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원주공장 세 번째 희망퇴직··· 끝 아니다
만도 원주공장 세 번째 희망퇴직··· 끝 아니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3.22 15:57
  • 수정 2023.03.22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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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만도, 원주공장 희망퇴직 계획 밝혀
노조, 국내공장 먹거리 등 회사와 함께 논의 요구
[인터뷰] 김희준 만도노동조합 위원장

국내 자동차 부품사 빅4 중 하나로 꼽히는 HL만도가 지난 8일 원주공장 기능직 희망퇴직 계획을 밝혔다. 2016년, 2020년에 이어 원주공장에만 세 번째 희망퇴직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다.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에 따라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논의를 해보자는 입장이지만, 회사는 논의 안건조차 될 수 없다며 노동조합을 외면하고 있다. 

이번 희망퇴직은 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HL만도 국내공장엔 이미 전동화로 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산업전환 속도가 정년퇴직 등 인력 자연 감소 속도를 앞설지, 혹은 발맞출지 노동자들은 아직 알 수 없다. 만도노동조합*이 국내 일거리 확보와 투자에 관한 문제를 고용안정위원회에서 회사와 함께 논의하고자 하는 이유다. 현재 원주공장 상황부터 산업전환으로 인한 HL만도 국내공장의 변화, 노동조합의 대응 계획 등에 대해 김희준 만도노동조합 위원장과 21일 인터뷰했다. 

*HL만도 생산직 약 1,570명 중 만도노동조합 조합원은 약 1,340명이다. 교섭대표노조인 만도노동조합 외에 금속노조 만도지부, 만도새노동조합이 있다. 

ⓒ 만도노동조합
피케팅 중인 김희준 만도노동조합 위원장 ⓒ 만도노동조합

원주공장에만 세 번째 희망퇴직
“만도 경영방침이 큰 요인”

- HL만도는 지난 8일 원주공장 기능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실시 계획을 밝혔다. 당일 현장 분위기가 어땠나? 

올해 초부터 원주공장에서 희망퇴직이 있을 거란 소문은 있었기 때문에 크게 충격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2020년에도 노사합의로 희망퇴직을 했고, 2016년엔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원주공장만 희망퇴직을 했다. 이번 희망퇴직도 시행이 된다면 원주공장에서만 세 차례 희망퇴직이 발생하게 되는 거다. 

- 세 개(평택·익산·원주) 공장 중 왜 회사는 올해 원주공장에서 희망퇴직이 필요하다고 보는 건가? 

원주공장에선 꾸준히 10~30명 정도 교육 인원이 있었다. 일거리가 없는 인원이 10명 미만이면 각자 부서에서 일을 하고, 10명 이상이면 교육에 배치된 거다. 

원주공장에서 올해 희망퇴직이 계획된 핵심 배경은 2020년에 이뤄진 희망퇴직과 관련이 있다. 당시 원주공장에서 기능직 97명이 일하던 주물공장을 회사는 아웃소싱(외주화)했다. 이 과정에서 70여 명의 노동자가 희망퇴직을 선택하지 않았다. 평택이나 익산공장으로 전환배치된 노동자도 있었지만 50여 명은 원주공장에 남았다. 회사는 그때 원주공장에 남은 인력이 유휴인력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거다.

- 만도노동조합은 원주공장뿐 아니라 평택, 익산공장도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뭔가?

회사는 상대적으로 국내공장에 거의 투자를 안 했다고 보면 된다. 2021년 자율주행 관련 연구개발 부서의 물적 분할을 계기로 노동조합은 회사와 ‘국내 일거리 확보 관련 합의’를 맺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미래차 관련 부품을 가져와서  몇 명을 투입하겠다는 식이 아닌 큰 틀의 합의였다. 현장에서 회사가 합의를 이행했다고 느낄 부분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이는 내연기관차의 미래차 전환 과정도 영향이 있겠지만 만도의 경영방침이 더 큰 요인이라고 본다. 만도는 그간 국내공장보다는 해외공장 투자에 너무 치중을 해왔다. 또 2012년 ‘만도기계 노조파괴 사건’ 이후 공장 생산성이 배로 증가했다. 그래서 국내공장에 일거리 자체가 더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거다. 

