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하청 ‘포운’ 잠정합의··· 핵심 쟁점 ‘호봉’은 과제로
포스코 하청 ‘포운’ 잠정합의··· 핵심 쟁점 ‘호봉’은 과제로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8.02 17:32
  • 수정 2023.08.03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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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 설치된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의 천막농성장에서 조합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 6월 7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 설치된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의 천막농성장에서 조합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경찰의 유혈 진압 사태’로 벼랑 끝 노정관계의 중심이 된  포스코 하청업체 포운 노동자들의 460일 넘긴 천막농성이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천막농성을 촉발한 포운 노사 단체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광양기계지역금속운수산업노조(옛 성암산업노조)는 지난 1일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2일 오후 10시부터 오는 3일 오전 9시까지 진행된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3일 오후 4시에 임금협약 체결식을 하기로 했다. 

앞서 포스코는 2020년 3월 광양제철소에서 원자재 등 운송 업무를 맡아온 하청업체 성암산업의 작업권을 쪼개 다른 업체들에 매각하기로 했다. 노조의 반발에 포스코는 분사 없는 매각을 약속했지만, 성암산업이 작업권을 반납하겠다며 2020년 6월 말부로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2020년 7월 문성현 전 경사노위 위원장이 중재하면서 ‘쪼개진 작업권을 받은 포운 등 6개 하청업체 대표-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금속노련-포스코’가 ‘흩어진 조합원들은 1년 뒤 포운으로 모인다’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이후 성암산업 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한 포운이 사회적 협약서에 적힌 성암산업 시절 노동조건 유지에는 소홀히 한다며 노조와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임금인상 2021년 5.5%, 2022년 4.1% , 2023년 임금교섭 회사에 위임(단 포스코 노무비 기인상 금액 100% 적용)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현행 2,000시간에서 3,000시간 이내로 변경 △타결 격려금 지급 △노사파트너십 7,300만 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옥경 광양기계지역금속운수산업노조 위원장은 “임금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하청업체 평균 인상률인 5%대 수준으로 잠정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임오프 한도를 2,000시간에서 3,000시간 이내로 늘린 것은 옛 성암산업 기준을 회복한 것이다.

다만 노동자들의 핵심 불만이었던 호봉 문제는 이번 단체교섭에서 풀지 못했다. 

사회적 합의 이후 다른 하청업체로 쪼개졌던 조합원들은 2021년 8월까지 포운에 다 모였지만, 호봉과 직결되는 승급체계가 포운에서는 이어지지 않았다. 성암산업에선 근속이 쌓이면서 고숙련 차량에 탑승할수록 승급(직무급)이 올랐다. 

광양기계지역금속운수산업노조 조합원 A씨는 “우리가 다른 하청업체로 분사됐을 때는 성암산업 시절 호봉을 인정받다가, 사회적 합의에 따라 흩어졌던 조합원들이 하나로 모이기 위해 포운으로 오니까 포운 입사일을 기준으로 호봉이 적용됐다”며 “임금이 갑자기 줄어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사회적 협약서에는 ‘각 회사는 붙임 근로조건이 유지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붙임 근로조건에는 노동자들의 호봉표, 승호(직무급) 승급 등에 대한 내용이 명시됐다.

하지만 포운 측은 ‘사회적 합의는 고용보장에 대한 것이지, 단체협약이 아니며 직무제도 같은 제도 승계는 합의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사회적 협약서가 단체협약으로서 요건을 갖췄기에 회사가 지켜야 하는 내용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사회적 합의의 효력에 대한 노사의 해석이 갈리면서 노사 간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게 됐다.

박옥경 위원장은 “호봉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투쟁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우리 노조가 교섭권을 위임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도 지금은 결정하고 끝내야 할 시기라고 판단해서 이번 잠정합의안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너무 힘든 길을 걸어왔기에 이번 결과가 아쉽고 분하기도 하다. 언제쯤 하청노동자들이 제대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을까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아직 소회를 밝히긴 이른 것 같다”며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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