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외치는 노란봉투법... 단식에 이어 오체투지까지
온몸으로 외치는 노란봉투법... 단식에 이어 오체투지까지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2.12.28 10:59
  • 수정 2022.12.28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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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노동자, 27~29일 오체투지
노란봉투법을 향한 노동자들의 몸부림
환노위에선 다툼 끝에 소득 없이 산회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피해자 비정규직 오체투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피해자 비정규직 오체투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통과를 촉구하며 오체투지에 들어갔다.

비정규직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하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은 27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피해자 비정규직 오체투지 기자회견'을 열고 "1,100만 비정규직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란봉투법을 연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27일부터 오는 29일까지 3일간 전쟁기념관 앞에서 국회의사당 정문까지 오체투지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안을 말한다. 사용자 정의 범위를 넓히는 노조법 2조 개정안은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해 ‘진짜사장 책임법’이라고도 불린다. 회사의 노동조합 쟁의행위에 대한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막는 노조법 3조 개정안은 ‘손배 폭탄 방지법’이라고 불리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올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47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은 사건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노동조합 인정,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51일간의 파업 이후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47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았다. 이 ‘손배폭탄’은 노란봉투법 논의를 점화시켰다.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8일 국민동의청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며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 회부됐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9월 20일 노란봉투법을 ‘7대 민생입법 과제’로 꼽으며 노란봉투법은 순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의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26일 열린 환노위 법안소위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여당의 강한 반대로 여야 간 이견만 확인한 채 산회됐다. 27일 예정됐던 환노위 전체 회의도 취소됐다.

노동자들은 노란봉투법의 연내 통과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등은 지난 26일부터 더불어민주당 당사 농성을 시작했다. 유최안 부지회장은 27일 오후 급격히 건강이 악화해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김주환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자는 “(국회 앞) 단식농성이 오늘로(27일) 28일째다. 곡기를 끊은 채 온몸으로 싸우는 동료들에게 어떻게든 힘이 되고 싶다”며 “우리도 오체투지로 힘을 보탤 것이다. 우리의 투쟁은 노조법 2·3조가 개정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김수억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자는 “한국의 비정규직은 1,100만 명이다. 1,100만 명 중 노동조합 조직률은 3%도 안 된다. 비정규직도 노조를 통해 노동 조건을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진짜사장과 비정규직이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 교섭 후에도 손배폭탄으로 노동자를 괴롭히지 못하게 해야 한다. 노조법 개정은 한국의 고질병인 비정규직 해결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열 택배노조 부위원장은 “택배노동자가 대리점에 교섭을 요구하면 대리점은 ‘우리는 들어줄 능력이 없다’고 말한다. 원청에 교섭을 요청하면 ‘우리는 교섭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누구와 대화 상대를 찾지 못해 파업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업이 시작된 후 원청은 한사코 대화를 거부했다. 어쩔 수 없이 본사 농성에 들어갔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돌아온 것은 교섭이 아니라 20억 원의 손배소였다”며 “택배노동자에게 20억이 어디 있느냐. 그건 명백한 노조파괴 행위였다”고 이야기했다.

남재영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겠다는 말을 반복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려면 비정규직 또한 법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교섭과 파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노란봉투법은 오히려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시작된 오체투지는 약 5km를 행진한 뒤 서울 마포구 경총 건물에 도착했다. 이날 오체투지에는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를 필두로 30여 명이 함께 했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은 노란봉투법 제정을 외치며 28일과 29일에도 오체투지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피해자 비정규직 오체투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피해자 비정규직 오체투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피해자 비정규직 오체투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피해자 비정규직 오체투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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