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성암산업 작업권 반납, 포스코의 성암산업 쪼개기?
석연찮은 성암산업 작업권 반납, 포스코의 성암산업 쪼개기?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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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협력사 성암산업, 2017년에 이어 또다시 ‘작업권 반납’
경영상의 어려움?, “실적호조, 매수대상자도 없어” … 성암산업 쪼개기?
3월 12일 낮 11시 30분 금속노련 성암산업노동조합이 서울 선릉역 포스코타워 앞에서 상경 집회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포스코 협력사 성암산업이 2017년에 이어 또다시 ‘작업권 반납’을 추진해 논란을 빚고 있다. 노조는 이번 성암산업의 작업권 반납이 지지부진한 임금교섭을 흔들기 위한 전략이기보다는 성암산업을 쪼개기 위한 포스코의 의중이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석연찮은 작업권 반납

성암산업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업체로, 제철소 내에서 원자재 및 완성품을 운송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성암산업 노사는 2019년 11월 19일 시작한 임금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성암산업노동조합(위원장 박옥경)은 교섭이 쉽사리 풀리지 않자 지난 1월 8일 광양시청 앞에 농성장을 꾸리기도 했다.

하지만 3월 20일 성암산업 노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성암산업이 포스코에 ‘작업권 반납’ 의사를 밝히면서다. 작업권 반납은 하도급 계약상 하청업체가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도중에 원청에게 다른 업체와 계약할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에게 조기에 사업을 접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이다.

성암산업은 지난 3월 31일 노조에 보낸 ‘협력작업 반납 일정 공유’ 문서에서 “회사의 작업권 반납 결정은 이미 공유 드린 바와 같이 불가역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라며, “일괄 반납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포스코의 일정 등으로 현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부분적,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성일 성암산업 노무행정팀장은 작업권 반납 이유에 대해 “회사가 더 이상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의 경영이 어려우니 포스코에서 알아서 처분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31일 성암산업은 성암산업노동조합에 작업권 반납이 "불가역적으로 추진될 것"을 알렸다. 성암산업의 작업권은 총 5개 구역이다. 하지만 해당 문건에서는 3개 구역의 작업권 반납이 이뤄지는 것으로 돼있다. 자료=성암산업노동조합.
지난 3월 31일 성암산업은 성암산업노동조합에 작업권 반납이 "불가역적으로 추진될 것"을 알렸다. 성암산업의 작업권은 총 5개 구역이다. 하지만 해당 문건에서는 3개 구역의 작업권 반납이 이뤄지는 것으로 돼있다. 자료=성암산업노동조합.

2017년 작업권 반납과는 다르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먼저 실적을 기준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은커녕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박옥경 성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순이익도 5억 원 정도 더 늘었다. 매출도 348억에서 364억으로 신장했다”며, “또한, 건물을 16억 원 주고 구입했다. 매각을 하더라도 경영상의 이유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또한, 박옥경 위원장은 2017년 작업권 반납과는 달리 현재는 매수자도 없다고 지적했다. 2017년 11월 성암산업은 적자를 이유로 매각 추진 의사를 밝히고, 같은 해 12월 26일 포스코에 작업권을 반납했다. 성암산업은 당시 전남지역 건설사인 호반산업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박성일 노무행정팀장도 “2017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노동조합에서는 회사가 임금협상이 안 되고 있으니 협상 카드로 작업권 반납을 사용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전혀 다르다”면서, “그때는 말 그대로 회사를 매각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두말없이 포스코에 경영을 넘기려는 것이다. 지금은 프리미엄 받고 파는 상황이 아니다. 못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3월 9일 성암산업노조 조합원들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출입하려 했지만 저지당했다. 포스코는 보안 규정을 들어 성암산업 노동자의 출입을 막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금속노련

포스코, 32년 된 성암산업노조 쪼개려고하나?

현재 성암산업은 작업권 반납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전직동의서를 받고 있다. 노조는 서명을 거부하는 중이다. 노조는 성암산업보다 원청인 포스코의 의중이 더욱 중요하다고 봤다.

박옥경 위원장은 “원청의 생각이 중요하다.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서 성암산업이 노동조합을 흔들기 위해서 작업권 반납이 이뤄졌다면 큰 문제는 아니”라면서 “성암산업의 노조 흔들기가 아닌 경우 작업권을 반납 받은 포스코에게 권한이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성암산업의 작업권 반납 당시 포스코는 현재 성암산업이 가지고 있는 5개의 작업장을 따로 떼어서 하청계약을 맺을 것을 고려했다. 하지만 성암산업노조는 ‘일괄 계약’을 주장하며 4개월 간 농성했다. 그 결과 2018년 포스코는 성암산업노조와 ‘일괄 계약’에 합의했다.

박옥경 위원장은 “2017년에도 똑같이 문제제기를 했다. 포스코는 한 회사를 여러 회사로 나눠서 포스코 출신 퇴직 임원진을 소사장으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그 경우 노동조합은 인원이 축소된다. 노동조합을 크게 유지할 수 없다.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노동조합 탈퇴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노조는 포스코에 작업권 반납과 관련한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성암산업의 작업권 반납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와 2018년 노조와 합의한 '일괄계약' 방식이 유효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한편, 작업권 반납과 관련해 포스코에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성암산업은 포스코에 작업권 반납을 요청한 공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박성일 성암산업 노무행정팀장은 “포스코 입장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성암산업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밝혔다.