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위탁배달원들 “임금 삭감 안 돼”...투쟁 선포
우체국 위탁배달원들 “임금 삭감 안 돼”...투쟁 선포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2.03 15:33
  • 수정 2023.02.0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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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우체국본부, 교섭안 거부하며 교섭 결렬 선언
위탁배달원들 “수수료 인하와 물량 감소로 인한 임금 삭감 규탄”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열린 '우체국 노사 단체교섭 결렬 및 투쟁 돌입 선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열린 '우체국택배 노사 단체교섭 결렬 및 투쟁 돌입 선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우체국 소포 위탁배달원들이 단체교섭 결렬로 파업을 준비한다. 우체국물류지원단에서 제시한 교섭안에 배달 수수료 삭감 등 임금을 대폭 하락시키는 조항이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본부장 윤중현)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해당 교섭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다음 주 중으로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체국본부는 조정이 결렬되면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우체국 소포 위탁배달원들은 우정사업본부(우본)의 자회사인 우체국물류지원단과 2년마다 위탁계약을 맺고 건당 배달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노동자다.

우체국본부는 “위탁배달원의 보수는 배달 수수료와 배달 물량에 의해 결정되는데, 물류지원단이 제시한 교섭안은 배달 수수료를 인하하고 배달 물량을 줄이는 안이다. 해당 안에 따르면 임금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교섭 결렬 사유를 밝혔다.

물류지원단이 제시한 교섭안에는 ▲소포 위탁배달원에 1kg 이하 초소형 소포 배정 제외 ▲위탁수수료 민간 택배사 수준으로 인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우체국본부가 반발하는 부분이다. 수수료 인상을 골자로 한 노사 합의를 파기한 부분도 쟁점이다. 지난해 7월 우체국본부와 물류지원단은 2023년 1월 1일부터 우체국 위탁배달원의 배달 수수료를 3% 인상하는 노사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물류지원단은 올해 진행된 단체교섭에서 “정부 예산안에 해당 사안이 포함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수료 인상을 거부했다.

윤중현 우체국본부 본부장은 “사측은 정부 예산안에 수수료 인상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애당초 물류지원단은 예산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과학기술부에 해당 사항을 서면으로 보고하지 않고, 구두로 보고하는 것에 그쳐 기재부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해당 예산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며 “그런 후 교섭에 나와 정부 핑계만 댄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사측은 그동안 매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우체국예금의 재정을 우체국택배로 전용해서 사용했다. 이 금액이 매년 450억~500억 정도 된다“며 ”우체국 위탁배달원 수수료 인상에 들어가는 예산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65억 수준이다. 위탁배달원의 배달 수수료 인상에 대한 예산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우체국예금에서 전용해서 편성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측은 아무 노력 없이 정부 핑계만 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물류지원단은 올해 예정된 수수료 인상 약속을 어기는 것도 모자라 우체국택배의 배달 수수료가 민간 택배회사보다 높다며 내년 7월부터는 민간 택배사 수준으로 수수료를 깎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우체국 택배가 타 택배사에 비해 수수료가 높았던 것은 민간 택배사에 비해 물량이 적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배달 수수료를 타사보다 약간 높게 측정해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물량이 적은 이유에 대해 “우체국택배는 타 택배사와 달리 배달 물량을 집배원들과 나눠서 배달한다. 부피가 작은 물건은 집배원과 위탁배달원이 반씩 나눠 배달하고, 고중량·고부피 물품은 위탁배달원이 배달한다”며 “작고 가벼운 물품도 전부 택배노동자가 전담하는 타 택배사에 비해 위탁배달원에게 할당된 물량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간 택배사 배달원들의 물량이 하루에 250~300개인데 비해 우체국은 190~220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에 수수료를 높여 임금 보전을 해도 타사에 비해 우체국택배는 임금수준이 낮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체국 위탁배달원들의 임금수준은 민간 택배회사 대비 74% 수준이다. 진경호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가 높다는 것만 지적하며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우체국본부는 교섭안에 배달 물량을 감소시킬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우체국본부는 “내년 7월부터 물량 배정 시 1kg 이하 초소형 소포는 제외한다”는 교섭안 조항에 대해 “그렇게 되면 우체국 위탁배달원들은 고중량·고부피 물품만 배달하게 된다. 배달량은 줄고, 배달 속도는 느려진다. 이는 임금 인하를 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중현 본부장은 “우본과 물류지원단은 위탁배달원들에게 재계약 여부를 약점 삼아 임금을 계속 줄이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우본은 “우체국본부에서 물량 축소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들은 물량 축소를 의도한 것이 아니다. 위탁배달원 간 물량을 평준화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라며 “수수료를 줄이되 물량을 확대할 예정이라 택배량이 크게 줄 것이라는 우체국본부의 우려는 기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우체국본부는 2일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초소형 소포를 빼고 배달 물량을 확대할 방법은 이미 민간 택배회사에 비해 넓은 1인당 배달 구역을 더욱 넓히고, 남는 인원을 해고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전면적 임금 삭감과 해고를 암시하는 안을 소득 보전으로 포장하는 우본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열린 '우체국 노사 단체교섭 결렬 및 투쟁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열린 '우체국택배 노사 단체교섭 결렬 및 투쟁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열린 '우체국 노사 단체교섭 결렬 및 투쟁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윤중현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열린 '우체국택배 노사 단체교섭 결렬 및 투쟁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윤중현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