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노조 뺀 희망퇴직’ HL만도에 고용안정위 개최 명령
법원, ‘노조 뺀 희망퇴직’ HL만도에 고용안정위 개최 명령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4.05 00:48
  • 수정 2023.09.18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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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만도노조 ‘고용안정위 개최응낙 가처분’ 인용
“노조의 고용안정위원회 개최 요구에 성실히 응해야”
만도노조와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지난 3월 28일 민주노총에서 ‘만도 공격적 구조조정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 금속노조
만도노조와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지난 3월 28일 민주노총에서 ‘만도 공격적 구조조정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 금속노조

법원이 노동조합과 논의 없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HL만도에 노사 고용안정위원회를 개최하라고 명령했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2부(재판장 안태윤)는 4일 만도노동조합(위원장 김희준)의 ‘고용안정위원회 개최 응낙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HL만도는 이 결정을 고지받은 날부터 24시간 이내에 ‘원주·평택·익산 사업장의 전동화로 인한 공동화 현상과 원주공장 희망퇴직 건’에 관한 만도노조의 고용안정위원회 개최 요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HL만도는 노조에 위반일수 1일당 100만 원씩 지급해야 한다. 

자동차 부품사 HL만도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31조)에는 ‘회사는 생산부문의 자연감소 및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정원을 축소해서는 안 되며, 축소 조정 시에는 노조에 통보하고 유휴인력에 대한 대책방안을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다룬다’고 명시됐다. 이에 따라 2020년에도 ‘전사 유휴인력 해소 방안’라는 안건으로 고용안정위원회에서 희망퇴직 실시 여부를 노사가 심의·의결한 바 있다. 

HL만도는 지난달 8일 만도노조에 원주공장 기능직(생산직) 희망퇴직 계획을 공문으로 전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 성장 정체,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등으로 인한 유휴인력 해소가 필요하는 이유에서다. 만도노조는 단체협약에 따른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거부했고 지난달 29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만도노조에 따르면 4일 기준 원주공장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한 노동자는 30여 명이다. 희망퇴직 신청 접수는 오는 11일까지다. 

재판부는 △HL만도가 경영실적 악화로 인한 유휴인력 운영대책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점 △단체협약에 ‘희망퇴직 실시여부’를 제외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 점 △2020년 3월에도 ‘전사 유휴인력 해소 방안’이라는 항목으로 고용안정위원회에서 희망퇴직 실시여부를 심의해 노사 간 합의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할 때 “HL만도는 노조의 고용안정위원회 개최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가 노조의 고용안정위원회 개최 요구에 지속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었던 점이나 본안소송을 기다릴 경우 회사에서 진행 중인 희망퇴직 신청 절차가 종료돼 고용안정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을 심의할 기회가 사라지게 될 염려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가처분으로 회사에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명할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된다”고 했다. 

ⓒ 만도노동조합
지난 3월 28일 HL만도가 원주공장에 게시한 희망퇴직 신청 접수 공고 ⓒ 만도노동조합

재판부가 ‘희망퇴직 신청 기간’을 언급하며 고용안정위원회 개최 명령의 필요성을 짚었지만, 만도노조는 법원의 ‘심문기일 지정 늑장’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만도노조는 지난달 22일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런데 회사가 희망퇴직 실시 공고문을 붙인 지난달 28일에도 법원의 심문기일은 지정되지 않았다. 같은 날 만도노조는 법원에 심문기일 지정 신청을 냈다.

그래도 법원이 움직이지 않자 만도노조는 규탄서를 지난달 31일 냈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2부에 접수된 규탄서에는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평택지원 민사2부 판사들의 직무유기를 규탄하며 (안태윤 등 판사 3인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한다”면서 “법원은 사건의 신속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노조가 심문기일 지정 신청을 했는데도 아직 기일 지정도 하지 않아 사법부가 자본의 희망퇴직 강행을 묵인 동조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후 법원은 심문기일을 4일로 지정했다.

한편 HL만도는 법원 심문기일 당일 오전 10시에 고용안정위원회를 연다며 만도노조에 참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김희준 만도노조 위원장은 “누가 봐도 재판을 염두에 둔 면피용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사가 내건 안건은 ‘국내 공장 일거리 및 투자 등’에 관한 것이었다. 노조가 요구한 희망퇴직 건은 명시되지 않았다. 

김희준 위원장은 “노사가 합의 절차를 거쳐 맺은 협약을 회사가 지키지 않는다면 협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면서 “고용노동부도 회사에 행정지도를 통해 단체협약을 지켜야 한다고 누차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일방적인 희망퇴직을 중단하고 고용안정위원회를 통해 논의할 것을 재차 요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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