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넘어선 부당행정입니다” 반박에 발길 돌린 노동부
“법을 넘어선 부당행정입니다” 반박에 발길 돌린 노동부
  • 백승윤 기자, 천재율 기자
  • 승인 2023.04.21 13:57
  • 수정 2023.04.21 2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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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부, 21일 회계자료 현장 조사 실시...위법성 논란 계속
“노동조합 통제·감독 권한은 정권 아닌 조합원에게 있어”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등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입구에서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를 위해 민주노총을 찾아온 고용노동부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등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1일 민주노총 사무실이 입주한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옥 입구에서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를 위해 민주노총을 찾아온 고용노동부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고용노동부가 21일 회계자료 비치·보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서 민조노총과 가맹·산하 조직 사무실을 방문했으나, ‘부당한 행정 개입’에 응할 수 없다는 노동조합의 의견에 반박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노동조합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란 게 노동부의 입장이지만, 위법성 논란이 불거진 행정조사를 공개적으로 강행하는 것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조합을 불법적인 집단’으로 몰아가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부 노사관행개선과는 이날 오전 10시경 민주노총 사무실이 입주한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옥을 찾아 “노조법 14조에 따른 서류 비치·보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민주노총에 대한 행정조사를 실시하고자 방문했다”고 밝혔다. 건물 1층에서 근로감독관을 맞이한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등은 “정중히 돌아가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현장 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민주노총 사무총국의 입장을 전했다.

이정희 정책실장은 “노동부가 노조법에 근거해서 비치하라고 했던 관련 서류를 이미 보존·비치하고 있고, 그 사실을 증명할 사진 자료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현장 조사로 확인하겠다는 것은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면 기자를 포함해 누구든지 언제든 회계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민주노총이 노동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요구한 자율점검결과서와 노조법 14조에 명시된 11종 서류의 비치·보관 상태를 사진으로 제출했다. 다만 조합원명부나 회의록, 수입이나 지출관계 장부와 증빙서 등의 내지는 제출하지 않았는데, “외부 유출로 인한 우리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으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민주노총은 설명했다.

노동조합 회계·운영 자료 반출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은 법원에서도 밝힌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설령 조합원의 요구일지라도 노동조합이 회계 자료 외부 반출에 응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노동조합의 회계 자료를 반출하면 조합원이 아닌 자에게 관련 서류가 유출될 수 있고 그에 따라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동부가 적합한 사유 없이 무차별적으로 노동조합에 운영·결산 자료 제출을 강요하는 것은 초법적 행정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조법 27조에 따라 정당한 사유를 기재해서 (노동조합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지만, 노동부는 그저 조합원이 1,000명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조합의 운영 등을 파악할 내지를 일방적으로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엇보다 노조법에는 내지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도 없다. 법을 초과한 직권남용이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수차례 말씀드렸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입구에서 금속노조 관계자들에게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를 위해 출입을 요청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입구에서 금속노조 관계자들에게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를 위해 출입을 요청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비슷한 시각 경향신문사별관에 입주한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사무실로 찾아 온 노동부의 현장 조사를 거부했다. 윤교수 금속노조 사무처장은 “노동부에서 요구한 서류 비치·보관 현황을 증명할 자료는 이미 제출했다”며 “그런데 회의록과 조합원 명부, 지출 장부와 증빙서 등을 달라는 것은 금속노조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노조를 통제·감독하는 권한은 정권이 아닌 조합원에게 있다”며 “예·결산 내역을 보고하고 승인받는 대의원대회를 온라인으로 생중계까지 하고, 조합원 명부와 회계장부를 보존하며, 모든 회의자료를 조합원이 접근 가능한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현장 조사에 앞서 노동부는 2월부터 ‘노동조합의 회계·운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조합원 1,000명 이상 노동조합·연맹 334곳을 대상으로 회계장부 등 재정 관련 서류의 비치‧보존 여부를 증명할 자료 제출을 요구해 왔다. 노동부가 요구한 자료는 노조법 14조에 명시된 것들로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의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서류 등이다. 재정에 관한 장부·서류에는 노동조합의 예·결산서와 총수입원장과 총지출원장, 수입·지출 결의서, 수입관계 장부와 그 증빙서, 지출관계 장부와 그 증빙서, 자체 회계감사 서류 등이 포함된다.

지난 20일에는 42개 노동조합에서 자신들이 요구한 운영·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들 노동조합을 방문해 행정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인 42개 노동조합은 한국노총과 3개 산하 노동조합, 민주노총과 36개 산하 노동조합, 그리고 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1개 노동조합이다. 노동부는 현장 조사를 거부하는 노동조합에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해 행정권을 부당하게 남용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달 이정식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상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입구에서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등 관계자들에게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관련 현장조사를 위한 행정집행 예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입구에서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등 관계자들에게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관련 현장조사를 위한 행정집행 예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등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입구에서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를 위해 민주노총을 찾아온 고용노동부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등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입구에서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를 위해 민주노총을 찾아온 고용노동부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관련 현장조사를 위해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입구를 찾아온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출입을 거부당해 되돌아가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관련 현장조사를 위해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입구를 찾아온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출입을 거부당해 되돌아가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입구에서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를 위한 출입을 거부당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입구에서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를 위한 출입을 거부당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관련 현장조사를 위해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입구를 찾아온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출입을 거부당해 되돌아가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관련 현장조사를 위해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입구를 찾아온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출입을 거부당해 되돌아가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입구에서 고용노동부의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를 앞두고 현장 조사를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입구에서 고용노동부의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를 앞두고 현장 조사를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