 급식실로 가는 시간이 없으니 출근시간을 당겨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밥을 다 먹으면 설거지와 사투가 시작된다. 1,400여 개의 식판, 반찬통, 각종 식기와 조리기구, 배식차를 모두 닦으면 기진맥진해진다. 조리실에서 하루를 버틴 노동자들은 그 열기를 고스란히 머금는다. 찬물로 씻어내도 더운 기운은 가시지 않는다. 두 개의 수도꼭지에 다섯 명이 붙어 얼른 씻고 휴게실을 벗어난다. 천장에 에어컨이 달려 있지만 크게 시원하지는 않다고 노동자들은 입을 모았다. 작은 휴게실에 모여 서로의 열기를 느낄 바에야 휴게실이 아닌 곳이 낫다. 휴게실을 나가면 조리실일 건데, 조리실도 덥다.

이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급식노동자는 10명이다. 7명이 앉아도 휴게실이 꽉 찬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지그재그로 앉아야 하는 휴게실
휴게실에서 밥 못 먹는 것 슬퍼

이들은 설거지를 시작하기 전, 설거지가 끝난 후 씻을 때 숨을 돌린다. 쉼에 쓰이는 공간은 작다. 10명의 노동자들이 휴게실에 다 앉아 다리를 뻗으려면 지그재그로 서로의 다리를 겹쳐야 한다. 휴게실 밖으로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들이 보였다.

설거지를 시작하기 전, 학생들이 점심을 먹을 때 노동자들도 조리실에서 밥을 먹는다. 여기서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의 두 번째 용도가 드러난다. 조리실 작업대를 식탁 삼아 의자를 놓고 밥을 먹는 것이다. 휴게실에서 먹을 사이즈는 안 나온다. D씨는 조리실에서 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슬프다”고 말했다.

A씨: 진짜 처음에 여기 들어와서 깜짝 놀랐어요.

D씨: (휴게실이) 콧구멍만 해서. 그냥 이렇게 앉는 게 다예요. 다리 사이에 (다리를) 끼는 거죠.

A씨: 밖에 저 의자가 많은 게 우리가 씻고 나오면 그 열기가 장난이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까 먼저 씻고 나온 사람은 밖에 나가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열기 때문에 공기가 좋지 않아요. 더운 게 계속 있는 거예요. (휴게실에서) 빠져주면 그나마 다음 사람들이 조금 시원하게 옷 갈아입고 할 수 있죠. 저 의자는 밥 먹을 때도 사용해요. 휴게실에서 먹을 수가 없어요. 뿔뿔이 흩어져서 먹어야 해요.

D씨: 그런 건 정말 슬퍼요. 조리대에다가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서 그냥 (먹어요). 오죽하면 애들이 그랬어요. 돈 모아서 우리 의자 사주자고.

E씨: 저는 올해 3월에 왔는데 좀 쌀쌀했거든요. 조리실에서 먹으라는데 점심밥이 안 넘어가는 거예요. 저번 학교는 8명이었는데 큰 상 2개 놓고 편하게 앉아서 먹었거든요.

F씨: 전 근데 저번 학교에서 의자가 없어서 항상 서서 밥을 먹었어요. 여기는 의자라도 있는 게 좋았어요.

휴게실은 학교마다 편차가 있다. 운이 좋아 리모델링이 된 학교로 가면 비교적 괜찮은 휴게실을 쓴다. 이 학교의 휴게실은 작은 편이다. 작은 휴게실에 옷장이 들어서면 사람이 앉을 자리는 좁아진다.

옷장도 휴게실에 있기는 버거워 보였다. 급식노동자들은 위생법상 일할 때 입는 위생복과 개인복을 따로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옷장 개수가 부족해 하나의 옷장을 둘로 쪼개 사용한다. 옷을 서둘러 갈아입어야 하는 아침엔 모두가 휴게실에 들어와야 하는데, 꽤 혼잡하다고 노동자들은 말했다. 다른 옷장에 머리를 찧는 일도 종종 있다.

다른 학교도 이들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학교급식지부가 ‘휴게실 실태 현장노동자 증언대회’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노조가 실태조사 한 1,364개 학교 중 휴게실이 없는 곳도 10곳이었다. 1인이 1m² 이하의 휴게공간을 사용하는 학교는 167곳으로, 9명이 1.1평에서 쉬는 사례도 있었다.

이재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국장도 “아직도 협소한 휴게실에서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굉장히 많다”며 “급식실에는 5명부터 1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하는데, 한 명이 휴게실에서 다리를 뻗고 쉴 수 있는 면적 자체가 안 나온다. 양반다리를 하기 힘들어 서로가 엇갈려서 쉬는 현장도 있다. 휴게실이 협소하다 보니 산재도 일어난다. 상부장 등 자재가 허술하게 놓여 있어 위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고, 조리대를 식탁으로 쓰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플라스틱 의자 없이
휴게실에서 ‘휴식’하는 것

급식노동자들이 휴게실 개선을 요구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노동자들은 학교와 간담회에서 배식차를 끌 때 노동자와 학생이 위험하지 않도록 경사로를 없애주고, 휴게실도 넓혀주면 좋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면 학교는 ‘미화 여사님’을 말했다. 더 열악한 청소노동자도 있는데 어떻게 급식노동자들 휴게실을 넓혀주냐는 것이다. 이 학교의 청소노동자는 한 명인데, 휴게실이 없다. 어디서 쉬는지는 급식노동자들도 잘 모른다. 어디선가 쉬고 계실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급식노동자들의 휴게실이 학교마다 다르듯, 한 학교 안에서의 휴게실도 노동자들마다 다르다. 보통 교원은 교실이나 학년 연구실, 휴게실 등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다. 급식 노동자들은 대체로 조리실 옆에 휴게실이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휴게실이 없어 계단 밑에 위치한 창고를 쓰거나, 뜨거운 운동자 벤치를 이용하기도 한다.

정경숙 부본부장은 “교원이 교실에서 쉰다는 건 업무공간에서 쉬는 것과 같다. 또 청소노동자들은 휴게실이 확보되지 않아 눈치 보며 운동장 벤치에서 쉰다. 노조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과 샤워실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학교는 급식노동자들의 샤워실이 그나마 잘 된 편이고, 수도꼭지 하나 주고 10명이 넘는 사람을 씻게 하거나 큰 물통 하나 가져다 놓고 바가지로 씻어야 하는 곳도 있었다”고 전했다.

학교는 더 열악한 휴게실을 쓰는 노동자들을 말하며 전체 노동자들의 휴게실 개선을 미뤄왔다. 누구에게 휴게실이 없는 것이 이미 있는 휴게실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휴게실이 없는 노동자가 있다면 새로 만들고, 작은 휴게실은 사람 수에 맞도록 넓혀야 할 문제다.

D씨: (휴게실에서) 다리 뻗고 싶어요. 여기서 그냥 진짜 잠깐 5분이라도. 옷 같은 것도 밖에 안 걸고요.

C씨: 누워서도 쉬고요.

D씨: 진짜 소박하다. 말하고 보니까. 휴게실은 말 그대로 휴식할 수 있어야 하는 데잖아요. 여기서 그러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휴게실이 넓다면 하고 싶은 것을 묻자 “다리 뻗는 것”이라는 말이 먼저 들려왔다. 교자상이나 안마기를 놓는다거나, 누워서 쉰다거나 하는 건 그 다음이었다. 서로의 의견을 말한 노동자들은 “소박하다”고 여러 번 되뇌었다. 듣고 보니 노동자들 말마따나 소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