-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만도는 현대차 1차 벤더인데 자동차 섀시(Chassis·차대) 중 △브레이크(Brake·제동장치/평택공장) △서스펜션(Suspension·현가장치/익산공장) △스티어링(Steering·조향장치/원주공장) 등을 만든다. 현대모비스가 거의 대량생산 부품을 맡고, 만도는 다품종 소량생산 부품 위주로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만도는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글로벌 경영 체제 확보에 집중을 해왔다. 만도는 미국, 멕시코, 폴란드 등에 생산공장이 이미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엠, 포드, 테슬라 등 해외 완성차업체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힘을 쏟느라 국내공장 투자에 소홀히 해왔다. 

또한 2012년 노조파괴 사건 이전에는 회사가 노조와 일일이 합의를 통해 노동강도를 조정해 왔지만, 이후에는 회사가 반강제적으로 노동강도를 높이다 보니 생산성이 2배가량 오른 측면이 있다. 그래서 국내공장에 일거리가 더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고 느끼는 거라고 본다.

운전대와 두 바퀴를 물리적으로 분리한 '스티어 바이 와이어' 기술 개념도 ⓒ HL만도
운전대와 두 바퀴를 물리적으로 분리한 '스티어 바이 와이어(SBW)' 기술 개념도 ⓒ HL만도

만도 국내공장들
전동화로 인한 변화↑

- 그래도 국내공장이 전동화(내연기관차의 전기자동차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텐데.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다. 원주공장에서 생산하는 조향장치(차량 진로를 변경하는 장치)도 전엔 기계식 연결을 활용했다면, 이제 SBW(Steer by Wire)라는 기술이 나왔다. 전기신호를 통해 조향장치가 작동할 수 있게 되는 거다. 그럼 중간에 기계식으로 연결했던 부품이 다 사라지는 거다. 결과적으로 내연기관차가 없어지면 SBW 이전 방식의 조향장치는 소멸되고 생산인력도 감소된다. 

- 브레이크를 만드는 평택공장은 어떤가? 

그간 내연기관차 브레이크는 ABS(Anti-Lock Brake System·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로 갔다면, 전기차 시대엔 IDB(Integrated Dynamic Brake·통합 전자제동장치)로 전환된다. IDB 시스템으로 가면서 인력이 상당히 줄게 돼 있다. 만도가 IDB 시스템을 개발한 뒤 내연기관차에도 장착을 해보니 크게 문제가 없어서 계속 IDB 생산을 늘리고 있다. 이를 위해 500억 원가량 평택공장에 설비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회사는 인력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근무형태를 주간연속 2교대제에서 3교대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 현가장치(자동차 차대의 받침 장치로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를 생산하는 익산공장도 전동화 영향을 받나?

바퀴 하나당 완충장치가 들어가는 현가장치는 당장 전동화 관련 전환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다만 회사는 이익률을 따지고 있다. 만도에 직접고용된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외주업체 임금이 낮기 때문에 계속 외주화할 방식을 찾고 있는 것 같다. 

- ‘미래차 관련 핵심 기술이 아니라면 외주업체를 통해 생산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나?

그렇다. 핵심은 비용 문제다. 만도 생산직 연봉의 반 정도로 외주업체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로 회사는 접근하는 거다. 또 만도는 국내공장 인원은 최소화하고 글로벌 업체 관리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연구개발 인력을 많이 늘리고 있다. 생산직, 사무직, 연구직을 다 포함하면 만도 직원이 약 3,700명인데, 이중 생산직은 약 1,570명밖에 안 된다. 2012년 노조파괴 사건 이후 정몽원 만도 회장이 연구개발전문 회사가 되겠다고 강조한 바도 있다.

- 회사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영향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고도 이야기했는데?

