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금속노련, 하청업체 성암산업 갈등 ‘합의’로 마무리
포스코-금속노련, 하청업체 성암산업 갈등 ‘합의’로 마무리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7.20 19:33
  • 수정 2020.07.20 1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암산업노조, 조합원 찬반투표 결의 후 투쟁 종료 예정
현행법이 규율 못하는 ‘진짜 사장’ 문제 … “이번 투쟁으로 법의 미비점 남겨”
포스코와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만재)은 20일 오후 5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성암산업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까지 진행했던 포스코 하청업체 성암산업 노동자들이 드디어 일터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의 중재 끝에 포스코와 금속노련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이번 합의는 하청업체의 고용 및 노동조건 유지에 원청이 책임을 다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포스코와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만재)은 20일 오후 5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성암산업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

치열했던 성암산업노조의 투쟁

성암산업 노사는 지난해부터 임금교섭으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그러던 3월 성암산업의 ‘작업권 반납’ 선언으로 성암산업 노동자들은 새 국면을 맞는다.

사내하청계약에 있어 ‘작업권 반납’이란 곧 사업종료를 의미한다. 여기서 문제는 포스코가 성암산업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5개 작업권을 분할해 계약을 맺으려 했기에 발생했다.

작업권 분할 계약은 하청업체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분사매각’과 같은 결과로 다가온다. 고용은 새로 계약을 맺는 하청업체에서 보장하지만, 임금 및 복지 등 노동조건 저하를 막을 방도가 없다. 더욱이 기존 하청업체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은 승계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원‧하청업체가 ‘자유롭게’ 도급계약을 맺고 끊기를 반복하는 와중에 하청업체 노동자의 노동권은 침해당할 소지가 컸다. 하지만 현행 노동법상 이 문제를 구제할 방도는 딱히 없다.

‘분사’의 경우 ‘노동법’의 적용을 받아 어느 정도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작업권 반납’의 경우 ‘민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계약주체 간의 규칙을’ 다루는 민법은 하청업체 노동자 및 노동조합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

성암산업노동조합은 매주 농성을 통해 원청 포스코에 분사매각 대신 ‘통합 매각’을 주장했지만 문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성암산업의 폐업, 즉 성암산업 노동자의 ‘해고’를 하루 앞둔 6월 29일 성암산업노조 조합원 145명 전원은 국회 앞 단식 및 노숙 투쟁을 감행했다.

경사노위의 성공적 중재

이후 단식 5일 차였던 7월 3일 자정 성암산업 노동자들은 단식을 해제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의 중재를 포스코와 금속노련에서 응한 것이다.

중재의 내용은 노조에서 ▲일시적으로 분사매각을 받아들이면, 포스코 및 신설 하청업체에서 ▲기존 노동조건 유지 ▲1년 이내에 분사 이전 상태로 되돌릴 것 ▲분사 시 가장 많은 조합원이 가는 신설 법인에 성암산업노조의 단체협약을 승계할 것 등을 보장하는 것이다.

지난 3일 오후 3시 문성현 위원장이 국회 앞 단식농성장을 찾아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박옥경 성암산업노조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문성현 위원장이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포스코와 금속노련은 6일부터 논의를 시작해 18일 잠정합의문 초안에 도달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는 포스코가 합의 내용을 문서화하기를 부담스러워하여 서명식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협약서 내용은 비공개하기로 했다”면서 “합의 내용은 앞서 밝혀진 것과 같다. 합의의 이행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성암산업을 분사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는 시기는 2021년 8월 1일 이전으로 알려졌다.

사내하청노동자의 문제, ‘원청 책임’ 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진짜 사장’인 원청에게 하청업체 노동자의 책임을 물은 것에 있다. 또한, 원청 포스코가 협약서에 서명함으로써 실제적인 이행을 담보한 성과도 있다.

불공정한 원‧하청구조 아래 하청업체와 하청업체 노동자는 원청의 입김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계약관계 및 교섭구조 상 원청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하청업체는 재계약을 위해서 원청의 무리한 요구에도 응해야 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는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원청의 책임을 호소했지만, 법적인 근거가 없었다. 그토록 많은 사내하청 노동조합들이 ‘불법파견 투쟁’에 오랫동안 매달린 이유다.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원청은 ▲단가 후려치기 ▲노동조합 신설 시 계약 해지 이후 재계약으로 무력화 ▲‘분사(작업권 반납 후 분할 계약)’를 통한 노동조합 쪼개기 등의 수법으로 하청업체 노사관계를 좌우해 왔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이번 합의는 비록 교섭이 아닌 ‘협약’의 형태이지만 원청과 하청업체 그리고 하청업체 노동조합이 함께 문제해결에 머리를 맞댄 것에 의의가 크다.

곽상욱 금속노련 정책국장은 “포스코에서 사실 법적인 책임은 없다. 이번 합의는 원청으로서의 책임을 명시하는 것이다. 포스코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다만 승리했다고 보기에는 유보적이다. 내년 조합원의 복귀 시점에 다시 평가해봐야 한다. 이번 투쟁은 법의 미비점을 드러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합의가 정식으로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찬반투표가 남아있다. 18일 포스코와 금속노련이 잠정합의안에 도달하고 조합원들이 광양에 복귀했던 만큼 찬반투표도 수월히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찬반투표 결과는 20일 오후 9시경 나올 예정이다.

박옥경 성암산업 위원장은 “당초 투쟁에 나서면서 목표했던 것보다는 미치지 못했다”면서도, “조합원 찬반투표 이후 최종적으로 투쟁을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