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운’ 협상 타결··· “하청 고립 막을 사회적 관심 필요”
포스코 ‘포운’ 협상 타결··· “하청 고립 막을 사회적 관심 필요”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8.03 16:47
  • 수정 2023.08.03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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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하청 포운 노사 잠정합의안, ‘69.4% 찬성’ 통과
노조 “노동3권 보장 못 받는 하청노동자, 투쟁 고립될 수밖에···
법·제도적 보완뿐 아니라 시민 관심·견제 절실”
박옥경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7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열린 ‘노동운동 탄압 분쇄, 경찰 폭력만행 규탄 한국노총 긴급 투쟁’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박옥경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6월 7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열린 ‘노동운동 탄압 분쇄, 경찰 폭력만행 규탄 한국노총 긴급 투쟁’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업체 포운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이 3일 끝을 맺었다.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465일 만이다. 이들의 투쟁을 지원하던 금속노련 임원에 대한 ‘경찰의 유혈 진압’으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던 포운 노동자들은 제2의 포운 사태를 막기 위해 법·제도적 보완과 시민의 관심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위원장 박옥경, 이하 노조)는 3일 오전 ‘임금 등 노·사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69.4%(59명) 찬성률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 포운 노사는 합의안 체결식을 진행했다.

앞서 포스코는 2018년 하청업체 성암산업의 분사 없는 매각을 노조에 약속했다. 그런데 성암산업이 작업권을 포스코에 반납하겠다며 2020년 6월부로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2020년 7월 경사노위가 중재하면서  ‘쪼개진 작업권을 받은  6개 하청업체-노조-금속노련-포스코’가 ‘흩어진 조합원들은 1년 뒤 포운으로 모인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이후 포운의 ‘성암산업 시절 노동조건 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가 쟁점이 되면서, 노사 갈등이 심화됐다. 

이번 합의안에는 △임금인상 2021년 5.5%, 2022년 4.1%, 2023년 임금교섭 회사에 위임(단 포스코 노무비 인상 금액 100% 적용)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현행 2,000시간에서 3,000시간 이내로 변경 △타결 격려금 지급 △노조에 노사파트너십 7,300만 원 지급 △연차 자율 사용 보장 △노조 사무실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노조의 투쟁이 이어지던 중 취업규칙에 의해 퇴직한 조합원 A씨에게 회사는 위로금을 지급하고 산재 신청 시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노조는 조합원 A씨의 산재 신청을 준비 중이다. 

다만 성암산업에서 흩어졌다가 포운으로 모인 조합원들의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발생한 ‘호봉 인상 누락’ 문제는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는 이번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반대표(26명·30.5%)만큼이나 기권표(24명)가 나온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박옥경 노조 위원장은 “우리 노조의 첫 목표에 비해 부족한 결과지만 사회적 분위기, 투쟁의 지속 가능성 등을 고민했을 때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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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배 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포스코 사내하청 포운 노사합의 환영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노동존중실천국민의원단

포운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이 마무리되면서 제2의 포운 사태를 번복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국회의원단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포스코의 분사매각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저하에 신음해야 했다”며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유지를 요구했지만 원청은 만나주지 않았고, 하청사는 힘이 없다며 대화를 해태했다. 게다가 파업하면 다른 하청사의 대체근로를 통해 파업을 무력화시켰기에 하청노동자가 할 수 있는 건 기약 없는 천막농성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2, 제3의 포운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로 인정하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나아가 사업 이전 시 하청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제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홍배 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한국노총 금융노조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의 부실 근로감독도 사태를 키운 원인 중 하나”라며 “노사 간 구조적 불평등을 실력행사로 바로잡도록 보장한 헌법상 단체행동권이 원청 포스코의 불법 대체인력 투입으로 무력화됐지만 고용노동부가 이를 방임해 힘의 불균형 상태가 지속됐고, 교섭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구조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는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박옥경 위원장은  “하청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아 힘이 없다. 최후의 수단으로 천막농성에 들어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시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견제하지 않으면 결국 투쟁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긴 시간 투쟁해도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으면 쉽게 고립된다. 이번에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의 헌신이 없었다면 우리의 농성은 1,000일이 될지, 2,000일이 될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옥경 위원장은 “우리 노조는 이전에 70차례 넘는 교섭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이후 사회적 관심을 받고 교섭권을 금속노련에 위임하면서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며 “고생한 조합원들에게 합의 결과가 아쉽더라도 우리의 긴 투쟁 과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며, 지금까지 그랬듯 비바람이 다시 쳐도 한발 한발 남은 과제를 풀어가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