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포스코 하청 고공농성도 ‘곤봉 쳐’ 연행
경찰, 포스코 하청 고공농성도 ‘곤봉 쳐’ 연행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5.31 08:39
  • 수정 2023.05.31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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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 포스코 하청 ‘노동3권 보장’ 촉구 고공농성 중
31일 오전 5시 20분경부터 사다리차 탄 경찰, 저항에 곤봉 강제연행
30일엔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머리 바닥에 짓이겨, 강제연행
한국노총 “윤석열 정부의 공권력 남용, 도 넘어”
하청업체 노동자들, 전면 파업 전환
ⓒ 금속노련
31일 오전 6시경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고공농성장에서 내려온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 경찰의 곤봉에 맞은 김준영 사무처장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다. ⓒ 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포스코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지난 29일 고공농성에 돌입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31일 경찰에 강제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저항하는 김준영 사무처장의 머리를 곤봉으로 쳐가며 끌어내렸다. 

금속노련은 31일 “경찰이 기습적으로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사무처장을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폭행하며 강제연행했다”고 밝혔다. 금속노련에 따르면 광양경찰은 이날 오전 5시 20분경부터 사다리차를 투입하며 고공농성을 저지하기 위해 철탑에 올랐다. 철탑 위에서 저항하는 김준영 사무처장을 경찰은 곤봉 등으로 진압해 오전 6시경 강제연행했다. 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 김준영 사무처장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포스코 하청업체인 포운(옛 성암산업) 노동자들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지난해 4월 24일부터 임금교섭과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하면서 403일째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은 산하 노동조합의 길어지는 농성사태를 마무리 짓기 위해 지난 23일 천막농성에 합류했다. 그래도 길이 안 보이자 김준영 사무처장은 지난 29일 철탑 위에 올랐다. 

김준영 사무처장은 지난 30일 저녁 참여와혁신과 통화에서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생각으로 광양에 왔는데 원청 포스코를 비롯해 여러 관계자를 만나는데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며 “우리 조합원들이 400일 넘게 농성했기에, 지금까지의 투쟁으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28일부터) 2시간씩 파업을 했더니 대체인력이 투입돼 파업이 무력화됐다”며 “대체인력이라도 투입하지 말아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더니, 포스코는 조업 차질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단결력으로 문제를 푼다지만 단결력을 갖춘 우리 조합원들의 쟁의권이 쉽게 무력화되는 상황에서 고공농성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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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경찰에 강제진압을 당하고 있는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 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전날엔 김만재 위원장 강제연행

지난 30일에는 김만재 위원장이 강제연행됐다. 금속노련은 “김만재 위원장이 30일 오전 광양제철소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예닐곱 명의 경찰들이 위원장을 둘러싸고 강력범을 검거하듯 머리를 바닥에 짓이기고 수갑을 뒤로 채워 연행했다”고 설명했다. 김만재 위원장은 광양경찰서에서 조사받은 뒤 현재 순천경찰서 유치장에 있다. 

금속노련 관계자는 “집시법 위반이면 강제연행된 당일 조사를 끝내고 풀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경찰은 김만재 위원장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집시법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여러 가지 조사가 필요하다며 어제에 이어 오늘도 김만재 위원장을 유치장에 가둬뒀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금속노련은 30일 성명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농성 중인 산별노조 위원장을 폭압적으로 연행하고 고공농성을 강제로 해산하려 한 경찰은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경찰은 김만재 위원장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무릎으로 목을 짓누른 상태에서 뒷수갑을 채우는 만행을 저질렀다. 진압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2020년 미국 경찰이 흑인 청년 고 조지 플로이드를 진압하던 장면이 떠오른다”며 “김만재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성명을 통해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의 금속노련 위원장 폭력 연행을 규탄한다”며 “경찰은 이제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자본과 정권의 사수대임을 자임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 퇴진 및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이 될 때까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련은 약 17만, 금속노조는 약 19만 노동자들이 속한 양대 제조 산별노조다. 

ⓒ 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설치됐던 고공농성장 ⓒ 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포운 노동자들, 전면파업 돌입

광양제철소에서 원자재 등 운송 업무를 하는 포운 노동자들은 김만재 위원장이 강제연행된 시점부터 2시간 파업에서 전면파업으로 전환했다. 

박옥경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옛 성암산업노조) 위원장은 “2020년 파업, 2022년 태업을 했을 때도 대체인력이 투입돼 우리의 쟁의행위는 무력화됐다. 하청사 노동자들은 사실상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없다”면서 “노동자들이 최대로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파업인데, 파업마저 무력화되니 회사는 노동조합이 우스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럼에도 김만재 위원장이 경찰에 체포되는 순간부터 조합원들은 전면파업을 결정했다”며 “김만재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이 누굴 위해서 그렇게 싸우고 철탑에 올랐나. 우릴 위해서 했기에 더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조합원들이 전면파업에 동의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옛 성암산업 노동자들은 2017년 10월 원청 포스코의 분사매각 시도에 반발하며 2018년 2월 분사 없는 매각을 포스코와 합의했다. 그런데 2020년 3월 포스코는 성암산업의 작업권을 쪼개 다른 하청업체들에 매각하기로 했다. 노조의 반발에 포스코는 분사 없는 매각을 약속했지만, 성암산업이 작업권을 반납하겠다며 2020년 6월 말부로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2020년 7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중재하면서 경사노위-쪼개진 작업권을 받은 6개 하청업체 대표-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금속노련-포스코 등이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이후 성암산업 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한 포운이 사회적 합의문에 명시된 성암산업 시절 인사제도 승계, 임금교섭 등에 소홀히 하면서 노조와 갈등이 다시 빚어졌다. 임금교섭 타결을 수년간 하지 못한 포운 노동자들은 2018년 임금을 받고 있다. 박옥경 위원장은 “2019년 임금협상을 못하고 성암산업이 2020년 폐업했다. 포운에 와서도 임금협상을 타결하지 못해서 4년 동안 동결된 임금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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