국내공장 생산품이 북미 지역에 수출되는 거라면 부담이겠지만, 미국엔 이미 만도 현지공장이 있다. IRA는 명분이라고 본다. 다만 연구개발 단계에서도 북미 현지에서 개발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연구직들에게 이야긴 들었지만, 국내공장 관련해선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노조, 국내 일거리 등 
회사에 대책 함께 논의 요구

- 미래차 전환에 따른 인력 감축 관련해서 노동조합의 입장은 무엇인가? 

현재 만도 생산직 평균 연령이 52세 정도 된다. 굉장히 고령화됐기에  자연 감소 인원, 즉 퇴직인원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부터 3년간 생산직 약 260명이 정년퇴직을 하게 된다. 그런데 2012년 이후 회사는 정년퇴직자로 빠진 인원을 충원한 적이 없다. 노동조합은 산업전환 관련해 필요한 인력 감소분이 자연 감소분으로 충분히 완충 역할을 할 거라고 봤다. 그런데 회사는 그렇게 안 보고 있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산업전환 관련 고용안정 대책을 같이 수립하자고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신규인력 채용을 안 할 거면 정년연장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보장, 필요하다면 교육훈련을 통한 전환 배치 등을 함께 논의하자고 하는데 회사는 미온적인 태도다. 

노동조합이 최근 국내 공장 일거리 확보와 투자에 관한 문제를 고용안정위원회 심의사항으로 다루자고 회사에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회사는 고용안정위원회는 이행 강제성을 띠는 단체협약과 관련 있기 때문에 거부하고 노사협의회에서 다루길 원하고 있다. 이번 희망퇴직 건은 어떠한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 

- 산업전환 관련해서 기대하는 정부의 역할은?

미래차로 가는 과정에서 특히 엔진 등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이 사라지고 있어서 많은 부품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일자리 교육훈련이나 일정 기금을 활용한 부품사 기술 개발지원 등 정부의 지원 정책이 현장에선 사실 체감되진 않는다. 또 윤석열 정부가 그런 고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우려스럽다. 

만도노동조합이 희망퇴직 관련 회사에 대화를 요구한 날 회의실 문이 잠겨 있었다. ⓒ 만도노동조합
만도노동조합이 희망퇴직 관련 회사에 대화를 요구한 날 회의실 문이 잠겨 있었다. ⓒ 만도노동조합

원주공장 희망퇴직 건
가처분 신청 등 추가 대응 예정

- 회사는 ‘이번 희망퇴직이 자발적 신청에 따른 합의 퇴사이므로 인위적 감축이 아니다. 따라서 단협과 고용안정위원회 규정 위반행위가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 노조의 입장은?

회사의 희망퇴직 계획 사유는 ‘원주사업장 기능직의 유휴인력에 대해 비정상적인 인력 운영 지속’이다. 이는 명백히 단협에 명시된 인위적인 감축이기에 노동조합과 협의를 거쳐야 할 사항이다. 

- 21일 만도노동조합은 회사의 단체협약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진정서를 냈더니 담당 사무관이 하는 말이 회사와 같더라. 회사가 강제로 희망퇴직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노동자에게만 돈을 더 줘서 희망퇴직을 시키겠다는 건데 반대할 이유가 있느냐는 거다. 회사가 정말 윤석열 정권을 믿고 이때다 싶어서 단체협약을 헌신짝처럼 버리려는 거 아닌가 의심이 든다.

- 노동조합의 추가 대응 계획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도 제기할 예정이다. 만도 본사와 연수원 앞에선 항의 피케팅도 하고 있다. 곧 원주공장에서 전체 조합원 간담회를 통해 이번 희망퇴직 계획의 부당성을 알리고 힘을 모아갈 계획이다. 24일 열리는 주주총회 때도 항의 방문할 것이다. 

- 덧붙일 말이 있다면? 

아무리 작은 합의라도 노사가 맺은 협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다른 사회협약도 다 깨진다고 본다. 설사 노조가 회사와 협의 과정에서 힘이 없어서 밀리더라도, 어쨌든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마저 무시하는 회사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 24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인물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측근이라고 들었다. 회사가 윤석열 정부의 친자본 기조에 맞춰 가려는 것 같다. 노조와 대화를 통해 희망퇴직이든, 국내 일거리 문제든 정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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