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클레무브, 사외 노조 사무실 ‘무단 들락날락’?
HL클레무브, 사외 노조 사무실 ‘무단 들락날락’?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6.26 18:56
  • 수정 2023.06.27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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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부당노동행위 등 혐의로 회사 고소·고발
ⓒ 에이치엘클레무브노동조합
26일 인천 연수구 HL클레무브 생산공장 주변에 노동조합의 현수막이 붙었다.  ⓒ 에이치엘클레무브노동조합

HL클레무브가 사외에 있는 노조 사무실 무단출입(부당노동행위 혐의), 고용안정위원회 논의 안건 일방적 결정(단체협약 위반 혐의) 등으로 노조에 고소·고발당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노조는 노조 파괴 전력이 있는 회사의 ‘노조 무력화’ 시도라고 보고 있다. 

에이치엘클레무브노동조합(위원장  배태민, 이하 노조)은 26일 “회사가 사외에 있는 노조 사무실에 출입하며 수시로 불법 사찰을 하고 있다. 이는 노조에 대한 명백한 지배·개입으로 노동조합법 위반이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지난 23일 인천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고소·고발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HL클레무브는 자동차 부품회사 HL만도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율주행·모빌리티 전문 자회사다. HL클레무브는 2012년 12월 HL만도의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 사업부와 자동차 센서·전자제어장치(ECU) 제조 자회사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가 합병되면서 출범했다. 에이치엘클레무브노조 조합원은 238명이며, 조직 대상인 생산직(정규직)은 약 300명이다.

HL클레무브 생산공장은 인천시 연수구에 있다. 노조 사무실은 이 공장에서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면 보이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송도 사무소) 내에 있다. 노조 사무실에 들어가기 위해선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출입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노조가 입수한 ‘노조 사무실 출입카드 발급 대장’을 보면 사측 관계자 3명이 출입카드를 발급받았다. 

이에 대해 배태민 노조 위원장은 “사측 관계자가 노조 사무실에 왔는데 아무도 없다는 연락을 한 적이 있다”며 “잠겨 있는 노조 사무실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런 사측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며,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단체협약 위반 건으로도 같은 날 회사를 고소·고발했다. 배태민 위원장은 “단체협약상 후속 제품 생산, 외주업체 물량 이관 등에 대해서는 노조가 참석하는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다루게 돼 있다”면서 “그런데 회사는 고용안정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고 이미 다른 외주업체에 물량을 주고 있다. 이는 노조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며,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조는 “만도(현 HL만도)는 2012년 금속노조 만도지부를 상대로 일명 노조파괴를 시행함으로써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부당노동행위들을 한 이력이 있다”며 “HL클레무브의 전신인 만도는 전문 노무인들을 HL클레무브로 수차례 파견해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HL만도는 노동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취약한 점을 이용해 일방적인 희망퇴직을 강행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며 “HL그룹은 현 정권 내에서 노조들을 무력화시키려는 다양한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HL그룹 측은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 밝힐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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