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간호법 결단’ 초읽기···단체 행동 예고한 간호계
尹 ‘간호법 결단’ 초읽기···단체 행동 예고한 간호계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5.15 18:38
  • 수정 2023.05.16 0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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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고위당정협의회서 간호법 국회 재의 요구 결정
보건의료노조 “크고 넓은 투쟁 직면할 것”, 간협 “수위 논의 중”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2023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집회’가 간호사 및 간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2023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단체 행동 등으로 강경히 대응하겠단 입장이라 갈등이 예상된다.

앞선 14일 대통령실과 정부, 국민의힘은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제9차 고위당정협의회를 진행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소통관에서 진행하고 “당정은 간호법이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될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여당이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 건의에 뜻을 모은 가운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입장 발표 브리핑을 통해 “오늘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께 재의요구 건 계획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조규홍 장관은 “간호법안은 전문 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하여 국민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의료에서 간호만을 분리하면 의료기관에서 간호 서비스를 충분히 받기 어렵게 되고, 의료기관 외에서의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 청구와 책임 규명이 어렵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국민의 권리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후 15일 이내로 재의 요구를 할 수 있다. 간호법은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돼 19일까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때문에 오는 16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이에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입장을 내고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정부여당은 의료현장의 진정한 변화로 가는 더 크고 넓은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법은 지난 대선을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했던 공약사항이다. 이를 스스로 부정하고 거부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은 정당한 국회의 입법권을 훼손하기 위한 의도된 행위”라며 “정부 입맛대로 법안을 손질하고자 하는 행정폭거에 다름 아니다. 도대체 정부여당은 무슨 양심으로 국회에서 오랜 기간 논의되어 절차에 따라 통과된 정당한 법을 또다시 멈춰 세우려 하는가”라고 물었다.

조규홍 장관의 브리핑과 관련해선 “이 법이 도대체 어떻게 의료인간 협업을 저해하는지, 어떻게 국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주장만 난무할 뿐”이라며 “보건의료인들 간의 협업을 붕괴시킨다거나, 업무범위를 침해한다는 주장은 전형적인 가짜뉴스이자 지나친 억측에 불과하다. 정말 그렇다면 애초 윤석열 정권은 보건의료인 사이의 협업을 붕괴시키고 의료체계를 붕괴할 법안을 공약으로 내세운 셈”이라고 비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사상초유 단체 행동”을 하겠다 경고하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파업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가 15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여 인원 10만 5,191명 중 10만 3,743명(98.6%)이 (간호법 거부권에 대한) ‘적극적인 단체 행동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의견도 64.1%(6만 7,408명)였다. 설문조사는 8일부터 14일까지 협회에 등록된 전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대한민국 모든 간호사들이 압도적으로 적극적인 단체 행동을 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며 “국민 건강권과 대한민국 보건의료 미래의 명운이 달린 간호법 공포를 두고, 간호사들이 적극 행동에 나서기를 결심한 만큼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그에 따른 적극적인 단체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야당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5일 오후 소통관에서 ‘간호법 제정, 대통령의 약속은 휴지조각입니까?’라는 제목의 브리핑을 진행하고 정부야당에 “본인들이 한 약속을 휴지조각처럼 여긴다면 국민도 더 이상 정부여당의 말을 신뢰하고 존중하기 어렵다”며 “국회의 합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한 법안을 무작정 거부하는 행태는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독선”이라고 밝혔다.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도 “(간호법에) 이견이 있는 곳은 조정하더라도 의료종사자들의 업무를 명확히 하는 것과 노동환경, 처우 개선에 대한 국가 책무를 법으로 규정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로 갈등을 더욱 촉발할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치에 나서는 정치력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