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과로 죽음’ 조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고발”
민주노총 “‘과로 죽음’ 조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고발”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3.20 13:53
  • 수정 2023.03.20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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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장시간 노동 피해, 중소·영세·무노조 노동자에 집중”
등 돌린 고용노동부에 “양대 노총의 의견 들어야”
20일 민주노총이 개최한 ‘윤석열 정부 노동시간 개악안 폐기 투쟁 발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민주노총이 윤석열 대통령와 노동부 장관을 과로사 조장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장시간 노동 법제화로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노동자가 늘어날 거란 이유에서다.

20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개편은 노동자의 삶의 질을 파괴하고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훼손해 과로사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노동자를 과로사로 내모는 윤석열 대통령,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형법 255조에 의거하여 고발한다”고 했다. 형법 255조는 살인이나 살인 의뢰를 음모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장시간 노동 정책이 헌법상 기본권과 행복추구권에도 어긋나는지 검토해 법적 조취를 취할 계획이다. 4~5월에는 대정부 투쟁 관련 집회를 연달아 개최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장시간 노동 법제화 정책을 전면 폐기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주6일 최대 69시간 일하라는 정책에 전 국민의 분노가 들끓자 정부는 은근슬쩍 60시간 상한선을 마련한다고 물러났다. 그렇다며 하루 10시간 노동은 괜찮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확장하는 논의는 방향 자체가 잘못됐고, ‘재검토’, ‘보완’하자는 건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논의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중소, 영세, 무노조 사업장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의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노동조합 없는 한 중소병원의 간호사는 ‘지금도 12시간 맞교대로 일하는데 (정부 정책이 시행되면) 그만두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며 “노동조합 없는 노동자가 86%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추진되면 건강 격차가 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제철소·조선소 등에서 5년 넘게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다. 그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가 장시간 노동이다”라며 “회사 관리자의 잔업·특근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는 거의 없고,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는 하루 8시간 일해서 받는 임금으로는 생활할 수 없기 때문에 잔업·특근을 밥 먹듯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임금격차를 유발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악화할 것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송 사업장에 주52시간제를 도입할 당시 시간 외 근무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 확정하기 어려워 실질임금 삭감이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졌었다”며 “노사 간 교섭으로 별도 수당을 만들어 실질임금 삭감을 막아냈지만, 그런 합의는 조직된 노동조합을 가진 14%의 노동자만 가능하다. 노조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는 노동시간 유연화로 60시간 이상 일하게 되면 기존에 받던 시간 외 수당을 대폭 삭감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민주노총은 양대 노총은 배제하고 이른바 ‘MZ노조’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정부에 재차 대화를 요구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민주노총은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를 존중하지만, 대기업과 정규직, 사무노동자로 구성된 장시간 노동의 집중 탄을 받는 제조업과 서비스 분야를 포괄하지 못한다. 정부가 진정 취약 계층의 목소리를 듣겠다면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양대 노총의 의견을 듣고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노동부는 6일 한 주 최대 69시간 근무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했고, 노동부는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청년유니온 등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양대 노총에겐 여전히 등을 돌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