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본회의 통과, ‘간호인력 처우개선 국가 지원’ 명시
간호법 본회의 통과, ‘간호인력 처우개선 국가 지원’ 명시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4.28 11:41
  • 수정 2023.04.28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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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여당 단체 퇴장 속 179표 찬성으로 본회의 통과
‘지역사회’ 문구 유지, 간호사 업무 범위는 기존 의료법 그대로
대한간호사협회 등과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 이수진(비)·김성주 민주당 의원 등이 27일 본청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기념했다. 이들은 “국민들을 제대로 간호할 수 있게 간호법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외쳤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간호법 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간호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은 재석 의원 181명 중 179인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반대는 0표, 기권은 2표가 나왔다.

간호인력 업무는 의료법과 동일
국가가 ‘처우개선 지원’하도록 해

제정 취지를 보면 간호법은 “변화되고 전문화된 간호사의 역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숙련된 간호사 등 인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근무환경의 개선과 지역 간 인력 수급 불균형의 해소를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간호 정책의 시행이 필요하나, 현행 의료법에는 이와 관련된 규정이 미비한 상태”라는 문제의식 속 출발했다.

간호인력과 간호에 관한 사항을 독자적인 법률로 제정해 간호인력의 면허와 자격, 업무 범위, 권리와 책무, 양성과 수급 및 처우 개선 등을 체계적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취지다.

제정된 간호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안전을 도모하여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는 조항으로 시작한다. 제정 과정에서 ‘지역사회’라는 단어를 포함할지 여부는 논란이었다. 의협 등은 간호사의 역할을 의료기관 밖으로 넓히면 간호사들이 의사 없이 단독으로 개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일이라며 반대해왔다.

반면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측은 간호법 제10조(간호사의 업무)가 기존 의료법의 규정을 따르는 것으로 정리돼 간호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간호인력에 의료기관 개설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반박해왔다. 제정된 간호법은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를 간호사의 업무로 규정한다. 간호조무사의 업무(제12조)도 간호사를 보조하며,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정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환자의 요양을 위한 간호 및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간호인력의 처우개선에 대한 국가 책임을 담은 점도 주요하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간호사 등의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통한 간호사 등의 장기근속 유도 및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지원을 하도록 하고, 간호사 등을 고용하는 각종 기관과 시설의 장은 간호사 등의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위하여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한다(제21조)”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또한 “누구든지 간호사 등에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인권침해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은 간호현장에서 인권침해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및 교육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한다(제24조)”는 조항도 있다. 누구든지 인권침해행위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사실을 의료기관의 장에게 신고할 수 있고, 의료기관의 장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했다.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제공을 노력하고, 공공보건의료기관 중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또한 이 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간호인력의 장기근속 유도와 이직 방지, 전문성과 자질 향상 등을 지원하기 위해 간호인력 지원센터를 지역별로 설치‧운영할 수 있다.

국힘 의원 단체 퇴장 속 표결
민주, “같이 찬성해놓고 왜 퇴장하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의 간호법 직회부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단체 퇴장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김예지·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자리에 남아 간호법 제정에 찬성했고, 민주당의 이원욱·신현영 의원은 기권했다.

반대 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입법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며 비판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한쪽 손바닥만으로 박수를 칠 수 없듯 야당 의원 여러분께 협치를 부탁한다. 법사위 패싱은 입법 독주, 불통 정치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며 “단순히 간호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간호법을 두고 의료인은 철저히 둘로 나뉘었고, 보건복지부도 이런 상황에 사회적 합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도 “절차를 다 무시하고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게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것이냐”라며 “민주당이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후부터 대화와 합의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발언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토론하자고 하면서 다 나가버리면 무슨 대화고 협치냐”라며 “간호법은 민주당 단독법이 아니다. 국민의힘을 포함해 115명의 국회의원이 발의에 참여한 법안이다. 공청회와 4차례 법안 소위를 거쳐 의사협회와 간호사들의 요구를 반영했다. 그 때는 다 같이 간호법 제정에 찬성해놓고 왜 퇴장하냐”고 물었다.

간호법 발의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모두 호명한 김원이 민주당 의원도 “간호법은 여야 의원의 강도 높은 심사를 통해 마련된 법안”이라며 “간호법이 타 의료직역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은 (간호법상 간호사의 업무 조항을) 의료법 제2조에서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간호·조산법안’을 대표발의한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자리에 남아 “간호법을 원안대로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최연숙 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간호인력이 부족했던 위기 상황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간호법은 숙련된 간호인력 확보 등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담은 법”이라며 “법은 시대를 반영해야 하고, 간호법은 초고령 사회에 국민의 생명을 돌보기 위한 법”이라고 말했다.

간호법 제정 환영한 보건의료노동자들 
간호인력 근무환경 개선 출발점 기대 

대한간호사협회 등과 최연숙 의원, 이수진(비)·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간호법이 제정되자 환영하며 국회 본청 앞까지 행진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도 28일 “간호법 제정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 법을 통해 간호정책이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되고, 지역사회 등 간호인력의 사회적 역할이 더욱 확대돼 현장 간호인력의 근무환경이 개선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인력의 역할에 대한 제도적 정립이 이루어진 만큼, 국가는 지역사회에서 간호의 역할을 보다 구체화하고 그 역할과 임무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간호법과 더불어 2019년 제정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근간으로 보건의료인력의 체계적인 정비,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지원에 관한 책임과 의무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침 25일 정부는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간호사 1인당 담당환자수를 5명으로 줄인다는 정책적 지향점을 두고 단계적으로 간호사 배치기준을 향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교대제 개선, 임상간호교수제도, 신규 간호사 교육의 체계적 정립 등도 함께 제시했다”며 “간호법이 제정된 만큼 이제 이러한 정책 방향을 더욱 구체화하는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의사와 간호조무사 단체를 포함한 13개 보건의료단체들은 27일 단체장회의를 열고 “간호법과 면허박탈법 강행 처리를 규탄하는 연대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도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을 야당이 강행 처리할 경우 대통령에 재의요구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신승일, 이하 의료노련)은 28일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간호사를 찾아 직접 약속한 사안이다. 또한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국민들 대다수가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법안”이라며 “간호법은 우수하고 숙련된 간호인력의 양성과 적정 배치를 통해 간호인력의 현장 이탈을 막고 계속 근무할 환경을 만드는 토대가 되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기길 강력하게 촉구한다”는 입장을 냈다. 

의료노련은 “무엇보다 우리 사회는 돌봄을 위한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직역 갈등에 흔들리지 말고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간호법을 지켜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의사의 면허를 최대 5년 동안 제한하는 의료법 개정안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 주당 최대 10표의 의결권(복수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 등도 통과됐다. 30일 종료를 앞둔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기간을 오는 10월 31일까지로 연장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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