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만도, 노조 패싱 희망퇴직 단행··· 국내 투자도 미지수
HL만도, 노조 패싱 희망퇴직 단행··· 국내 투자도 미지수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3.28 16:37
  • 수정 2023.03.28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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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만도 28일 원주공장 희망퇴직 실시 공고 게시
노조 “사상 최대 매출 HL만도, 선제적 구조조정··· 사회적 책무 다해야”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금속노조 만도지부와 만도노조가 28일 민주노총에서 ‘만도 공격적 구조조정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HL만도가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노동조합의 반발을 외면하고 28일 원주공장 기능직(생산직) 대상 ‘희망퇴직 실시 공고’를 했다. 전동화(내연기관차의 전기자동차화)로 인한 국내공장 공동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대화 요구도 회사는 받지 않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 빅4 중 하나인 HL만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산업전환기 ‘노동자 빠진 선제적 구조조정’은 ‘그래도 된다’는 일종의 사회적 시그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들이 지난해 최대 매출을 기록한 회사에 “사회적 책무를 다하라”고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속노조 만도지부와 만도노동조합은 2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HL만도는 일방적 희망퇴직을 중단하고 즉각 노사 고용안정위원회에 응하라”고 밝혔다. HL만도 생산직은 약 1,570명이다. 교섭대표노조는 만도노동조합(약 1,340명)이다. 금속노조 만도지부와 만도새노동조합도 활동하고 있다.

HL만도는 지난 8일 노조에 원주공장 희망퇴직 계획을 공문으로 전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 성장세 정체,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영향에 따른 완성차의 해외 현지화 전략 가속화 등으로 국내공장 성장 동력을 찾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는 이유에서였다.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에 따른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거부하고 있다. 이에 노동조합은 단체협약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21일 진정했고, 회사를 상대로 고용안정위원회 개최 응낙 가처분신청을 22일 법원에 냈다. *단체협약 31조에는 “회사는 생산부문의 자연감소 및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정원을 축소해서는 안 되며, 축소 조정시에는 조합에 통보하고 유휴인력 대책방안을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다룬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찬우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미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혼돈과 질적 팽창의 자동차 산업전환 시기에 노동자, 특히 노동조합을 회피하는 산업전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곧 HL만도의 상황이다. 금속노조는 HL만도가 행하는 희망퇴직이 자동차산업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찬우 수석부위원장은 “HL만도는 노동조합이라는 주체를 존중하는 산업전환에 나서야 한다”며 “금속노조는 HL만도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투쟁을 적극적으로 조직하겠다. 또 노조를 가리지 않고 정책적 대안으로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하는 데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금속노조 만도지부와 만도노조가 28일 민주노총에서 ‘만도 공격적 구조조정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금속노조 만도지부와 만도노조가 28일 민주노총에서 ‘만도 공격적 구조조정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 금속노조

HL만도 노동자들은 회사의 사회적 책무도 강조했다. HL만도는 지난해 전년보다 22.2% 증가한 매출액 7조 5,14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7% 늘어난 2,479억 원이었다. 

금속노조 만도지부와 만도노동조합은 “HL만도는 국내 굴지의 자동차 부품사다. 3,700여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고 그에 맞는 사회적 책무가 있는 기업”이라며 “특히 IMF 당시 흑자 부도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한 만도기계가 전신이기에 HL만도의 사회적 책무는 더욱 막중하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HL만도의 일방적 희망퇴직, 공세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은 ‘기업은 성장하는 반면 좋은 일자리는 줄이는 것’으로 정부 정책에도 정면 배치된다”며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라”고 촉구했다. 

회사가 국내공장의 성장 동력 한계를 언급한 상황에서 HL만도에서 구조조정은 이번이 끝이 아닐 수 있다. 만도노동조합은 국내공장의 전동화로 인한 공동화 현상을 다루기 위한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회사에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회사의 국내공장에 대한 투자계획을 모르는 가운데, 희망퇴직 공고문이 언제 또 붙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희준 만도노동조합 위원장은 “HL만도는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희망퇴직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노동 탄압, 자본 우위 기조가 정몽원 HL만도 회장이 자신감을 갖게 한 계기가 아니었나 되돌아본다”며 “HL만도가 일방통행하는 길을 열어준 윤석열 정권에 노동자에게만 법치를 주장할 게 아니라, 자본에도 법치를 주장해서 처벌하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신성목 금속노조 만도지부 수석부지부장은 “HL만도는 윤석열 정부를 등에 업고 산업전환기 자동차 부품사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지난 24일 주주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를 사외이사이자 감사로 선임하기도 했다”며 “우리가 공론장에 나온 이유는 우리의 문제의식이 사회의 공정과 상식에 위배되는지 확인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관계자는 “오늘(28일) 고용안정 관련해서 노사가 대화를 통해 해결해보자는 차원에서 HL만도에 방문했다”면서 “노동조합이 신고한 노동관계법 위반 진정 사건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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