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회계장부 보러 노조 사무실 간다
노동부, 회계장부 보러 노조 사무실 간다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4.20 19:16
  • 수정 2023.05.11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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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양대 노총 등 42개 노조 회계자료 비치·보존 여부 조사
노동계 “노동조합 불법집단처럼 낙인찍기”
2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양대노총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 등 직권남용 고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3월 2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진행된 '양대노총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 등 직권남용 고발'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가 21일부터 2주간 양대 노총 등을 시작으로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노동조합 대상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 ‘불법 행정’ 논란에도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개입을 강행하는 모양새다.

노동부는 20일 42개 노동조합에서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들 노동조합을 방문해 행정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인 42개 노동조합은 한국노총과 3개 산하 노동조합, 민주노총과 36개 산하 노동조합, 그리고 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1개 노동조합이다.

노동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 조사는 근로감독관에 의해 진행되며 경찰 병력은 동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장 조사 결과 회계장부 등 관련 서류를 비치·보존하지 않은 노동조합에는 노조법 14조 위반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현장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기피하면 질서위반행위규제법 57조에 근거해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노조법 14조는 재정 관련 장부·서류,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 성명·주소록, 회의록을 노동조합 사무실에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노동부는 2월부터 조합원 1,000명 이상 노동조합 334곳을 대상으로 회계장부 등 재정 관련 서류의 비치‧보존 여부를 증명할 자료 제출을 요구해왔다. 이를 통해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부당 개입이며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법원은 설령 조합원의 요구일지라도 노동조합이 회계 자료를 복사해줄 의무는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노동조합의 회계 자료를 외부로 반출하면 조합원이 아닌 자에게 관련 서류가 유출될 수 있어 노동조합 운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이유다.

양대 노총은 회계장부 제출을 강요하는 이정식 노동부 장관을 직권 남용 혐의로 지난 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당시 양대 노총은 “노조법 14조가 조합원의 명부·규약·회의록·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을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라고 규정한 취지는 노동조합이 자주적이면서 민주적인 조직의 운영을 위해 해당 서류를 공개하도록 한 것이지, 행정관청이 이를 관리·감독하도록 하라는 것이 아니”라며 “노동부 장관은 노동조합에 의무 없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양대 노총은 노동부의 현장조사에 거부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동부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미 이행했다”며 “노동조합이 마치 법을 어기며 활동하는 것으로 낙인찍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며 노동부의 불법, 부당한 행정 개입”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당한 행정 개입에 대해 이의제기 절차를 진행할 것이며 최고심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결론을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